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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디 Madie Sep 09. 2024

7호. 요가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 (3)

사랑받고 미움받는 한 요기니의 고백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마디예요. 이번 주도 요가레터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호의 플레이리스트 선물을 많이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요가 얘기 많이 들려드릴게요. 


요가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 1편의 다니엘이 인스타그램으로, 2편의 애드리안이 유튜브로 크게 성공했다면, 오늘의 주인공은 그 모든 걸 합한 것도 모자라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베스트셀러 책을 쓰고, 월드 투어까지 다니는 요가 크리에이터입니다. 


요.백.사 시리즈 그 세 번째 주인공은 키노 맥그레거 Kino MacGregor 입니다.  



이 글은 [요가레터 OLLY]에서 발행되었습니다.

더 편하게 읽으시려면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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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옴스타즈 OMSTARS 라는 서비스 들어보셨어요?


전 얼마 전까지 독일에 살았는데요, 수련하러 요가원에 갔더니 샬라 한 켠엔 카메라가 있고 선생님이 마이크를 차고 수업을 하시더라구요. 코로나가 끝난지 얼마 안돼서 요가원 자체 온라인 수업인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옴스타즈란 플랫폼을 통해 라이브로 중계하는 거였어요.


알고보니 이 플랫폼, 세계 최대의 요가 스트리밍 서비스더군요. 이 요가 스타트업, 오늘의 주인공인 키노 맥그레거가 2017년 창업했습니다. 오늘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일본 할아버지의 미국 손녀

Ⓒ Keen On Yoga


1977년 마이애미, 일본계 엄마와 스코틀랜드계 아빠 사이에서 키노 맥그레거가 태어납니다. 어린 키노는 외할아버지를 그램피라고 부르며 그와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할아버지는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미국으로 망명한 일본인 이민 1세대였습니다.


키노는 어릴 때부터 소리, 냄새, 촉감에 민감한 아이였어요. 입도 짧았죠. 일본과 뉴욕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할아버지는 그런 키노와 식재료를 가지고 놀았대요. 할아버지는 딸기에 설탕을 가득 묻혀 눈이 내린 산처럼 만들어 주며 '먹는다는 행위'가 재밌고 의식적인 경험이라는 걸 일깨워주셨죠.


그램피는 늘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제겐 그가 제 마음에 닻을 내린 것마냥 편안하게 느껴졌어요. 일본과 스코틀랜드, 그리고 미국.. 어릴 때 제가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 몰라 혼란스러웠거든요. (...) 그래서 자신감 넘치고 온전해 보이는 할아버지를 좋아했던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Mindfulness through Story


평소에 아이키도를 수련했고 80대에도 키노와 숨바꼭질을 하며 놀만큼 정정하시던 할아버지는 암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납니다. 


그의 부재에 대해, 가족들은 아홉살 키노에게 아무런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키노는 할아버지가 떠난 후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다 잊어버렸어요. 원래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던 그녀에게 무력함과 절망감까지 덮쳤죠. 


우울증이 10대 내내 그녀를 따라다니며 괴롭힙니다. 


움직임이라는 약 


키노의 우울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어요. 

숱한 밤을 파티와 술과 약물에 취해 보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한 요가 수업에 참여하게 됐는데, 호흡과 몸과 마음이 아주 오랜만에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대요. 키노는 곧 방탕한 생활을 정리하고 뉴욕대 대학원에 입학해 건강에 대해 공부하기로 합니다. 


그러던 중 키노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 미국공영라디오방송 NPR



항상 편안해 보이던 할아버지는 사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용소에 갇혔던 적이 있었다는 걸요. 


가족 모두가 쉬쉬하는 역사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전쟁 전에 망명해 이미 미국인이었지만 미국 정부는 당시 전쟁 대상국이던 일본, 독일, 이탈리아의 피가 흐르는 많은 미국인들을 수용소에 가뒀대요. 나중에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지만 할아버지는 받지 않았죠. 키노의 엄마 역시 이민 2세대로써 심한 인종차별과 정체성 혼란을 겪었구요

.

키노는 본인이 겪고 있는 이 우울함이 사실은 세대를 타고 내려오는 슬픔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앞서 간 가족 중 누군가가 겪었던 긴장감, 억울함, 슬픔이 본인의 몸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느꼈죠. 키노는 그렇다면 해결방법도 역시 몸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PTSD 전문가 반데어콜크는 그의 책 '몸은 기억한다 The Body Keeps the Score' 에서 “몸에는 비극적인 경험의 흔적이 남는다. 트라우마의 기억이 내장 감각기관으로, 가슴을 찢고 속을 뒤틀리게 하는 감정으로, 자가 면역 질환과 골격·근육계 이상으로 암호화되어 남는다" 라고 말하며 트라우마 치료에 효과적인 활동으로 요가, 마사지, 연극, 합창 등을 꼽은 바 있습니다. 


