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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디 Madie Sep 11. 2024

9호. 요가로 억만장자가 된 사람: 칩 윌슨

흙수저 수영선수, 요가를 만나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오르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마디예요.

이번 호 주제는 요가로 백만장자가 아닌 억만장자 Billionaire 가 된 사람입니다. 

원화로는 자산가치가 9조 4천억에 달해요. 올해 포브스 선정 세계의 최고 부자 403위에 이름을 올렸죠. 


이 글은 [요가레터 OLLY]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에서도 만나요 -> @theyogacurator

요가 클래스에서 힌트를 얻어 애슬레저라는 카테고리를 전 세계 트렌드로 만든, 그리고 이제는 나이키의 아성에 도전하는 브랜드 룰루레몬의 창시자, 오늘의 주인공은 칩 윌슨입니다. 한 때 흙수저 수영 선수였지만 현대인들이 운동복을 입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린 이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현대 운동복의 진화


꼬마 수영복 사업가


1955년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난 칩 윌슨은 미국과 캐나다 이중국적자입니다. 


아이스하키와 풋볼 선수였던 아버지, 체조선수이자 수영장 구조요원이었던 어머니는 칩이 5살이 되던 해 캐나다 캘거리에 정착했어요.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던 가정형편, 부모님은 일하는 동안 칩과 형제들을 수영장에 보냅니다. 수영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았고 어머니가 잘하는 운동이었거든요. 그렇게 형제가 다 같이 새벽 6시면 일어나 고강도로 훈련하는 수영선수 생활을 했죠.  

캐나다 전국 수영대회에 나간 어린 시절의 칩 © human biography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하던가요? 어느 날 칩은 수영 모임에서 다른 친구가 멋진 꽃무늬 수영복을 입고 있는 걸 발견했어요. 물 건너온 Speedo 스피도 수영복이었죠. 그 수영복을 꼭 갖고 싶었던 열살배기 칩은 어머니와 함께 스피도 여러 개를 구매해서 팔아보자는 계획을 세웁니다.

결과는 대성공! 당시 캐나다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물건인 데다 수영계에서 꽤 유명했던 칩의 패션을 따라 하는 선수들이 많아 원래 샀던 가격보다 아주 비싸게 팔 수 있었대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이 경험은 작지만 강렬한 성공이었습니다.  


철학과 기능의 러브스토리 

비록 나중에는 이혼하셨지만 칩의 부모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가 룰루레몬 창업자라는 사실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먼저 아버지를 볼까요. 


요가레터 1호 스티브잡스 편에서 다뤘던 것처럼, 칩의 아버지도 그 당시의 히피 열풍에 영향을 받아 공동체, 요가, 심리요법, 유사 예술에 심취해 있었대요. 체육 교사 은퇴 후에는 마음챙김, 명상, 요가, 대체의학을 연구하는 캘리포니아의 한 휴양센터에 정원사로 일하기도 했죠. 아버지는 종종 워크숍에 다녀와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게 인생이야!" 라고 칩에게 말했는데 이런 마음챙김은 나중에 룰루레몬의 핵심 슬로건 중 하나가 됩니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교훈에 따라 나는 내 몸의 한계를 넘어서는 육체적 고통에 맞서면서 무아의 경지를 경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의 기초 과정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루에 두 차례씩 매일 했던 운동이 나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준 것 같다 / 칩 윌슨 『룰루레몬 스토리』 1장 캘리포니아에서 캘거리로  
철인 3종경기에 푹 빠져있을 때 칩은 사이클링용 쇼츠를 개발하기도 했다


반면, 어머니는 재봉 솜씨가 무척 뛰어난 가정주부였어요. 


어린 칩은 엄마와 함께 있고 싶었기 때문에 패턴과 원단이 가득한 봉제 작업실에서 엄마가 무얼 하는지 지켜봤죠. 아버지가 투잡을 뛸 만큼 빠듯했던 가정 형편 때문에, 어머니는 의류 원단을 최대한 아끼면서 직접 옷을 만들었어요. 칩은 이 노하우를 배워 나중에 수천수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됩니다. 나중엔 지나가는 사람의 옷을 쓱 보기만 해도 그 옷이 얼마나 편안하고 기능적인지 가늠할 수 있는 눈도 기르게 되었죠.


누군가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우선 내가 굉장히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옷의 모든 것에 관하여 생각하고 고민한다. (...) 나는 대부분의 의복의 원단이나, 심, 모양, 색상 등을 보면서 짜증을 느낀다.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옷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움을 느낀다. 나는 대부분의 의복의 원단이나 심, 모양, 색상 등을 보면서 옷이 나의 몸에 딱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칩 윌슨 『룰루레몬 스토리』23장 밥 미어스가 떠난 후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철학과 기술, 이 2가지 키워드는 칩의 인생을 관통하게 됩니다.  


