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속의 섬을 걷다, 우도 올레길

돌담 사이에 핀 유채와 들꽃, 초원 위 소가 풀을 뜯는곳.

by Ollein
어느 따스한 봄날
우도 가는 길.


장막을 걷어

너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떠보자

창문을 열어

춤추는 산들바람을 한 번 또 느껴보자

가벼운 풀밭 위로 나를 걷게 해주세

봄과 새들의 소리 듣고 싶소

울고 웃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 주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

- 노래 '행복의 나라로' 중에서.


어느 봄날.

이른 아침 제주 터미널에서 출발한 성산부두행 710번 버스는 시내를 빠져나오자 사려니 숲길 도로로 접어든다. 때마침 라디오에서는 '행복의 나라로'라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운전기사 아저씨도 나도 노래를 따라 흥얼거린다. 쏟아지는 따사로운 봄 햇살과 일자로 쭉쭉 뻗은 삼나무 숲을 달리는 차 안의 풍경은 정말 행복의 나라로 가는 것처럼 올레꾼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른 아침 봄 햇살이 비추는 버스 안에서의 풍경은 행복의 나라로 갈것처럼 마음을 들 뜨게 한다.


어디에서 시작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섬을 한 바퀴 돌아 그 자리로 돌아와야 하니까.


제주올레코스 중에는 일명 '알파 코스'라 불려지는 코스들이 있다. 숫자 뒤에 '-1'이 붙은 코스인, 1-1 우도올레코스, 7-1 코스, 14-1 코스, 10-1 가파도 올레 코스, 18-1 추자 올레가 있고, 근래에는 3-B코스가 만들어졌다. 섬들과 제주의 중산간을 걷는 코스들로 본 코스 못지않은 아름다운 풍경을 놓칠 수 없어 만들어진 코스들이다.


그중 1-1 코스는 제주의 대표 관광지인 섬 속의 섬인 우도를 걷는 코스이다. 우도로 가는 배가 있는 성산항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이 승선표를 끊고 선착장에서 줄을 지어 있다. 우도까지는 10분 남짓되는 짧은 거리지만 배는 바다를 가르는 하얀 물줄기를 만들며 달리고 사람들은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한 모습들이다. 배가 달릴수록 성산은 점점 멀어지고 작게 보이던 우도의 들은 점점 크게 보이며 여행객들을 맞아주고 있다.


우도에는 두개의 항이 있다. 한 곳은 '천진항'이고 다른 한 곳은 '하우목동' 항이다. 그래서 우도 올레길은 길을 시작하는 곳이 두 곳이 되었고 길은 섬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시작했던 항으로 오게 된다. 시간에 따라 도착하는 항이 다르므로 표를 끊을 때 확인하면 되며 배 시간은 보통 때는 한 시간 간격으로 운항을 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기에는 추가로 배를 더 운항하기도 한다.


우도로 가는 배가 물살을 가르며 달린다.


제주에서는 흔하지만
육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스쿠터와 전기 자동차, 바이크를 타고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제 올레꾼도 길을 시작한다. 잠시 시멘트 길로 걷던 길은 도로를 벗어나 섬 안쪽으로 이어지고 바다 쪽을 바라보니 멀리 섬 밖 오름들의 능선이 보인다. 작은 언덕에는 계절의 전령사인 봄 들꽃들이 샛 노란색을 뽐내며 활짝 피어있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나오는 파릇한 풀 속에 있는 올레길 팻말은 오늘 내가 가야 할 이정표가 되어준다.



소중한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맞는 것일까? 해마다 우도의 홍조단괴 해빈이 있는 산호해수욕장 해변은 몇 년 사이로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질 만큼 크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곳은 우도 8경 중 하나로, 홍조류가 석회화되면서 암석처럼 단단하게 굳어져 만들어진 홍조단괴로 이루어진 해변이다. 해안선을 따라 수 백 m를 홍조단괴가 퇴적되어 있어 학술적인 가치가 높아 200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해변에 서서 바라보니 멀리 하우목동항으로 가는 배가 보이고 그 너머에는 지미봉과 종달항이 보인다. 바다색은 어김없이 여느 제주 바다처럼 에메랄드 옥빛으로 출렁이고 하얀 모래와 밀려오는 파도는 그 안까지 투명하게 자기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제주에서는 흔하지만 육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사람들은 해변에서 저마다의 표정으로 사진을 찍으며 소중한 추억들을 담고 있고 어떤 이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에메랄드 옥빛의 산호해변에서 바라본 지미봉
저 멀리 하우목동항으로 가는 배가 보인다


