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서 주저 앉은 내 눈앞에 보이는 건 다름 아닌, 뭉치였다. 아니, 더 정확히는 뭉치의 얼굴을 한 사람이었다.
솜사탕 같은 복슬복슬한 하얀 수염이며 땅딸막한 키에 볼록이 나온 배와 토실한 손. 사람처럼 걷고 있지만 분명히 꼭 닮았다.
순간, 머릿속이 강풍이 불어 오는 듯 생각이 몰아쳤다.
“그럴 리가 없어! 뭉치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내 정신이 어떻게 된 건가?
무, 뭉치의 얼굴을 한 사람이라니!“
나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몇 번이고 눈을 비볐다.
눈에 힘을 주며 부릅뜨고 다가오는 그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아도 진짜였다.
머리에는 초록의 피터 팬 모자를 쓰고 부드러운 하얀 셔츠에 갈색 조끼, 펑퍼짐한 회색 바지에 검은 부츠를 신고 있는 유럽의 할아버지 같았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얼이 빠져있는 나를 뭉치 아니, 뭉치를 닮은 할아버지가 일으켜 주었다.
“잘 찾아왔어. 우리 미나!”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꼭 안아 주었다. 다정한 노인의 목소리.
‘아, 이렇게 폭신하다니 정말 뭉치를 꼭 안고 있는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누, 누구세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누구긴? 벌써 나를 잊어버린 거야? 하하하”
뭉치 할아버지는 활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내 앞에 서있는 이 할아버지가 정말 뭉치란 말인가? 말도 안돼!
어떻게 뭉치가 할아버지로 나타 날 수 있냐구?‘
믿을 수 없었지만 한편, 믿을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에 울컥했다.
“말도 안 돼!”
“그래, 그래, 메신저 할멈이 우리 미나를 찾아서 탑승권을 잘 전해준 덕분에 이렇게 말이 안 되는 곳에 네가 와 버렸단 말이지! 껄껄껄!”
“메신저 할멈? 그럼, 아까 그 캐러멜을 준 할머니가…….”
내 머릿속이 더 엉켜버리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뭉치 할아버지는 말을 이었다.
“혜영 씨랑 민석 씨는 잘 계시지?”
헉! 뭉치는 우리 엄마, 아빠 안부를 묻고 있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더 이상 참지 못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꿈이라면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다니!
나는 뭉치, 아니 뭉치 닮은 할아버지를 더 꽉 껴안고 세 살짜리 아기처럼 엉엉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