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뭉치는 울고 있는 나를 꼬옥 안고 토닥여 주었다.
좀처럼 그치지 않는 눈물을 겨우 진정시키고 뭉치를 바라보았다.
“뭉치 맞는 거지? 우리 뭉치가 맞는 거지?”
“그래, 이제 알아보겠어?”
뭉치는 털이 보송보송한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며 빙그레 웃었다.
“하긴, 우리 뭉치가 할아버지 나이인 게 맞기는하지만…….”
나는 코맹맹이 소리로 훌쩍이며 웃었다.
“그래, 미나야. 내가 16년을 살았으니 개의 인생에서는 할아버지가 된거지. 허허허.”
뭉치가 이렇게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모습으로 변하다니 정말 신기했다.
나는 손을 가만히 내밀어 하얀 수염으로 덮인 뭉치의 얼굴을 쓰다듬어 보았다.
이 감촉은 뭉치의 털이 맞았다. 마음이 안정되는 이 느낌. 그래, 뭉치는 이렇게 부드러웠지.
“뭉치야,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그래, 미나야. 나도 미나가 너무 그리웠단다.”
뭉치도 눈시울이 붉히며 보송한 손을 내밀었다.
얼마나 그리웠던 뭉치의 발, 아니 손이란 말인가? 나는 그 보송한 손을 꼬옥 잡았다.
우리는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한 공원의 호숫가를 천천히 걸었다.
그동안의 학교생활과 엄마, 아빠의 안부, 대관람차 안에서 폭풍우를 겪었던 일 등 뭉치와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뭉치도 무지개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이곳에서 여러 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무지개 마을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뭉치는 마을 구경을 시켜 주겠다고 했다.
무지개 마을은 폭신한 흙길이 나 있고 예쁘고 아담한 집들이 골목마다 들어서 있었다. 집마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꽃들이 문 앞이며 테라스를 장식했다.
“뭉치야, 마을이 정말 아름다워!”
“그렇지? 마을 사람들 모두 힘을 모아서 소중하게 마을을 가꾸고 있단다.”
그러면서 뭉치는 저 앞에 걸어오는 누군가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들도 손을 흔들며 우리 곁에 다가왔다.
“어? 할머니는……?”
그중에 낯익은 한 사람이 보였다. 바로 미나에게 카라멜을 주었던 포메리안 할머니!
“아까 그, 할머니?”
“호호호. 미나가 드디어 뭉치 할아범을 만났구나! 나는 방울이라고 해”
포메리안 할머니인 방울은 자기의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 방울은 이 마을의 부녀회장이라고 했다. 부녀 회장은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 임무를 맡는다고 했다.
그리고 방울과 함께 온 이웃들을 뭉치가 소개했다.
“미나야. 인사 나누렴. 내 친구들이야.”
“얘기 많이 들었어, 미나야. 나는 마리라고 해.”
동그란 눈에 하얀 털을 가진 몰티즈 아주머니인 마리가 분홍색 꽃을 내 머리에 꽂아주며 환영해 주었다.
“아, 안녕하세요.”
“무지개마을에 놀러 온 걸 환영해! 나는 가을이.”
정중하게 모자를 벗고 황금색의 굽실한 머리카락을 쓱 넘기며 인사하는 골든레트리버 신사. 각자의 모습이 멋지고 개성이 넘쳤다.
“모두 뭉치의 멋진 친구들이군요! 환영해 줘서 고마워요.”
나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뭉치 곁에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자,자,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집에 간식과 차를 준비해 놓았으니 가자고!”
포메라니안 방울은 우리를 집으로 초대해 주었다.
뭉치와 행복한 시간을 함께한다는 생각에 나는 어느새 마음이 들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동화 마을 같은 거리를 지나 방울의 집에 도착했다. 안락한 방울의 집 식탁 위에는 맛있는 간식이 차려 있었다. 우리는 식탁에 둘러 앉았다. 뭉치의 친구들은 무지개마을에 오기 전 함께 살았던 각자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