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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Dec 21. 2023

입영전야 18화 -최종화

내 아들은 대한민국 육군입니다

 

드디어 수료식 날 아침이 밝았다. 9월 초입의 하늘은 유난히도 쨍하게 파랬다.

수료식은 11시부터였지만 서둘러 수료식장에 도착하려고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준비해 온 축하 배너를 벽에 달고, 음식 재료들을 다듬어 놓고 왠지 모를 비장한 마음까지 느끼며 수료식장으로 향했다.


훈련소 안으로 들어가는 길, 훈련생들이 줄지어 군가를 부르며 지나가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며  주차장에 들어섰다. 벌써 몇몇 가족들이 행사장에 도착해 있었다. 그럴 테지…. 모두가  얼마나 기다리던 날이던가? 

사람들의 얼굴마다 설레는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접수처에 아들의 훈련번호와 이름을 대니 해당 행사장 입구를 알려주었다. 

아직 닫혀있는 행사장 안은 리허설 중인 듯했다. 

온 청각 세포가 행사장 안으로 쏠려 입구 쪽에 바짝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그런데 잠시 후, 갑자기 행사장 문이 열리고 군복 입은 아들들이 줄지어 밖으로 나왔다. 

눈을 부릅뜨고 똑같은 군복 사이에서 아들의 얼굴을 찾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틀린 그림 찾기 실사판을 하는 기분!

훈련병들이 다시 열을 맞춰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던 그때, 찾았다! 내 아들!!

코 앞으로 지나가던 아들이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눈인사를 하고는 행렬을 따라 안으로 곧장 사라졌다.

세상에…. 

군복을 입은 아들의 모습을 실제로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드디어 수료식 행사가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운 수료식장으로 힘찬 음악과 함께 칼각을 맞추어 아들들이 입장했다. 

오늘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그 빽빽한 훈련생들 속에서 아들의 얼굴을 한 번에 찾았다. 

그렇지. 엄마에게는 아이를 향한 레이더가 켜져 있는 법이다. 

군복을 입고 늠름하게 서있는 아들의 모습이 그 어느 순간보다 멋지게 빛나고 있었다.


식순에 모든 가족과 지인들이 나와 아들의 계급장과 태극기를 달아주는 순서가 있었다.

나도 고생한 아들을 꼭 안아주고 달아 주었다. 

아들들이 단체로 객석을 향해 큰절을 할 땐 사랑과 격려를 듬뿍 담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 얼굴 보는데 정신이 팔려 태극기의 위아래도 보지 않고 달아준 어미...

그 때문에 교관이 슬쩍 와서 다시 달아 주었다고 한다. 

이 웃지 못할 뒷이야기를 수료식이 끝난 후 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털어놓았다. 

아, 이런 굴욕이…. 미안한다 아들아! 내 눈에는 너만 보이더라.


수료식을 마치고 아들과 함께 펜션으로 돌아왔다.


“짜잔! 우리 아들 수료식 축하해!”

“어? 으응. 고, 고맙습니다.”


방안에 붙어 있는 수료식 축하 배너를 보고는 아들은 약간 흠칫했지만, 그래도 싫지 않은지 이내 씨익 웃었다. 옷을 갈아입은 아들은 편하게 쉴 수 있어 좋아했다.  역시 펜션 예약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준비해 온 음식을 지지고 볶고 차려내는 손에 에너지가 넘쳤다. 

나름대로 한 상 차린 음식들을 아들은 맛있게 먹어주었다. 

마른 논에 물들어가는 모습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정말 보기만 해도 포만감이 느껴졌다.  


식사 후, 대화만 조금 했을 뿐인데 야속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이 세상 시계를 모두 떼어, 어디다 가두어 두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복귀할 시간이 다가오자 아들도 의자에 앉아 한동안 쓸한 표정이다. 

아, 누가 시간 좀 돌려주면 안 되나요? 

부질없는 외침은 아랑곳없이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는 시간

그리고 대망의 자대배치 알림이 카톡으로 도착했다. 

부대 이름을 살펴보니 정확한 위치는 가봐야 알겠지만 집에서 아주 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복귀할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아들은 주섬주섬 군복을 챙겨 입었다. 

군복을 여미는 손에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먹먹해졌다. 

아들을 주머니에 넣고 집에 갈까 싶었지만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는 크기라 그 와중에 다행이었다.


늦은 오후의 태양은 훈련소 문 앞에 그늘을 드리웠다. 

이제는 품속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너무 커버린 아들을 꼭 안아주었다. 

아들도 담담하게 나를 토닥였다. 

또다시 이별... 

훈련소로 들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내일이면 군용 버스를 타고 생경한 곳에 떨궈지겠지? 이제 정말 이등병의 드라마가 펼쳐지겠구나.

사랑하는 아들아! 나라를 지켜주어 정말 고맙다.

내 아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육군입니다.


-완결

자랑스러운 아들들! 훈련병 수료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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