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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 줄도 모른 채 갇혀버린 삶

의도적 불편함을 찾아서

by om maum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꿨다는 말은 정말 과장이 아니다
20년 전, 나의 학창 시절, 휴대폰은 단순히 부모님이나친구들과 연락하기 위한 통신 수단에 불과했다. 그 시절, 친구들과의 놀이 문화는 직접 만나서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이었다. 축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영화를보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었다.

혼자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멍하니 공상하거나 사색하는 시간이 많았다. 아무 쓸모없는 상상을 펼치며 나만의 세상을 만들기도 했고, 스쳐가는 감정을 오래 바라보며 곱씹었던 시간도 있었다. 그때는 심심한 시간이 반강제적으로 주어졌고,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였다.


휴대폰의 진화, 그리고 달라진 일상


그러다 휴대폰에 카메라가 생기고, MP3가 내장되면서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추억을 그때그때 사진으로 담아내게 되었고, 좋아하는 노래를 저장해 언제든 찾아 들을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그 시절엔 휴대폰을 고를 때 디자인이 가장 중요했다. 슬라이드폰, 폴더폰, 다양한 색상의 휴대폰들이 인기였다. 이후 DMB폰이 출시되면서, 사람들은 전철을 타고 다니며 TV를 보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점점 휴대폰 속에 갇히기 시작한 건.

DMB폰을 가진 사람들은 출퇴근길에 이어폰을 꽂고 TV를 보기 바빴고, PMP에 만화나 영화를 저장해 보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렇게 전철 안에서 볼 수 있는 한강의 아름다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 작은 풍경들은 조금씩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그때, 내가 추억하는 전철의 풍경


나는 지하철에서 정말 멋지고 개성 있게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고, ‘이 사람이 내 이상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사람을 본 적도 있었다. 반대로, 삶의 무게에 지쳐 옷차림과 표정에 힘겨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사람들도 보았다.

지하철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과 함께 전철 안을 가득 채운 각양각색의 사람들도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였다. 이어폰을 꽂지 않고 있다 보면 옆자리 사람들의 대화가 공기를 타고 내 귀로 흘러들어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

어떤 대화는 안타깝기도 했다. ‘저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지금의 나는 참 다행이구나.’ 그렇게 스쳐 들려오는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치 지하철 속에 다양한 라디오 채널이 존재하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스마트폰이 만든 나만의 세상


2025년 현재, 스마트폰은 우리 모두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잠시도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타인의 이야기나 표정, 옆 사람의 삶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오로지 ‘나만’ 존재하는 세상이다.

유튜브에서는 내가 선호하는 콘텐츠만 골라서 내 앞에내민다. SNS, 넷플릭스, 온라인 쇼핑까지 모든 것이 ‘내 취향’에 맞게 최적화되어 있다. 모두가 자기만의 작은 세상에 빠져 살아간다. 심지어 sns, 게임, 유튜브 등등 다양한 어플들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껐다켰다하며 별 의미도 없어 보이는 스마트폰 행위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심심해하는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는 자신이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에 깊이 빠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릴 곳을 지나쳐버리는 사람도 종종 본다.

스마트폰은 편리하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이 스마트폰 속에 갇혀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의도적인 불편함을 선택하다


그래서 나는 대중교통을 탈 때, 아예 휴대폰을 가방에 넣어버린다. 무선 이어폰도 없다. 물론 심심하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도 든다. 하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그 욕구를 참는다.

운동을 할 때도, 여행을 갈 때도 일부러 스마트폰을 멀리한다. 스마트폰 속에 갇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삶이 ‘스마트폰 감옥’에 잠식당하는 게 싫다.

지금,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가끔은 의도적으로, 잠시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아 보길 권한다.

그 작은 불편함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풍경들이 다시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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