깜빠뉴(1)

으르신 제빵소

by 고목나무와 매미

으르신이 빵을 만든 이래로 가장 즐겨 만드는 종류는 깜빠뉴(campagne)다. 깜빠뉴는 프랑스 빵으로 호밀가루, 밀가루 그리고 천연 효모인 르방을 넣어 만든 빵이다. 깜빠뉴는 프랑스어로 '시골, 농촌'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니 직역하면 '시골 빵'쯤 된다.


이 깜빠뉴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소설, 영화, 뮤지컬로 유명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훔친 빵이 바로 이 깜빠뉴다. 처음 소설을 읽을 때에는 '고작 빵을 훔친 걸로 이렇게 오래 감옥 생활을 한다고?'라고 생각하며 빵 한 조각에 내려진 무거운 형벌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을 보다 장발장이 훔친 빵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깜빠뉴는 시골 사람들이 주식 대신 먹는 빵이었다. 그리고 동서를 막론하고 농사를 지어먹고살던 시절에는 한 집에 사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빵을 많이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오븐은 집집마다 갖추기에는 너무나 크고 비쌌다. 자연스레 마을마다 오븐을 하나씩 두고 사용료를 조금씩 내 가며 빵을 구웠다. 그러니 돈을 아끼기 위해 빵을 여러 번 만들기보다는 한 번에 빵을 크게 만들어서 여러 날 동안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었다. 이렇게 한 번 구운 깜빠뉴는 작게는 1.8kg에서 크게는 5.5kg이 나갔다고 한다. 즉, 장발장이 훔친 빵은 한 가족의 며칠치의 양식이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쌀 몇 가마를 훔친 것이나 다름없다.


어쨌든 이렇게 시골에서나 먹던 투박하고 거칠거칠한 빵인 깜빠뉴는 현대에 들어서 재조명을 받는다. 부가적인 재료들이 들어갈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깜빠뉴에 들어가는 것은 밀가루, 천연 효모 르방이다.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기에 건강빵으로 인식되어 깜빠뉴를 대표 메뉴로 홍보하는 빵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중에 파는 빵을 먹을 때마다 "아유~ 빵이 너무 달어~"라는 말을 달고 살며 '건강한 빵'을 추구하는 으르신에게 깜빠뉴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깜빠뉴는 들어가는 재료에 비해 만드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기 때문에 최근에 '장인이 만드는 빵'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이스트 대신에 천연 발효종인 르방을 넣기 때문에 이스트를 넣은 빵처럼 부풀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천연 발효종인 르방을 2~3일 정도 키워 1차로 반죽을 하고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이튿날 빵을 다시 치댄 다음 2~3시간 숙성시킨 다음에야 비로소 구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빵이 충분히 부풀지 않아 맛이 없고 산미만 가득하다.


아부지는 깜빠뉴를 만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셨다. 깜빠뉴의 핵심은 천연 효모인 르방이다. 이 천연 효모는 매우 온도에 예민해서 조금만 추워도 부풀지 않고 조금만 더워도 죽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추어 주어야 한다. 르방을 키우기 위해 아부지는 그야말로 고군분투를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부풀지 않는 날에는 직접 품는 수고로움까지 감수했다. 날씨가 조금만 따뜻해지면 바로 아이스박스에 넣어 죽지 않도록 신경 썼다. 르방 역시 생물이기 때문에 밥도 제때제때 주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르방을 살펴보고 밥을 준다. 우리가 점심을 먹을 때 르방도 밥을 먹고 자기 전에는 까먹지 않도록 알람을 맞추어 놓고 밥을 준다. 아부지가 얼마나 애지중지 르방을 키우는지 우리는 이제 르방을 '반려 효모'로 인식하고 '제임스'라는 이름도 붙여주었다.


반려효모, 제임스

처음 만든 깜빠뉴는 견과류 깜빠뉴였다. 반죽에 해바라기씨, 잘게 빻은 호두, 아몬드 슬라이스 등을 넣어 만들었다. 아부지가 정성 들여 키운 제임스는 고맙게도 빵이 구워질 때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오븐에 들어간 빵은 풍선이 부풀듯이 몸집을 키워나갔고 그 결과 구멍이 송송 뚫린 잘 부푼 깜빠뉴가 완성되었다. 견과류 깜빠뉴는 설탕이나 버터 등의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 달지 않고 투박한 맛이었다. 하지만 견과류 덕분에 씹을수록 고소했고 제임스가 아부지의 정성에 감동한 건지 제 역할을 잘 해준 덕분에 속은 부드럽고 촉촉했다. 비록 장발장이 훔친 깜빠뉴만큼 거대하지는 않지만 '장인이 만든 빵'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깜빠뉴를 통해 으르신은 천연 효모도 잘 만들고 점점 제빵의 명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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