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힘들어

정제탄수화물, 과당 끊기 D-26

by 오로시

정제탄수화물, 과당 끊기 D-27

오늘은 남편과 아이 셋을 데리고 볼링대회를 다녀왔다.

시에서 어린이가족볼링대회를 한다고 신청했는데 그게 오늘이었다.

(첫째와 둘째는 4,5월에 잠깐 볼링을 배웠다. )

평소 학교 갈 때는 일어나라고 깨워도 안 일어나는 아이들이

왜 주말에는 일찍 일어나는 걸까.....


볼링 대회는 10시 시작인데 8시부터 빨리 준비해야 된다고... 준비 안 하고 있는 나를 원망하며 재촉한다. (얘들아... 나는 맘만 먹으면 10분 만에 준비하고 나갈 수 있어.. 평소에 너희나 학교에 갈 준비를 그렇게 빨리 해보렴...)


주중에는 아침이 정신없이 아이들 준비시키고 학교 보내고 출근하면 점심때까지 바빠서 자연적으로 간헐적 단식이 되는데

주말에는 아침부터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자꾸 뭐가 먹고 싶어진다.

아침부터 커피가 당겼다.

주말 아침에는 달달한 커피를 마시면서 정신을 깨우는데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셨다.

(나에게 아메리카노는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 먹을 때만 마시는 커피였다.)

이거라도 안 마시면... 오늘 하루를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생각보다 깔끔하고 나쁘지 않았다.


오전에 볼링대회는 선수급이 아니라 정말 가족들이 즐기기 위해 가는 것이라서 성적, 등급에는 신경을 1도 안 쓰는 그런 가벼운 이벤트 같은 거였는데

그렇게 큰 볼링장은 처음이었다.

볼링장에는 맥주부터 마카롱, 아이스크림, 다양한 과자, 커피까지. 매점이 볼링장 수준만큼 컸다.

행사에 참여할 수 없는 미취학 막내 셋째를 케어함과 동시에 매점의 유혹을 참아내느냐 나의 인내심을 다 썼다.

행사 후 아이들은 햄버거를 상품으로 받아왔고

나와 남편은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아구찜을 포장해 왔다.

상품을 받지 못한 막내는 호빵을 먹고 싶어 해서 호빵을 샀다.

평소 같았으면 나도 햄버거, 호빵을 같이 먹었을 텐데 ㅠㅠㅠㅠ


사람의 인내심은 작은 그릇에 채워진 물과 같다. 그 물은 매일 채워지는데.

한 모금, 두 모금씩 줄어들며 사람을 견디게 하고, 참게 만든다.

하지만 그 양은 생각보다 적어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날 때마다 줄어든다.

사람들은 인내심을 의지라고 착각하지만

인내심은 자원이다.

인내심은 매일 새로 주어지는 그릇 안의 물과 같다.

누군가는 그릇이 크고, 누군가는 그릇이 작겠지.

요즘 나의 그릇에 담긴 인내심은 먹는 것을 참는데 다 쓰고 있는 것 같다.

마치.. 금연을 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래 과당. 정제탄수화물도 중독이라면 중독이니까.


인내심은 자원이다. 마치 그릇 안에 담긴 물처럼...


오늘 나의 인내심은

아침부터 아이들의 독촉에,

매점의 유혹에,

볼링대회라는 변수에,

햄버거와 호빵의 유혹에

족발, 치킨, 떡볶이, 피자 대신 선택한 아구찜에 모두 소진되었다.


내일도 주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 인내심의 자원이 훅훅 떨어지고 먹는 걸로 풀곤 했었는데

브런치 글을 쓴 이후로 첫 번째 맞이한 주말을 그렇게 보낼 순 없다.

오늘은 빨리 자야겠다.

내일은 나의 인내심의 자원이 조금 더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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