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갈리는 아쉬탕가? 함께 탐구해봐요!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마디예요.
오늘은 지난 호의 주인공 칩 윌슨도 수련했던 "아쉬탕가 요가"에 대한 레터를 준비했어요.
아쉬탕가 요가, 좋아하시나요?
저는 퇴근 시간에 맞춰 들어간 첫 요가 수업에서 아쉬탕가를 만났어요. 쉴 새 없이 반복되는 빈야사의 향연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는데요. 이게 무엇인지는 잘 몰랐지만, 그다음 날 온 몸이 후들거리는데도 그다음 수업 역시 아쉬탕가로 예약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정해진 시퀀스를 따라가는 동안 시끄럽던 머릿속이 고요해지고 온 몸이 개운해지는 경험, 참 중독성 있더라구요.
이렇게 완전한 몰입의 경험을 선사하는 아쉬탕가 요가는 확고한 팬층이 있는 장르인데요. 모든 요가원에서 가르치지는 않기 때문에, 생소한 분들도 계실 거예요.
이번 호와 다음 호는 특별히 국내 최연소 아쉬탕가 공인 선생님이신 최규빈 선생님과 함께 아쉬탕가 세상으로 풍덩 빠져볼게요.
아쉬탕가, 태어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아쉬탕가의 정확한 명칭은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Ashtanga Vinyasa Yoga 로, K. 파타비 조이스가 1948년 개발한 요가 스타일입니다.
인드라데비 편에서 나왔던 크리슈나마차리아 선생님 기억하세요? 20세기 인도 마이솔 왕궁, 크리슈나마차리아 선생님의 지도하에 수련하던 제자는 인드라데비 외에도 여럿이 있었어요.
1920년대 구루는 당시 인도 남부 지역에서 활동하며 요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양한 시연과 강의를 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인도 남부 코우시카 출신의 파타비 조이스도 당시 그 시연을 본 소년 중 하나였어요. 구루의 아사나 시연에 깊게 감명받은 그는 12세의 나이로 요가를 탐구하기 위해 마이솔로 향했습니다.
파타비 조이스는 B.K.S. 아엥가와 더불어 구루의 가장 뛰어난 제자라 일컬어집니다.
저는 1927년부터 1953년까지 구루와 함께 공부했습니다 (...) 첫 5년간 저는 고대 문헌을 공부했습니다. 구루는 저를 집으로 부르시고는 바깥에 세워두셨어요. 가끔은 온종일 밖에서 기다렸죠. 선생님은 매일 1~2시간씩 지도해주셨습니다. 아침 일찍 아사나를 하고 정오가 되면 철학 수업을 들었어요. 호흡, 감각 제어, 집중, 명상도 가르쳐주셨지요. 요가 수트라와 바가바드 기타는 물론이고 바시스타, 야즈나발키아, 사미타도 공부했습니다. 모두 산스크리트어로 배웠지요. ~ 파타비 조이스
그러다 파타비 조이스는 요가 체계에 대한 내용을 담은 고대 문헌, 요가 코룬타에 대해 배우게 되는데요. 그는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체계를 수립했어요.
구루의 지도하에 25년간 수련한 끝에 드디어 1948년, 마이솔에 자신의 이름을 딴 아쉬탕가 요가 연구소 K. Pattabhi Jois Ashtanga Yoga Institute (KPJAYI) 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이 공간을 통해 아쉬탕가 요가만의 수련 스타일과 계보가 있는 요가 체계를 발전시켰어요.
※ 아쉬탕가 요가의 창시자로서, 파타비 조이스는 널리 존경받는 구루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후 그가 장기간에 걸쳐 학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추문에 휩싸였고, 조사 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괴물이 된 구루들 편에서 확인해주세요.
이런 아쉬탕가 요가에는 다른 요가와 구별되는 3가지 특징이 있어요.
아쉬탕가 요가의 가장 큰 특징은 아래 이미지와 같이 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어느 요가원을 가든 아쉬탕가 요가의 순서는 같습니다. 모든 순서에는 아쉬탕가의 핵심 요소인 트리스타나, 즉 자세(아사나), 호흡 (우짜이 프라나야마), 그리고 시선(드리스띠)이 결합되어 있지요.
