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빛이 머문 순간들

by 푸른 오리

흔적




회색 구름 저 건너편 낯설고 거대한 검은 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들, 눈 속으로 들어왔지만, 정작 눈물 되진 못했다 잎에 맺힌 작은 졸보기, 세상은 점점 소란스럽다


우르르 쾅쾅 몰려와 울컥울컥 거리다 쏴아 쏴아 쏟아지는 오후


그와 산에 갔었다 그곳엔 오래된 암자, 연초록 세상 위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가 들려주는 전설에 가만히 귀 기울였다 그때 우린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걸까 빗속에서 흔들리던 그의 검고 깊던 눈동자


비는 금방 그쳤다 여기저기 질펀한 잎의 흔적들, 둥글게 모두 품었다가 왈칵왈칵 떨어뜨렸다 흐릿한 상처의 잎맥들, 햇살이 말려주었다 그 많던 입들, 다 어디로 갔을까




photo-1489781879256-fa824b56f24f.jpg?type=w1

© josenothose, 출처 Unsplash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청설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