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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많이 May 22. 2021

어른이 된 걸까?

어른스럽다고 느끼는, 사소한 순간들

요즘 들어 이제 진짜 어른이 된 걸까 싶을 때가 많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도 잠시 어른인가 생각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단순히 성인이 되었다는 짧은 감상뿐이었고 금세 사라졌었다. 뭐, 하긴 여전히 나는 젊은 축에 속하고 30대를 맞이하는 지금도 종종 '어른스럽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거의 없다.


그래도 어른 인증의 순간이 있다면 바로 제철 음식을 먹을 때다. 오늘은 한여름처럼 아주 더웠는데 혼자서 가벼운 등산 후에 점심으로 국숫집에 들러 고소하고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을 뚝딱 먹었다. 봄이 오면 미나리, 가을엔 시원한 가을 무조림이 당긴다. 그리고 이제 겨울엔 굴보쌈과 대방어를 먹지 않곤 못 배긴다. 단순히 오늘 뭐가 먹고 싶다는 것과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건 속성이 다르다. 전자가 뱃속과 기분에 영향을 받는다면, 제철 음식은 날씨와 음식의 페어링이다. 그 계절에만 제대로 된 맛볼 수 있는 '선착순 한정 세일'인 셈이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특별함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초당 옥수수에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또 다른 순간은 주머니 사정이 달라진 걸 체감할 때다. 대출이나 보험처럼 머리가 복잡한 돈 문제를 위해 은행 업무를 볼 때, 새삼 내가 사회인이라는 걸 느낀다. 어버이날이나 부모님 생신에 백만 원 단위의 선물을 결제하고 선물할 때도 마찬가지다. 코 묻은 용돈을 받는 어린이의 눈으로는 세상에서 제일 부자이던 부모님께 이제는 반대로 내가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신기하다. 한정된 돈 때문에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그렇다. 갑자기 지금 당장 기분 내키는대로 고급 호텔에 기분이 체크인을 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거다. (아쉽게도 그런 일은 거의 없지만) 다음날 후회할지라도 저녁을 먹다가 비싼 술을 턱턱 시키기도 하고. 버는 데 이정돈 써야지!


마지막으론 음주 취향이 달라진 것이다. 과거의 나는 값싸고 독한, 즉 가성비가 제일 좋은 소주로 간과 위장을 혹사시켰다. 흠뻑 취하는 기분이 좋아서 소주를 좋아했다. (여전히 조금은 좋다.) 하지만 이제는 맛있고 비싼 술로 살짝 흐트러질 정도로 취하는 게 좋다. 그리고 우리 다 같이 즐겁게 술 마시고 취하자! 가 목적인 술자리는 없어지고, 맛있는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곁들인 잔잔한 만남이 많아졌다.


쓰고 나니 더더욱 사소하다. 계절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 돈을 좀 벌어서 만지고,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지 않는 게 어른인 걸까? 어른의 정의가 고작 이런 것들이라니 나는 아직 철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모호하고 무모하던 더 날 것의 예전과 달라진 요즘이 나는 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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