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 오리 Dec 31. 2020

슬픔의 위로/메건 더바인 지음/반니

  -외로울 땐 독서


 저자 메건 더바인은 심리치료사, 작가, 연사인데 ‘슬픔 옹호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저자가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2009년 여름날, 저자의 눈앞에서 배우자가 익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던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저자는 그동안 그녀가 상담해주었던 의뢰인들에게 사과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풍부한 경험과 실력으로 사람들의 상실에 대처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렇지만 남편의 죽음을 겪은 후, 그녀가 가진 그 어떤 지식도 쓸모가 없었다고 느꼈다.


 그녀는 슬픔을 겪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상실과 고통의 경험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하나의 부족을 이루었다. 그들은 사랑과 지지가 필요했을 때, 외로움을 느끼고, 오해받고, 비판받고,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들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고통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그 대신 슬픔에 빠진 다른 사람들과 서로 의지했다. 그들만이 슬픔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했다. 슬픔이 가능하면 빨리 청산하고 잊어버려야 할 끔찍하고 엉망진창인 감정이 결코 아니라고.

 그녀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을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 칭하는 세상에서, 이 책은 그와 전혀 다른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한 관점은 우리에게 사랑과 상실과 슬픔과 공동체와의 관계를 재검토하도록 북돋울 것이다. 만일 슬픔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면, 좀 더 도움이 되고, 좀 더 다정하고, 좀 더 힘이 되는 문화를 가질 수 있다. 모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필요할 때에 서로를 도와주는 것이고, 삶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사랑받고 지지받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슬픔에 관한 대화의 방식을 바꾼다면,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상황을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13쪽)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에게 빨리 그곳에서 벗어나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위로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잘라서 말했다. 슬플 때는 완전히 슬퍼할 수 있어야 그 슬픔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가 있다고 했다. 그녀는 현재 우리 문화의 문제는, 슬픔을 ‘하나의 병폐’로 생각한다는 거였다. 슬픔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이러했다.


 슬픔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슬픔은 자연스러운 사랑의 연장이다. 슬픔은 상실에 대한 건강하고 온당한 반응이다. 슬픔이 기분을 망친다고 해서 일을 망치는 것이 아니며, 미칠 것 같다고 해서 당신이 미쳤다는 의미가 아니다.(19쪽)


 그녀는 슬픔과 고통이 내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된 슬픔과 고통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된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슬픔의 문화가 엉망진창이 된 이유 중 하나가 고통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고 없애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발산하지 못한 감정의 잔무가 웅크리고 있다.
 고통은 고통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통해 치유할 수 없다. 혹은 고통이 ‘더 나은’ 삶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고개인 것처럼 호도해서도 안 된다. 애도 과정이 괴롭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고통은 상실에 대한 정상적이고 건강한 반응이다. 슬픔을 견뎌내는 방법은 고통의 존재를 허락하는 데 있는 것이지 소통을 덮어 가리건 서둘러 벗어나려는 노력에 있는 것이 아니다. (136쪽)


 사실 타인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똑같은 체험을 하지 않고서 그 고통스러운 체험을 한 사람의 감정과 똑같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상실을 겪은 사람들에게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부록 편에서 추천했다. 그녀가 직접 체험하고 느낀 내용이어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슬퍼하는 친구를 돕는 방법

     

1. 슬픔은 슬퍼하는 자들의 것이다

2. 현실에 머물고, 진실을 말하라

3. 고칠 수 없는 것을 고치려고 하지 마라

4. 혹독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기꺼이 목격하라

5. 당신이 주연이 아니다

6. 도움이 필요한지 묻지 말고, 구체적으로 제안하라

7. 일상적인 일을 대신해주라

8. 어려운 일은 함께 해결하라

9. 문지기가 되어주라

10. 교육하고 옹호하라



 그녀는 슬픔에는 끝점이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인생은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상실은 인생에 있어서 사라져야 할 그 무엇이 아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인생은 상실과 함께 지어진 삶이기 때문이다.


 슬픔의 회복은 저울의 동점動點과 같다. 슬픔에는 끝점이란 없다. 비록 슬픔이 항상 이 정도로 끔찍하지는 않더라도, 당신의 슬픔은 당신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늘 당신의 일부로 남아있을 것이다. 인생은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으며, 심지어 그럴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인생은 상실과 함께 지어진 삶이다. (250쪽)


  저자는 이 책을 ‘사랑’으로 끝맺는다. 그녀는 사랑이 우리가 가진 전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유일한 위로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슬퍼하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이다. 슬픔은 사랑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당신이 상실을 겪기 전에도 이 세상에 존재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주위에 존재하며, 아직 오지 않은 삶을 통틀어 당신 곁에 머물 것이다. 사랑의 형태는 바뀌겠지만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333~334쪽)


 진정한 위로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리며 가만히 곁에 있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닦달하듯이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라고 말하지 말고, 또 자신이 추천한 방법대로 해보라며 상실자의 삶의 자주권을 생각 없이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것.

 결국은 상처 입은 자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사랑은 얼마나 흔한가? 그렇지만 그 사랑의 실천은 또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상처와 사랑.

 서로 대립된 단어들 같지만, 진정한 사랑은 고통스러운 상처 위에서 제대로 빛나는 것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소중한 경험/김형경 지음/사람풍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