파타비 조이스는 호흡이 독소를 배출하고 우리 몸을 정화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사나'만' 수련하는 것은 단순 기교에 지나지 않는다고요.
아쉬탕가 요가 초급 Primary 시리즈
아쉬탕가 오프닝 챈팅을 합창한 후 태양 경배 자세인 수리야 나마스카라 A와 B를 5세트 반복하고, 각 시리즈 별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일련의 동작, 시선, 호흡을 수행합니다. 초급(프라이머리) 시리즈 수련이 끝나면 선생님 허락하에 그다음 레벨인 중급(인터미디엇)과 고급(어드밴스드 - A, B, C, D) 시리즈로 넘어가게 된다고 하는데요.
아쉬탕가 시리즈, 단계별로 얼마나 오래 수련해야 하는 걸까요?
규빈: 개인마다 차이가 크지만 대략 프라이머리 3년, 인터미디엇 10년 (앞선 3년 포함), 이후 어드밴스드 A 20년 (앞선 10년을 포함) 정도로 봅니다. 정해져있는 아쉬탕가 요가 시퀀스를 수련하는 것은 매일 비슷한 하루를 살면서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공하는 우리의 삶과도 참 닮아 있어요. 그래서 전 아쉬탕가의 시퀀스가 무엇 하나 보탤 것 없이 완벽하다고 생각해요. 천재적이죠.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멋진 시퀀스는 못 만들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혼자 아쉬탕가 마이솔을 해보았다. 아직 순서가 헷갈리긴 하지만 수업에 맞춰 따라가는 게 아닌, 내 호흡대로 할 수 있다는게 좋았다 이효리
아쉬탕가가 태어난 도시의 이름을 딴 "마이솔"은 아쉬탕가만의 자기 주도적인 수련 방식을 일컫습니다. 모든 순서가 정해져있으니 자신의 몸과 컨디션에 맞게, 자기만의 속도로 수련하는 것입니다.
규빈: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학창 시절에 성적 정말 좋은 친구들은 오히려 학원 안 다니고 자기 주도 학습하는 친구들이었던거요. 마이솔이 바로 그거예요. 선생님의 가이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나의 호흡과 몸을 관찰하며 시퀀스를 행하는 거죠. 그렇다보니 다른 요가를 할 때보다 몸과 마음의 진전이 더 확실하게 느껴져요. 자습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led 클래스로 내가 수련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요가원 시간표를 보면 보통 가장 이른 시간에 있는 것이 이 "마이솔" 수련이에요. 선생님의 지도와 구령을 따라가는 90분 수업은 레드(Led) 클래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1:1 구전 전수의 전통을 지켜가는 아쉬탕가 요가는 오프라인 수련을 통해 선생님을 '공인'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 전통은 2009년 파타비 조이스 사망 이후에도 그의 가족들 (손자 Sharath 과 딸 Saraswathi) 에 의해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공인 선생님들은 전 세계에 퍼져있다가도 아쉬탕가 수련 기간이 되면 인도 마이솔 Sharath Yoga Center 또는 KPJAYI에 모여 1~3달 간 수련합니다.
공인 선생님에 대한 인가는 authorized (레벨 1, 레벨 2) 그리고 certified 로 나뉩니다. 레벨에 따라 가르칠 수 있는 시리즈와 아사나가 다르구요. 공식적이진 않지만 통상적으로 authorized 의 경우 마이솔에서 3번 이상 수련, certified 는 마이솔에서 10번 이상 수련이라는 최소 요건이 충족되어야 그 자격이 주어진다고 하네요.
각 센터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나라별로 공인된 선생님들의 명단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마이솔에 처음으로 가기를 원하는 학생이 있다면 우선 이렇게 "공인" 인가를 받은 선생님 아래에서 최소 3개월 이상 수련해야 하고, 그 선생님의 이름으로 추천서까지 받아야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해요.
이렇게 전통적인 "계보"가 이어지는 시스템, 흥미롭죠?
규빈 선생님의 경우 국내 공인 선생님 아래 수련하다 19년, 22년, 23년 총 3번 마이솔에 다녀오셨고, 세 번째 해였던 작년에 공인 (authorized) 자격을 얻으셨다고 합니다.