30개년 계획


칩의 MBTI를 유추해 본다면 대문자 T와 J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매우 현실적이고 고집스럽게 계획을 세워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거든요.


일례로 그는 대학 시절 알래스카 송유관 건설 현장에서 1년 반 동안 일했어요. 


18시간에 달하는 고강도의 노동을 하고 밤에는 필독 도서 100권 리스트에 따라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에게 독서는 이때 이후로 삶의 일부가 되었어요. 당시 19살이던 칩은 30개년 인생 계획을 세웁니다. 20살에 내 집 마련, 30살 전 창업, 40살 전 은퇴하는 계획이었죠.


칩이 5년간 다녔던 석유회사 돔. 1988년 파산했다.


현재 가치로 10억에 가까운 돈을 막노동을 통해 번 스무 살 칩, 캐나다로 돌아와 집과 차를 장만하며 계획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웁니다. 이제 경제학사로 졸업한 25살 칩은 5년 간 돔 Dome 석유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겨울에도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던 칩, 양복을 입는 게 영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사이드로 하던 의류 사업이 꽤 호응을 받았고 월급으로 그 사업비를 충당했거든요. 


이것은 30대 이전에 창업한다는 계획의 일환이었습니다. 


우리 가판대는 회사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하루가 마감되면 들어온 돈으로 원단을 구입하고, 그 원단을 재단사와 재봉사들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90분 수영을 하고 아주 배부르게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나는 일찍 일어나서 자전거로 두 시간 정도를 달려서 도시 반대편으로 가서 재봉사로부터 완제품을 받아 매장으로 배송했다. 그러고 나서 정장으로 갈아입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출근했고, 점심에 10km 쯤 달렸다. (...) 그 시절은 참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멋진 시절이었다. 지금도 그 시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 칩 윌슨 『룰루레몬 스토리』 3장 Fine like Wine

어머니와 전문 재봉사의 힘을 빌려 쿨한 '캘리포니아 스타일' 랩 쇼츠를 여러 벌 만들어서는 캘거리 시내에 가판대를 두고 여름마다 팔았는데요, 지금처럼 물자의 교류가 쉽지 않던 시절 캘리포니아 스타일을 동경하던 사람들은 열광했어요.

웨스트비치 시절의 칩, 할머니와 함께 © Chip Wilson


이것이 칩이 룰루레몬 이전에 18년간 운영한 웨스트비치의 시작이었습니다. 웨스트비치는 서핑, 스케이트보드, 스노보드 의류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칩은 42살에 이 기업을 매각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른 은퇴를 하게 됩니다.  


땀 전문가, 요가를 만나다  

© Chip Wilson Facebook


수영, 레슬링, 등산, 철인3종, 스케이트보드, 스노보드, 스쿼시까지... 칩은 평생 수많은 운동을 사랑했고 섭렵했어요. 매일 땀을 흘렸죠.


1997년, 이제 42살이 된 그는 등의 통증을 해결하려 난생처음 요가수업에 참여하게 됩니다.


요가를 하려면 상당한 집중력과 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과거 운동선수 시절처럼 엔도르핀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평소와는 다른 경험이었다. 체구가 크고, 타고난 균형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전에 겪어 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 것이 즐거웠다. 나는 요가를 시작하자마자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 칩 윌슨 『룰루레몬 스토리』 10장 룰루레몬의 탄생 


우연히 들어간 요가 수업이었지만, 스포츠광이자 원단광이었던 그는 첫 요가 수업부터 요가복으로 적합한 원단을 생각했어요. 이제 막 회사를 매각한 마당에 바로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았던 칩, 그러나 창조적인 욕구는 억누르려 해도 계속해서 꿈틀댔습니다. 칩은 요가복의 두께, 무게, 바느질, 솔기 부분, 봉제 방식, 땀 흡수와 배출, 세탁 후 수축, 구매 후 수선 문제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죠. 


ⓒ Chip Wilson


철학과 기능성을 강조한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의 시작이었습니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일단 모든 걸 걸어보기로 해요. 


건강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고소득 고학력 여성의 수가 늘어나고, 요가가 떠오르는 트렌드임을 빠르게 파악한 칩은 그간의 경험을 응집해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보기로 합니다. 요가 포즈를 하기에 적합한 최고의 원단에 최고의 재봉 기술을 사용해 '기능성 디자인'을 구현하고, 쇼핑백 옆에는 웰니스에 대한 그의 '철학'을 담은 선언문을 인쇄했죠.


그리고 브랜드의 타깃과 같은 똑똑하고 야망 있는 여성들을 채용해 '에듀케이터'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타사보다 30% 높은 임금을 받으며 디자인, 매장 관리 회의에 적극 참여하면서 스스로가 일개 판매사원이 아니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죠. 직원들은 스스로 정한 개념 안에서 독립적으로 일했습니다.