새로운 요가 아이콘의 탄생 


얼마 전까지 아침 8시까지 파티를 하곤 했던 22살 키노는

이제 일주일에 6일, 매일 아침 8시에 아쉬탕가 요가원으로 향합니다. 


뉴욕의 아쉬탕가 커뮤니티는 그녀를 따뜻하게 품어줬죠. 그러던 중 함께 수련하던 몇몇이 아쉬탕가 요가의 본거지 인도 마이솔로 향하는 걸 보았고 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수련 1년차 키노도 인도 마이솔로 떠나보기로 해요.


Ⓒ 키노 맥그레거 인스타그램 @kinoyoga



당시엔 몰랐지만 그녀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키노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25년간 매년 인도 마이솔로 향하게 됐거든요. 그 곳에서 채식도 시작하게 됐구요.

완전히 아쉬탕가 요가 수련의 길로 들어서게 된 키노는 그 곳에서 아쉬탕가 요가의 창시자 파타비 조이스 그리고 그의 손자 샤랏 조이스로부터 사사 받았고 29살의 나이로 미국에 몇 없는 아쉬탕가 공인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샤랏 선생님과 마이애미에서 함께한 키노&팀 Ⓒ 팀 펠트만 @timfeldmannyoga


지금의 남편 팀도 마이솔에서 만났어요. 덴마크 출신의 안무가 팀 역시 아쉬탕가 레벨2 공인지도자로서 2006년부터 키노와 함께 마이애미에 아쉬탕가 요가원을 설립해 운영 중입니다. 


저는 계속해서 요가를 수련하고 내 몸의 언어, 필요, 가능성, 한계를 배우면서 치유의 길을 찾아갔습니다 - 키노 맥그레거


좋은 건 좋다고 크게 말하기


인기 팟캐스트 여둘톡의 슬로건은 '좋은 걸 좋다고 말하기'입니다. 요가수련 약 30년차 키노 역시 이 슬로건의 신봉자인 것 같아요. 가능한 모든 플랫폼을 통해 아쉬탕가 요가와 위빠사나 명상을 통한 요가로운 삶에 대해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거든요. 


11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키노의 인스타그램 @kinoyoga


제가 위에서 그녀를 '요가 크리에이터'라고 부른 이유가 여기 있어요. 


첫째, 열심히 글을 씁니다. 


기자로 일하며 요가 강사 일을 병행했던 키노는 디지털 글쓰기에 익숙합니다. 2000년대 개인 블로그에서 마이솔 수련 기록을 적는 것부터 시작해 요가저널의 에디터를 거쳐 지금까지도 그녀의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것을 이어오고 있어요. 2013년부터 2-3년에 한 번씩 꾸준히 책을 내고 있구요, 올해 여름에도 한 권의 책이 발간될 예정입니다. 

키노가 발간한 아쉬탕가 요가 수련 가이드와 요가 에세이



둘째, 말하기에도 진심이에요.


영상촬영과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응하죠. 지금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틱톡, 스레드, 트위터, 팟캐스트까지! 거의 모든 소셜 미디어에서 활짝 웃는 얼굴과 함께 그녀의 일상과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요가저널 표지에 실린 키노 Ⓒ Yoga Journal


한 때, 이렇게 요가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그녀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보수적인 "요가 경찰" 들은 형광색 핫팬츠를 입고 금발로 염색한 키노가 DVD와 책을 팔고 영상을 찍는 걸 보고 요가계의 킴카다시안이냐며 조롱했죠. 마이솔에서 수련하던 이들조차 싸늘한 시선을 보내자 그녀는 스스로 긴 글을 써 이렇게 답했어요.


저는 제가 요가계의 오프라 윈프리에 더 가깝기를 바랍니다. (...) 저는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원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른 아침 조용히 마이솔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존경하지만, 저는 요가의 홍보대사가 되고 싶어요. 제가 경험했던 인도의 스승님 그리고 아쉬탕가 요가의 진정한 가르침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거든요. 사랑받고 미움받는 아쉬탕기의 고백



⭐️ 요가계의 넷플릭스 OMSTARS


팬과 안티팬을 모두 거느리게 된 요가계의 슈퍼스타 키노, 2017년엔 아예 요가 TV를 제작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옴스타즈 Omstars 의 시작이죠.


