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과 햄버거 사이에서

정제탄수화물, 과당 끊기 D-11

by 오로시

8주 전까지는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금요일이면 주말 날씨부터 확인해 본다.

이번 주도 비 소식은 없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금요일 저녁부터는 설렘이 밀려온다.

'토요일 새벽 러닝 나가야지!'

그렇게 불금이라 외치던 금요일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지난 주 수요일, '런데이'앱 <30분 달리기 8주 코스>를 끝마쳤다.

천천히 달리기 1분부터 시작해서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기까지 8주가 걸렸다.

달리기를 시작할 때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달리기를 하면 체력이 좋아진다는 말에 + 뱃살이 효과적으로 빠진다는 말에 시작한 운동이었다.

(하지만 8주가 지난 지금 체력은 조금 좋아진 것 같고 나의 뱃살은 여전하다.)

지난주 수요일, 30분을 쉬지 않고 뛰고 난 후 '나도 뛸 수 있구나'하는 그 감동이 아직도 생생했다.

물론 아주 천천히 뛰는 거지만 쉬지 않고 뛰었다는 사실만으로 나를 넘어서는 경험이었다.


이제 금요일마다 주말 날씨 예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야외 달리기는 제약이 많다.

비 오는 날도 안 되고, 미세먼지 많은 날에도 안 되고 , 겨울에도 하기 힘들다.

달리기 좋은 날씨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니 기회가 있을 때 나가야 한다.

요즘 나의 주말 힐링은 달리기 후 징검다리 앉아서 듣는 물소리를 들으며 멍 때리기이다.


하천 옆을 따라 달리던 중, 물놀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물놀이장이 있다고는 알았는데 가서 본 건 처음이었는데 주차장도 넓고, 시설도 커 보여서

'오늘 아이들과 놀기 딱이겠네.'

오늘 아이들과 놀 장소로 여길 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동네 물놀이터에서 춥다고 볕에서 몸을 말리는 형제들.

우리 아이들은 물을 좋아하긴 하는데 의외로 오래 놀지는 못하는 편이다.

오전에 조금 놀고 집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으로 나왔다.

간식이랄 것도 없이 견과류와 물만 가지고 나온 가벼운 외출이었다.

11시 40분쯤, 쉬는 시간이라 물이 잠시 멈추자 사람들은 각자 가져온 음식을 꺼내기 시작했다.

햄버거, 라면, 과자, 음료수, 떡볶이, 달달한 커피 등등...

내 눈이 돌아갈 뻔했다.

나와 남편은 12시까지 간헐적 단식을 하느라 아침도 굶은 상태였다.


'아! 맞다. 세상에는 저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지'

단 2주뿐이었지만, 그동안 잊고 살았던(애써 외면했던) 음식들이 보였다.

그동안 식단 제한하면서 모임도 피하고, 외식도 하지 않았다. 유혹을 차단해서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수 있었던 거였다.

잠깐 흔들렸다.

'집에 가는 길에 뭐 사 먹을까...?'


하지만 오늘 새벽 그 30분의 러닝이 생각났다.

그 뿌듯했던 아침의 경험을 눈앞의 유혹들로 망칠 순 없어.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가서 건강한 야채들을 넣어 비빔밥을 먹었다.

그리고 오늘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나를 칭찬해 주었다.

나, 참 잘했어!

달리기 후 물멍을 하는 것이 요즘 소확행이다. 아침의 성공은 나를 단단한 사람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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