제주 봄의 전령 유채꽃과 보리
제주 해녀의 숨비소리

이 모든 것이
걸어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제주의 봄은 유채와 보리로 시작된다. 우도도 어김없이 노란색의 유채꽃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 노란빛을 더욱 발하고 있고,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는 거센 바람에 몸을 맡기며 자신들의 낱알을 성실히 영글어가고 있다. 바다를 마주 보고 쌓은 돌담 안의 출렁이는 보리 너울 너머로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 찬 배 한 척이 지나간다. 이 모든 것이 걸어야만 볼 수 있는 올레길의 풍경이다.


“걷는다는 것

가장 번거롭고 귀찮은 여행 수단이지만,

세상을 속속들이 느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어느 글에선가 썼던 기억이 있는 이 말이 마음에 와 닿는 순간이다.

우도의 봄은 유채로 가득하다
따스한 봄햇살을 받으며 보리가 영글어가고 있다.


산물통을 지날즈음 멀리 물질을 하기 위해 바다로 들어갈 채비를 하시는 해녀 할머니들이 보인다. 굳이 '할머니'라고 한 이유는 해녀 중에는 젊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젊은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해녀연세 많으신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잠시 후 그녀들의 숨비소리가 들려온다. 젊은 시절 바다가 무서웠던 그녀들 이었지만 섬에서의 힘든 삶과 가족들을 위해 찬란한 청춘을 바다에 맞기고 오늘까지 내어온 숨비 소리. 그 소리는 평생의 업이 되어 하루라도 쉬면 오히려 몸에 병이 날 것만 같다고 한다. 그렇게 제주의 해녀는 제주의 삶 그 자체였고 그래서 그녀들은 강한 것이다.


그녀들이 내는 숨비소리는 제주의 삶 그 자체이다


담장 밑 들꽃과
길 끝 바다에서 볼 수 있는
평화롭고 한가로운 섬마을 풍경


이제 더 이상 관광객들이 타던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는 보이지 않는다. 우도 외곽은 차들이 다니고 각종 음식점들이 즐하지만 외곽 도로에서 조금만 안으로 들어오면 한적한 동네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지나가는 올레꾼의 시선을 끌고 싶은 듯 색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돌담 밑에 꽃이 피어 있다. 알록달록 핀 꽃들은 제가 제일 이쁘다며 날 좀 바라보아 달라는 듯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살살 제 꽃잎을 날리고, 돌담 사이로 보이는 초록색, 파란색 지붕들은 봄 채비를 마친 듯 그 색이 더욱 선명해 보인다. 어느 해녀 할머니가 정성스레 널어놓은 우뭇가사리는 지나가는 올레꾼의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하고 살짝살짝 피해 가며 폴짝폴짝 발걸음을 디디게 해주는 재미를 준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푸른 풀밭 너른 바다를 보며 커서 인지 이 곳의 터줏대감 마냥 여유가 넘쳐 보인다. 녀석에게 다가가며 올레꾼 좀 봐 달라며 주의를 끌어 보지만 눈만 꿈벅꿈벅하며 되새김질만 할 뿐 나에겐 도통 관심이 없는 듯하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한가로운 섬의 풍경이다.



좀 더 길을 걷다 보니 돌담 사이 바다로 향해 뻗은 길이 보인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짧은 길이지만 아무도 없는 나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길. 길 끝에 도착하니 누군가 빨강, 노랑, 하얀색 바람개비와 알록달색이 칠해진 나무 의자들이 보인다. 잠시 쉬어가라는 듯 지나간던 올레꾼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인적 없지만 누군가의 생각과 정성이 바람개비와 의자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은 결코 외롭지 않은 풍경이다.



봄 햇살의 따스함속에
꽃들 사이 길을 따라 걷는다.


점점 따사로와지는 봄 햇살을 받으며 터벅터벅 걷다 보니 멀리 하고수동 해수욕장이 보인다. 해변 길가에는 전기자동차, 승용차, 스쿠터들이 보이고 사람들은 함께 온 가족, 연인,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해변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길가에는 만인의 연인 이었던 영화 속 마를린 먼로의 활짝 웃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작은 카페가 보인다. 카페 안에 들어가 시원한 커피를 주문하고 창가에 앉아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커피와 봄 햇살의 따스함과 함께하는 음악.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여유와 풍경이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바로 지나면 이 섬의 또 다른 작은 섬인 비양도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전에는 이 곳도 올레코스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근래에는 올레길에서 제외가 되었다. 이곳에는 해산물을 파는 곳이 있어 우도에서 유명한 소라나 문어 등을 맛볼 수 있다. 정식으로 올레길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잠시에서 벗어나는 여유도 좋을 듯하다.


