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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Nov 05. 2023

니체의 MBTI는?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21세기북스, 2019)를 읽고

 "신은 죽었다"라는 말로 유명한 니체. 니체라는 이름과 니체가 한 말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니체의 사상이 정확히 어떤지는 잘 알지 못했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21세기북스, 2019)는 알기 쉽게 니체의 사상을 설명한다. 니체의 주장을 살펴보면서 니체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어떤 성격이었는지도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니체는 확실히 대문자 T(사고형)라는 것이었다.

 MBTI는 마이어-브릭스 성격 유형 검사로 사람의 성격을 에너지 방향, 인식, 판단, 계획성으로 나누어 총 16가지로 분류한다. 책에서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니체의 MBTI를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니체는 에너지 방향에서 자신의 내면을 지향하는 I 형일 것이다. 사교적인 성격이었다고는 하나 니체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혼자 사색하는 것을 즐겼다.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인의 사상을 발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병을 얻었을 때조차 "나의 오랜 병약함에 관해 말하자면, 나는 건강보다도 병약함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덕을 입었다"(86쪽)고 말할 정도였다. 병 때문에 방 안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덕분에 자신의 정신적 깊이를 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았을 때 니체는 자신의 내면을 고요히 들여다봄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내향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식 측면에서는 자신의 직관을 중시하는 N형처럼 보인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중시하는 S형들과 달리 니체는 자신의 사고실험을 통해서 철학을 발전시켜 나갔다. 산책을 하다가 벼락처럼 '영원회귀'에 대한 사상을 떠올린 예시가 대표적이다. 똑같은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영원회귀 사상을 떠올릴 때 니체의 상상은 이러했다. "어느 날 혹은 어느 밤, 한 악마가 가장 적적한 고독 속에 잠겨 있는 너의 뒤로 슬그머니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면 너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 상상 속의 존재인 악마를 소환하여 자신의 생각을 확장시켜 나가는 모습은 전형적인 N형의 모습이다.

 결정을 할 때 감정과 사고 중 어떤 것을 더 중시하는지에 따라 나뉘는 판단 측면에서는 확실히 T다. 그것도 대문자 T. 니체는 감정에 빠지기보다는 자신을 도야하는 방식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그에게 필요한 것은 연민이 아니라 채찍질이라고 보았습니다."(216쪽) 니체에 따르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을 보았을 때 그의 곁에서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지 않고 "다 울었니? 울었으면 할 일 하자."라고 채찍질을 해야 한다. 고통을 통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행동 양식에서는 통제와 계획을 중시하는 J형처럼 보인다.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통제하고 이겨냄으로써 자기 자신을 한 층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죽음조차도 자신의 통제 하에 있을 때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 니체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의 계획에 의해 완성해나가는 것을 중시했다.

 니체의 MBTI는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주관적인 감상에 의해 예상한 것으로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INTJ의 대표적인 인물이 통찰력이 있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데 능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인 걸 보니 어느 정도 들어맞는 예상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니체의 MBTI를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니체의 사상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낸 책이었다. (MBTI의 유사 사이트인 16personalities에 보니 INTJ에 니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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