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지상으로 내려온 대관람차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끼익, 덜컹!’
아까 탑승할 때 있던 직원이 아닌 독특한 옷차림의 다른 직원이 문을 열어 주었다.
그가 쓰고 있는 커다란 챙 모자에 얼굴이 반 넘게 가려져 있었지만, 나머지 얼굴 반은 복슬복슬한 갈색 수염으로 덮여 있었다. 신발도 특이한 것을 신고 있었는데 마치 동화 속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 사람, 갈색 푸들을 닮은 것 같네.’
속으로 생각하며 관람차에서 내려 몇 걸음 내디뎠을 때, 나는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에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한별 제과 빌딩은 온데간데없고 싱그러운 초록의 공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곳곳에 드리우고 맑고 잔잔한 호수는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호수 위에는 하얀 오리 가족이 떠다니고 여기저기 정겹게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유로워 보였다.
마치, 언젠가 아빠와 함께 도서관에 갔을 때 미술책에서 보았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라는 그림 같았다.
“우와! 어, 어떻게 된 거지?”
갑작스러운 낯선 풍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더욱 놀라운 것이 있었다. 공원에 있는 모든 사람의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
“여기 중세 시대 같아! 저건 영화 속에서만 보던 옷인데…….”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중세 시대에나 입을 법한 옷을 입고 있었다. 양산을 쓴 귀부인, 중절모를 쓴 신사, 머리에 두건을 쓰고 하얀 앞치마를 두른 여자들, 항아리 같은 폭의 반바지를 입은 소년. 아무리 둘러봐도 내 옷차림과는 사뭇 다른 사람들뿐이었다.
“도대체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거지? 이거, 설마 꿈인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혼잣말하며 넋을 잃고 서 있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미나야!”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리쬐는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나를 부르며 누군가가 다가왔다.
“으앗!”
점점 가까이 선명해지는 그 얼굴을 보자 나는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