그녀는 옴스타즈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요가는 음식 선택, 사회나 환경에 대한 인식 등 삶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당신이 세상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을 더 민감하게 만들죠. 제 경우엔, 몇 년 동안 요가를 수련하면서 평범한 TV 시리즈가 더이상 재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 그래서 전 세계의 요기들이 함께 수련하고 컨텐츠를 만드는, 그런 요가 TV 채널이 있으면 멋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사우스 플로리다 스타일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옴스타즈는 보통의 온라인 요가 프로그램과는 조금 달라요.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5,000개가 넘는 고품질 컨텐츠: 


옴스타즈에 등록된 영상은 정말 다양합니다. 아쉬탕가, 빈야사, 인, 하타, 지바묵티, 같은 다양한 요가 스타일 뿐만 아니라 가이드 명상, 자연식이나 비건식 요리 수업도 들을 수 있죠. 할아버지의 유산이 여기서 보이네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위해 바가바드 기타 강독 같은 요가철학 수업도 제공하고 운전할 때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도 있습니다.



2) ('24년 3월 기준) 무려 225명의 선생님과 함께해요: 


아직까지는 북미와 유럽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한 달 2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내게 맞는 난이도, 요가 스타일, 선생님을 선택해 수업을 들을 수 있어요. 소규모 요가원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스케일이죠. 선생님 한 명 한 명의 프로필과 개인 홈페이지가 등록되어 있어 옴스타를 통해 전세계 요가 커뮤니티와 함께하고자 하는 키노의 방향성이 잘 느껴집니다. 


함께 하고 싶은 선생님의 스타일에 따라 검색할 수 있다 Ⓒ Omstars



3) 나도 커뮤니티의 일부라는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 키노는 "도반"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번 얘기했는데요. 옴스타즈는 전 세계의 수련자들이 늘 연결되고 응원 받을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라이브에 참여하면 실시간으로 질문을 주고 받을 수도 있어요. 


여러분이 새벽 5시에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수련을 가는 것에 박수를 보낼 요가 친구(상가, Sangha)가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요가 친구들은 와인과 담배 대신 신선한 녹즙과 머리서기를 축하하죠. 몇 초 동안 머리로 균형을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눈물이 나려고 하는 이유를, 수련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 서로에게 좋은 요가 친구가 되어주세요. 강해지세요, 평화로워지세요, 그리고 수련하세요. 요가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 @kinoyoga


요약해 볼게요


삶으로 보여주는 회복과정

가족의 트라우마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요가를 시작했던 키노는 아쉬탕가 요가라는 전문성을 갖고 매주 6일 수련을 이어가며 전세계에 요가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고 있어요.


글쓰기와 말하기라는 무기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자신의 생각과 개성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20년 간 요가와 함께 단련한 글쓰기, 말하기 능력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해요. 선구자에게 뒤따르기 마련인 숱한 비난에도 스스로를 솔직하게 변호하며 더 많은 팬을 갖게 됐죠. 


요가로운 비즈니스 결정

키노는 유명세를 이용, 옴스타즈를 통해 창출되는 부를 독점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보다는 수많은 요가원, 요가 선생님들을 위한 판을 깔아주기를 선택했어요. 느리더라도 수많은 도반들과 함께 더 멀리 더 오래 가기를 선택한 키노의 결단은 그녀의 철학과 용기를 잘 보여줍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제가 찾고 있던 온전함과 편안함을 이제는 제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나는 나를 괜찮게 만드는 사람이다' - 키노 맥그레거

모두의 인생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요.  

그리고 저는 이런 스토리를 발굴해 공유하는 데서 큰 기쁨을 느낍니다. 우리 모두는 엄청난 숫자 그 자체보다는 그 뒤에 숨은 이야기로부터 감동과 영감, 또 한 발 내딛을 용기를 얻으니까요.


요가레터를 쓰는 한 주 내내 키노 선생님의 수업 영상을 보고 팟캐스트를 들었습니다. 

"(요가를 통해) 나는 나를 괜찮게 만드는 사람이다"라는 그녀의 메세지를 기억해 봅니다.




혹시 요가 선생님이신가요?

그렇다면 그녀가 전세계의 요가 선생님에게 남긴,

[요가 선생님이 된다는 것의 의미] 글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글은 [요가레터 OLLY]에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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