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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Oct 22. 2024

그리운 사람들

먼저 골든리트리버 가을이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고 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가족은 나와 승민이 이렇게 둘이었어. 원래는 승민이의 사촌 형 집에서 내가 태어났는데 승민이가 사촌 형을 몇 날 며칠을 졸라서 나를 자기 집을 데려온 거야. 승민이는 작곡가였는데 매일 밤새워 일할 때가 많았지. 그래서 운동 부족으로 건강이 좋지는 않았거든. 그래서 내가 매일 산책하러 가자고 졸랐었지. 나를 데리고 매일 산책하고 달리기도 하고. 내가 체력은 자신 있었으니까. 점점 건강해지는 걸 승민이 자신도 느꼈나 봐. 나 때문에 활력이 생겼다며 고마워했었지. 내가 무지개 마을로 떠날 때 그 덩치 큰 녀석이 펑펑 울던 게 눈에 선하네. 지금은 꽤 유명한 작곡가가 되었더라고. 나를 위한 노래도 만들었다더군. 허허허.”

“어? 그 노래 혹시 가수 하이진이 부르는 ‘언제나 내 곁에’ 아니에요?”

“오, 오! 맞아. 그 노래를 알아?”

“그럼요! 그 노래 정말 유명한걸요!”

너무 신기했다. 그 노래의 주인공이 내 앞에 있다니……. 가을은 싱긋 웃으며 기뻐했다. 


이어서 포메라니안 방울이 자기 가족들에 대해 얘기했다. 

“내 가족은 아빠, 엄마 그리고 딸인 혜지, 아들인 은우가 함께 살았지. 모두 다정한 사람들이었어, 은우는 조금 장난꾸러기였지만 말이야. 그래도 참 따뜻한 아이였지.”

방울은 살며시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옆에 앉은 가을이 손수건을 방울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에구구, 주책없이 또 눈물이 나네.”

방울은 눈물을 닦더니 미소를 지었다. 

“난 무지개 마을로 온 지 15년이 지났단다. 이미 그 아이들도 성인이 되어 14살이었던 혜지는 좋은 사람을 만나 이번에 결혼한다더라고. 5살이었던 은우는 이제 청년이 되어 군대에 입대해서 열심히 나라를 지키고 있지. 에휴,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이야.”

방울은 걱정스러운 한숨을 지으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방울 할머니는 이 마을 산 지가 오래되었네요.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겠어요.”

나는 방울 할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마음이 찡해왔다.

“그렇지. 늘 보고 싶지. 건강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대견하고.”

“그래도 방울 언니는 1년에 몇 번씩은 꿈에서라도 만나니까 얼마나 다행이에요.”

맞은 편에 앉은 몰티즈 마리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리 아주머니는 꿈에서 가족들을 못 만나시나요?”

궁금해하는 나에게 마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대답했다. 

“응, 그렇단다. 나를 키워주시던 할머니가 계셨는데 내가 이곳을 오고 나서 얼마 있다가 돌아가셨거든. 이젠 할머니의 꿈에 들어갈 수가 없게 되어 버렸어.”

안타까운 마음에 나도 따라 탄식이 새어 나왔다. 보고 싶은 누군가를 볼 수 없는 마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뭉치는 내 처진 어깨를 살며시 감쌌다. 그리고 옆에 앉은 마리의 등도 토닥였다.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셨는데도 정말 나를 잘 챙겨주시고 사랑을 많이 주셨지.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할머니도 하늘에서 편히 지내시기를 늘 기도하고 있단다.”

마리는 두 손을 모았다. 


“이런, 숙녀분들이 너무 슬퍼하셔서 즐거운 음악 좀 틀어야겠는데요?”

골든레트리버 가을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디오를 켰다. 

둥근 레코드판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왈츠곡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뭉치가 찡긋 윙크하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자, 뭉치는 나를 일으켰다. 그러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에 맞추어 함께 왈츠를 추었다. 

왈츠를 처음 추는데도 발이 저절로 움직이고 리듬에 맞춰 몸이 움직였다. 

마치 나비가 된 듯 가벼운 스텝으로 즐겁게 춤을 추었고 집안은 행복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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