당시 쇼핑백에 인쇄되었던 룰루레몬 매니페스토

룰루레몬의 고객 역시 충분히 똑똑하기에 직원들이 고객에게 어떤 것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입발린 말은 거짓이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죠. 매장에서는 커뮤니티 요가 클래스가 열렸고 통창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게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진짜가 아니면 안 돼

 

칩은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과 철학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최우선 순위에 가족을 두었고, 본인이 생각하는 철칙, 몇 개년 계획에 따라 비즈니스를 운영했습니다. 

밴쿠버 저택에서 © The New York Times


칩의 자서전을 읽다 보면 그가 싫어하는 것 몇 가지가 자주 언급되는데요. 

그것은 바로 양복, 담배, 정크푸드, 탄산음료, 그리고 거짓말입니다.


매장에서 흡연하는 고객은 가차 없이 내쫓았고, 스포츠웨어를 파는 박람회에서 양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세일즈맨은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죠. 탄산음료가 룰루레몬 사무실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기함했고요. 칩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자기 계발하고, 꾸준히 운동하며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자신의 삶을 사랑했고 고객 역시 그런 사람이길 원했습니다. 


룰루레몬의 브랜드 가치는 어떤 사람들에게 판매했는가 못지않게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팔지 않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만의 고급스러움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거짓말쟁이들, 사기꾼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입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룰루레몬은 성장할 수 있었다. / 칩 윌슨『룰루레몬 스토리』 16장 토론토  


이런 칩의 강한 믿음과 솔직함은 삽시간에 많은 룰루레몬 팬을 만들어낸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지만, 회사가 커지고 룰루레몬 고객의 층위가 점점 다양해지며 문제가 되었습니다. 룰루레몬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가에 대한 농담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뭇매를 맞게 되었고, 보풀 문제에 대해 답하다 "솔직히 말해서 일부 여성들의 신체는 우리 제품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고 한 발언은 그가 결국 룰루레몬 이사회에서 쫓겨나게 되는 원인이 되죠. 


지금도 칩은 룰루레몬의 최대 개인주주로서, 대중성을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밴쿠버에 거주하며 본인이 겪고 있는 안면견갑상완근이영양증 치료법 개발을 포함한 자선재단 활동과 투자에 더욱 힘쓰는 모습이에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물론이고요.


정리해 볼게요


철학과 기능에 집착하다

성공적인 삶을 위한 철칙, 그리고 기능성 의류라는 전문 분야에 천착하던 칩은 요가라는 거대한 파도가 다가오는 것을 포착하고 그대로 올라탔습니다. 스스로 18년간의 MBA라고 불렀던 웨스트비치에서의 사업 경험과 기능성 의류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대세를 만나 룰루레몬이라는 결실을 맺었어요.  


Walk the Talk, 언행일치 

칩은 그저 "팔기 위해서" 룰루레몬의 라이프스타일과 철학을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갖가지 운동을 통해 훈련하고 독서하며 깨달은 인생의 진리가 그 자기 자신에게 너무나 중요했고, 그대로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직원들도 그렇게 훈련했고 또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기를 원했죠. 이런 언행일치 때문에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때론 너무나 직설적이고 솔직한 그에 태도에 대해 반발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인생의 최우선 순위, 가족

칩의 자서전에는 거의 매 챕터마다 가족, 특히 아이들에 대한 언급이 등장합니다. 많은 자서전을 읽었지만 이렇게 가족에 대해 자주 얘기하는 건 칩이 처음이었어요. 그가 웨스트비치를 매각한 것도, 룰루레몬에서 물러나려 한 이유도 가족과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마지막 33장의 제목은 "승자는 카드를 언제 접어야 하는지 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분명 사업적으로 더 큰 야망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최우선 순위에 따라 가족과의 시간을 선택한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여러분의 인생 최우선 순위는, 무엇인가요? 


칩 윌슨의 가족 © Chip Wilson


오늘 레터는 칩 윌슨이 작성한 책 『룰루레몬 스토리』 를 비롯, 다양한 기사와 팟캐스트를 참조해 작성했습니다. 책 룰루레몬 스토리는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크든 작든 자신만의 일을 하고 계신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요가 그리고 요가복이 어떻게 전 세계적인 열풍이 되었는지 잘 드러나 있기도 합니다만, 사업가로서의 칩 윌슨의 철학을 엿볼 수 있거든요. 그가 웨스트비치, 룰루레몬을 거치며 적용했던 마케팅 기법, 창업과 동업 과정, 기업문화와 직원 관리, 가격 책정 전략, 협상과 기업 매각 등 다양한 사업적 결정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회한이 함께 담겨있어요.


� 밀리의 서재에서도 읽으실 수 있고, 칩윌슨 홈페이지에서 원문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 칩이 쇼핑백에 인쇄한 선언문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서 확인해 보세요. 

� 칩이 책에서 추천한 도서는 이 곳에 정리해 봤습니다. 


�� 이 글은 [요가레터 OLLY]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에서도 만나요 -> @theyogacu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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