커피와 음악 그리고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우도의 어느 카페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지나고 조일리 오거리를 지나니 길은 한적한 마을로어진다. 멀리 외곽도로에는 관광객들의 차가 지나가는 것이 보이지만 이곳은 아무도 지나지 않는다. 다만 어디서 나타났는지 강아지 두 마리가 노랗게 핀 유채꽃이 피어있는 길을 따라 올레꾼을 졸졸 라오고 있다. 모른 척 걷다 뒤돌아보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멀직이 떨어져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한배에서 태어난 형제인 듯 싶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달랑달랑 꼬리를 흔들어 대는 녀석들이 귀엽기만 하다.



이제 돌담 밭 너머로 우도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곳 정상에 서면 지금 내가 걷는 길을 볼 수 있을 것이고 단 몇 시간 후면 그 풍경들이 그리워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내 발에 디뎌지는 길과 주변의 풍경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멀리 우도봉이 보인다. 잠시후면 그리워질 지금 이 순간의 풍경과 느낌이 소중하다.


보는 방향에 따라 느껴지는 생각과 의미가 다르듯,
살아가며 만나는 다양한 상황들도
시야를 바꾸어 생각해 보자.


한적한 마을길을 나오니 우도봉이 더욱 가깝게 보이고 어디선가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고래가 살았다는 동굴이 있는 검은 모래의 '검멀레 해변' 앞바다에서짓 푸른 바다를 가르며 보트가 하얀 물보라와 함께 멋진 무늬를 만들고 있다. 옥색의 바다 위에 새겨지는 선명한 무늬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조화가 이 길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짓 푸른 바다위에 그려지는 원 모양의 물보라가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줄지어 있는 상점들을 지나 우도봉 입구에 서니 좀 전까지 걸어오며 보았던 집들과 건물들이 보이고, 보리밭 사이로 구부러진 길이 멀리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섬의 끝선과 바다의 수평선이 나란히 지나가며 그 앞에 펼쳐진 보리밭과 돌담은 보는 이의 마음을 후련하게 한다.


올레길을 걸으며 생긴 버릇이 하나 있다. 걸으며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다. 앞으로 가는 길이 지루 할 때 뒤를 돌아보면 지나쳐 왔던 풍경들이 다르게 보인다. 보는 방향에 따라 느껴지는 생각과 의미가 다르듯, 살아가며 만나는 다양한 상황들도 시야를 바꾸어 생각해 보자. 그러면 어렵고 고민되었던 문제들도 답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다로 향해 난 구부러진 길. 우도봉에서만 볼수 있는 풍경이다.


우도봉 정상
용기만 있다면 가슴이 시원해진다.


바람도 불고 오르는 경사가 가팔라서 인지 사람들은 우도봉을 오르는 입구에서 모두 발길을 돌린다. 하지만 노력 없이 어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까?


파울로 코엘료는 말했다.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다"라고.

여러 번 가보았던 여행지 임에도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을 다른 누군가로부터 들었을 때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만, 생각해보면 결국은 용기가 없어 가보지 않았거나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누구든 살아가는 과정 속에는 아쉬움이 남는 일이 많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여러 가지 이유가 지만 돌이켜보면 결국은 용기가 없어 시도하지 않았고 부딪혀 보지 못했던 것이다.


선택을 해야 하는 갈등 앞에 서있다면 잠깐은 힘들고 번거로와도 선택 후의 결과에 대해 자신의 마음이 홀가분할 것인지를 판단해 보라. 결정의 결과에 나의 마음이 홀가분할 것인지 아니면 두고두고 머릿속을 맴돌며 아쉬워하고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인지. 그리고 선택에 대해 마음이 편할 것인지 아닐 것 인지의 해답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숨가쁜 오름 이지만 정상이 가까와 온다.


