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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의 colorful life Sep 12. 2021

혼자 사는 언니를 찾다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프롤로그

입사한 지 12년이 되었고 회사 동기들은 모두 결혼을 했다. 최근 2~3년 사이에 결혼 안 한 서너 명의 동기들도 결국 결혼을 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을 뿐인데 메이저리티에서 수동적 마이너리티가 되었다. 세월은 나를 미혼에서 비혼으로 만들었다.


오랜만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동기들은 할 말을 골라내는 게 영 어색하다. 기껏 골라낸 말은 ‘좋은 소식 있어?’이다. 좋은 소식은 늘 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소식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회사 동료들과 대화 중 어린이집 이야기에 시댁 이야기에 종종 길을 잃곤 한다. 망망대해의 섬이 되곤 한다. 그 테이블에 주말에 나혼산을 보며 맥주를 마시는 즐움이나 혼자 이사를 준비하는 삶의 고단함을 나눌 동지는 없다. 기혼이 보는 1인 가구의 인생은 쉽고 가벼우므로 ‘혼자 살아서 좋겠다. 편하겠다’는 식으로 혼삶은 1시간짜리 토크쇼의 1분짜리 코너 속의 코너로 끝이 난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는 내 안에서 압축되다가 결국에 사라진다.   


뉴스에서는 1인 가구가 어느덧 전체 가구 중 30%가 넘는다는데 동지들은 세상에서 삭제당한 것인지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반투명하다. 블로그, 유튜브로 검색한다. 비혼 로그, 싱글 파이어 등등 혼자 먼저 살아가는 1인 가구 선배들을 찾아 헤맨다.


1인 가구 가장으로서의 삶들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코너 속의 코너 속의 코너 속의 코너로 끝내기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목격자가 없으므로 우리는 1인 가구의 가장이자 구성원이고 행위자이자 목격자이다. 가장으로서의 삶은 달콤하고 때론 씁쓸하다.


그렇다. 이건 오랜 시간 동안의 혼잣말이다. 궁금해하는 전우가 몇몇은 있을 법도 하다. 반투명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그들의 손을 잡고 싶다. 혼자 먼저 산 늙은 언니가 되어 말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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