규빈: 2023년, 공인을 인가받았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전 세계에서 공인을 인가해주실 수 있는 분은 샤랏 구루지 오직 한 분이세요. 구루지께서 수련 후 인사를 하거나, 백밴딩 자세를 도와주실때 "너 몇 번째 왔어? 마지막 아사나가 뭐야?" 등을 물어보십니다. 그리고 나서 이 사람의 평소 행실과 같은 최소 조건을 충족하는지 확인되면 그 때 공인을 인가해주세요.
마이솔에서 수련하고 승급되는 것은 아쉬탕가 공인 선생님으로서 지켜야 하는 의무이기에, 규빈 선생님도 매년 마이솔에 갈 예정이라고 하시는데요. 매년 최소 한 달에서 석 달 간의 시간 동안 멈춰야 하는 경제적 활동, 그리고 여행 경비를 생각하면 쉽지만은 않은 결정일 것 같습니다.
규빈: 네 맞아요. 왜냐하면 갈 때마다 거의 모든 수업을 그만두어야 하고, 1년을 열심히 모은 돈을 인도 가는 것에 쏟아붓는 꼴이 되거든요. 주변 사람들도 "인도를 왜 매년 가는 거야?" 라고 묻지만, 저는 거기서 얻는 게 많아요. 눈에 보이진 않지만 다 비우고, 다시 채우고 하는 과정을 겪고 돌아오는 거죠.
제가 요가학교를 다니던 중에 알게 된 사실은, 아쉬탕가 요가는 유럽보다는 북미와 아시아에서 더 인기가 많은 장르라는 거였어요. 유럽 친구들이 말하길, 아쉬탕가 요가는 숙련자를 위한 요가라는 이미지가 있다면서요. 반면 북미나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은 한 번쯤은 아쉬탕가 수련 경험이 있었죠.
마이솔에서 공인 받으신 선생님의 수도 이를 잘 보여줍니다. 샤랏요가센터의 공인 선생님 리스트에 따르면 2022년까지 인가된 아쉬탕가 선생님의 수가 미국이 160명으로 1위, 그리고 한국이 52명으로 무려 전세계 2위예요.
미국에선 요가가 70년대부터 인기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공인 선생님 수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숫자죠. 그 덕에 아쉬탕가 요가는 한국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요가 중 하나가 되었어요.
서구에서는 A타입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아쉬탕가에 유독 끌려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하는데요,
A타입의 사람들은 야망 있고, 뭐든 열심히 또 완벽하게 하려 하고, 경쟁적인 특성이 강하대요.
그러다 보니 성취하는 것도 많지만 동시에 성격이 급하고 긴장감도 높다고 합니다.
눈 앞에 뚜렷하게 보이는 시퀀스 진도, 정확한 규칙과 주 6일 수련 스케줄까지.. 이 아쉬탕가 요가는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는 다 갖추고 있는 거 같은데요. 하지만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법, 규빈 선생님께 아쉬탕가는 어떤 사람이 하면 좋은 요가인지 여쭤봤어요.
규빈: 사실 아쉬탕가는 너무 몸이 안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요가에요. 과학적으로 치유의 효과가 입증된 시퀀스거든요. 하지만 굳이 꼽아본다면 '나 스스로를 잘 모르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내 감정이 왜 이럴까, 내 몸은 왜 이럴까, 더 나아가서 나는 왜 살고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께 좋아요. 왜냐하면 아쉬탕가는 많은 생각 없이 일단 그냥 하면 되거든요. 분명히 요가 수련을 이어간다면 궁금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되기도 하구요. 수련하는데 제일 중요한건 '그냥 한다' 입니다. 오늘 날씨가 안 좋아서, 오늘 근육통이 너무 심해서, 몸이 안 좋아서 등등 수련 안 할 핑계는 너무 많아요. 근데 '그냥' 해야 해요. 몸이 자연스럽게 요가원으로 같은 시간에 끌려가듯 해야 하죠. 그러다 보면 아쉬탕가의 참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아쉬탕가를 아시나요? (2) 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