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줄

주간, 사소 20-07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사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고 있다고
그 아이의 목소리와 글자를
그 애가 거꾸로 보고 읽는 세상과
만들고 부수는 세상들
이따금 드러내고 마는 마음과
몰래 한다고 믿겠지만
다 들여다보게 된 어떤 것들
그래도 절박하게 숨기고 있을 무언가도
뾰족하고 네모난 치아와
멍 든 손목과 까딱이는 고개와
못살게 구는 머리카락과 입술과
피곤함과 예민함과 섬세함과 경솔함과
굴러가는 눈동자와 꽉 쥔 주먹과 비뚠 입꼬리까지
어떻게든 평생을 볼 수 있게만 해주면
밀어낼 만큼 다가가지 않겠다고 빌어본다
싫어하는 게 뭔지 말해주면 안할 테니까
어느 날 훌쩍 떠나버리지 말라고
그리고 당신은 훌쩍이다 거울을 본다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더 사랑하고 있을 거라고
내일에 꼭 있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