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시네마
perfect days!
완벽한 나날들은 가능한가?
‘완벽’의 기준은 자기 자신인가 타인인가?
‘완벽’이라는 말은 왠지 불가능한 영역에 속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자신의 삶은 본인 스스로 기준을 정할 수 있다. 그 기준이 자신이라면 그런 삶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충족되어 더 이상 바라는 바가 없을 때 삶이 완벽하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 지역 화장실 청소원이다. 그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이를 닦고 세수하고 화분에 물을 주고 집 앞 자판기에서 커피를 꺼내서 일터로 향한다.
차 안에서 그는 카세트테이프로 올드 팝송을 듣는다. 그렇게 그는 일과를 시작한다.
히라야마는 화장실 청소를 할 때, 전념하는 자세로 진지하게 청소를 한다. 하찮아 보이는 일상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은 바로 ‘지금, 여기에 완벽하게 깨어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심지어 변기 안에 돋보기까지 갖다 대고 오물을 완벽하게 제거한다. 마치 성소聖所를 청소하는 성자의 모습 같다.
그는 낮에는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서 샌드위치 점심을 먹는다. 공원의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한없이 평화롭다. 그는 점심을 먹으며 흑백필름을 넣는 옛날 카메라로 주변 풍경을 찍는다.
그는 일을 마치고 대중목욕탕에 가서 목욕하고 저녁은 작은 식당에서 소박하게 먹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책을 보다가 졸리면 책을 덮고 잔다.
이런 생활이 계속된다.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 가운데서도 약간의 변화가 있다. 무채색의 배경에 알록달록 색깔 있는 무늬들이 새겨지듯이.
그의 생활패턴을 보면 70~80년대의 생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은 변화를 싫어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바깥세상의 유행이나 가치관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진 아주 강한 사람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히라야마는 바깥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고요한 명상에 빠져 있는 수행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perfect days!
이 영화를 보면 영화 <패터슨>이 생각난다. 주인공 패터슨은 버스 운전기사이다. 그는 매일 똑같은 노선을 운전한다. 그는 가끔 승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 슬그머니 웃기도 한다. 그의 일상은 거의 매일 똑같다. 그런 가운데 아주 작고 미묘한 변화가 생기기는 하지만.
패터슨은 시를 쓴다. 그러나 발표하지 않고 자기 혼자 간직한다. 그의 아내가 시가 좋다고 발표해 보라고 하지만 하지 않는다. 그는 세상의 평판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신에게 충실할 뿐. 그것만으로 그는 충만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산다. 그의 일상은 아주 고요하다.
perfect days!
히라야마와 패터슨은 각각 자신의 자리에서 충만하고 고요한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은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다.
행복은 고요함 가운데 있는 것은 아닐까. 고요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마음속 깊은 평정상태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바깥세상의 가치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에 전념하고 거기에서 충만함을 느낀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히라야마와 패터슨은 평범한 보통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보통사람들에게는 없는 깊은 고요함이 있다. 그런 고요함이 그들과 범인들과의 경계를 만든다.
그들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수용하며 자기답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일상이 perfect days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누구에게나 가능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이라는 파랑새는 우리 집에 살고 있다!
*2023년 16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최우수 작품상)
76회 칸영화제(남자 연기상)
2024년 17회 아시아 필름 어워즈(남우주연상)
47회 일본아카데미상(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남우주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