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려 할 때 나, 정말 많이 기도 했었어. 하나님이나 부처님, 알라신이 계신다면, 있던 생명을 죽게 하고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대신, 지금 살아 있는 것들을 제발 그대로 놔두시라고 말이야. 하지만 신은 내 기도를 들어 주지 않더라.”
뭉치는 내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맑고 깊은 눈으로 나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사랑하는 미나야. 이제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없는 건 정말 슬픈 일이야. 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서 서로가 사라지는 건 아니야.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뭉치의 두리뭉실한 허리를 꼭 끌어안고 얼굴을 묻었다.
“나는 우리 미나와 혜영 씨, 민석 씨와 지낸 세월이 정말 행운이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어. 혜영 씨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할 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나를 데려와 주었지. 감사하게도 나에겐 사랑하는 가족이 생겼고 그래서 이곳에서도 마음 든든하게 잘 지낼 수 있단다. 그동안의 사랑과 추억을 소중히 여기면서 서로를 늘 기억 할 걸 아니까 말이야.”
뭉치는 내 두손을 마주잡고 눈을 바라보았다. 뭉치의 큰 눈 속에 내가 비춰졌다.
뭉치는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미나도 나와 지낸 시간을 마음에 잘 담고, 행복하게 지낸 시간을 생각하며 힘을 낸다면 우리는 무엇보다 강하게 이어져 있을 거야. 나는 미나에게 그렇게 힘이 되는 뭉치가 되고 싶단다.”
“응!”
나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오는 눈물을 꾹 참았다. 그랬다. 뭉치와 지낸 날들은 나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었다.
“나, 힘을 낼게! 너는 내게 늘 힘을 주고 위로가 되었으니까. 너에게 받았던 사랑으로 다시 씩씩해질게. 뭉치가 여기서 나를 지켜보면서 행복하도록 말이야.”
“그래, 고마워. 미나야”.등을 토닥여 주는 뭉치의 손이 내 가슴 속, 깊이 걸려 있던 슬픔을 쓸어내리는 듯했다. 어디선가 달콤한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