숨가뿜도 잠시. 우도봉 정상에 올랐다. 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장식하고 있는 구름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를 수평선. 목적을 잃어버려 두렵기만 한 암흑 속에서 환한 불빛을 비추어 방황하던 배를 인도해 주는 하얀 등대. 이 모든 풍경을 보니 가슴이 트이며 마음속까지 시원해진다. 정상에 힘들게 오른 사람들 모두가 한참이나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모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음까지 시원 해지는 가슴 트이는 풍경의 넓이 만 행복을 남기고 곳에 있는 사람들의 걱정들이 모두 바람에 실어 저 넓은 바다로 날아갔으면 좋겠다.


하얀등대, 옥빛 바다, 푸르른 하늘을 보니 가슴이 시원해진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초원과 동산


우도 등대는 1906년 처음 무인등대로 시작하였고 그때부터 제주의 등대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1959년 유인등대로 전환하여 97년간 운영해오다 2003년 12월 16미터의 새로운 등탑과 회전을 할 수 있는 등대로 개량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상에 있는 등대 박물관에는 우리나라와 세계 각지의 등대들이 이쁜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똑같이 생긴 등대는 없고 형태나 상이 모두 다른 각 지방과 나라 특색에 맞는 모습들이다.



우도봉 능선
멀리 보이는 풍경을 보며
감탄하느라 힘들 새가 없다.


등대 박물관을 지나 올레 리본을 따라 내려가니 너른 평지와 작은 동산이 보인다. 평지에는 누렁소가 풀을 뜯고 있고 무덤들이 모여 있는 동산에는 말이 한가로이 봄의 여유를 느끼고 있다. 계속 올레 표시를 따라가다 보니 정상에서 이어진 우도봉의 능선이 보이고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를 안은 아빠, 두 손을 꼭 붙잡은 연인,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 멀리까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함께 온 친구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곳에서 멋진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똑같을 것이다. 나도 능선을 따라 오른다. 바람은 거세지만 멀리 보이는 풍경을 보며 아름다움에 감탄하느라 힘들 새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 했으면 좋겠다


우도봉에서의 풍경을 한껏 기억 속에 담으며 걷다 보니 올레길은 어김없이 흙길을 가리키며 빨간 매화가 피어있는 작은 오솔길로 안내를 한다.


조금 전까지의 우도봉과는 달리 바람은 잦아들고 따스한 햇볕만이 비추고 있다. 성산 일출봉이 그림처럼 보이고 그 많던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나 홀로 걷는 호젓한 길이다. 봄의 느낌을 오붓하게 느끼며 작은 숲길을 빠져나오니 다시 바다가 보이고 숨어 있던 우도봉의 뒷모습이 보인다. 짓 푸른 바다 위에 떠있는 배가 더욱 선명하게 보이고 이제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 주기라도 하듯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봄의 정취와 풍경의 아름다움이 더할수록 올레꾼의 걸음은 더욱 느려진다.


에메랄드색 바다위의 우도봉


다시 올 수 있음에도 떠남이 아쉬워지며
섬 속의 스치던 풍경들이 생각난다.


종착지인 천진항으로 가는 길가에는 누가 쌓았는지 모를 돌탑들과 빨갛게 핀 꽃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소가 풀을 뜯고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하루의 낙인 것 마냥 돌담 너머로 강아지가 지나가는 올레꾼을 쳐다보고 있다. 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스치며 지나갔던 풍경들과 생각들을 정리한다. 길을 시작했던 천진항이 있는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눈망울이 너무 선해 보이는 소


걸으면 걸을수록 보 느껴지는 것들이 많은 우도 올레길. 하늘에 떠있던 해도 넘어갈 채비를 하는 듯 바다 위에 늦은 오후의 햇살을 조금씩 내어 보고 있다. 사람들도 즐거웠던 이곳에서의 추억을 뒤로 하고 배를 기다리며 대합실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다시 못 올 곳도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결국은 떠남을 아쉬워하며 좀 전까지 치며 지나갔던 풍경들이 금세 그리워지고 만다.


올레길 따라 우도의 봄은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추운 겨울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따스한 봄 햇살을 비추며 새싹들과 꽃들을 피울 것이다. 그리고 우도 올레길 위의 봄은 이쁜 유채꽃 들꽃, 돌담 사이로 바람에 넘실대는 보리, 우도봉 아래 펼쳐진 에메랄드 바다와 그 경계에 맞닿아 있는 푸른 하늘과 구름을 보여 줄 것이다. 어쩌면 성급한 봄은 제주 동쪽 성산 어디쯤에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봄은 제주 동쪽 섬 우도의 올레길을 따라 조금씩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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