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어릴 때부터 감염? 전염? 혹은 감정이입이라 해야 하나······아무튼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상대방으로부터 무언가 옮는 일이 많았다. 두드러기 난 친구를 보면 갑자기 스멀거리고 가려워지면서 두드러기가 났다. 누가 넘어져서 피가 흐르거나 상처가 깊은 것을 보면 영락없이 그 자리가 욱신거리며 못 견뎠다.
그러니까 슬프고, 죽고 아프고, 헤어지고, 저주하고, 서슬이 퍼런 이야기는 아예 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린다. 찐한 이야기일수록 잔상이 길고 헤어나려면 며칠 허우적거려야 된다. 그러니 로맨틱 코메디, 만화, 해피엔딩인 작품을 찾게 된다. (152~153쪽)
결혼하고 변함없이 늘 같은 일상, 즉 장을 봐서 재료를 다듬고 준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 때, 그리고 남편이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때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장을 본 후, 몇 가지 반찬을 만들고 남편과 식탁에 앉으면 그렇게나 마음이 편안하고 그제야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2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