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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이 주는 특별한 자유

편 가르기가 허용되는 곳

by om maum

요즘 프로야구의 인기가 뜨겁다. 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고, 웃돈을 얹어서 파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다. KBO 프로야구는 지역 연고를 중심으로 팀이 구성되어 있는데 고향이 울산이고 고등학교를 부산에서 다닌 나로서는 자연스레 롯데 자이언츠가 애정하는 팀이되었다.


야구장과 첫 만남


2010년, 처음으로 사직구장에 직관을 갔던 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 나는 야구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와 희열, 아쉬움, 간절함 같은 감정들을 한꺼번에 깊이 경험했다. 그 강렬한 인상은 서울에 와서도 계속되었고 잠실구장에 롯데 자이언츠가 원정 경기 올 때만을 기다려 표를 예매하곤 했다.

야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공간을 뛰어넘은듯한 새로움 느끼는데, 그 새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넓게 펼쳐진 그라운드와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선수들, 그리고 그 위로 탁 트인 하늘이다. 개방감과 자유가 동시에 밀려온다. 특히 일몰 시간에 야구장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그 어떤 장소보다도 예쁘고 낭만적이다.

야구장의 열기와 즐거움


하늘과 그라운드에 취해 있을 때쯤, 곧이어 약 2만 명의 함성과 각 팀의 응원가가 울려 퍼지며 경기의 열기를 한껏 더 끌어올린다. 각 팀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응원가를 부른다. 점수를 앞서갈 때 부르는 노래, 분위기를 반전시킬 때 외치는 구호, 각 선수마다 다른 개성 넘치는 응원가가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부산 갈매기’를

부를때 엄청난 전율과 감동을 느낀다.

그 순간, 수만 명의 관중이 응원단장과 치어리더의 지휘 아래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똑같은 동작으로 응원한다. 모두가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 소리 지르며, 경기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가졌던 스트레스와 피로를 마음껏 쏟아낸다. 경기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항상 목이 쉬어 있다.

응원뿐만 아니라 야구장의 또 다른 재미는 먹거리다. 당구장의 짜장면처럼, 야구장의 치킨과 맥주는 유독 시원하고 맛있다. 맥주로 취기가 오를 즈음, 우리 팀이 홈런이라도 치면 그 짜릿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몸속깊은 곳에서 도파민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함께하지만 다른, 다른데도 함께인


야구장에서는 1루와 3루를 기준으로 홈팀과 원정팀 팬들이 앉는다. 자연스레 상대 팀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멋진 플레이에는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이때 보내는 야유에는 악감정이 없다. 오히려 모두가 하나의 경기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기분이 든다.

이 분위기는 선수, 관중뿐 아니라 경기장 안의 다양한 사람들 덕분에 가능하다. 볼보이는 파울 된 공을 빠르게 회수해 경기가 끊기지 않도록 돕고, 1·2·3루 심판들은 매 순간 공정함을 지키기 위해 긴장한다. 이렇게 1회부터 9회까지,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경기의몰입도를 높인다.

건강한 이분법이 허용되는 공간


요즘 사회는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팽배하다. 정치든 일상이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적개심과 경계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시대 속에서 야구장은 특별하다. 9회 말까지는 철저히우리와 상대를 구분하고,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 마음껏 응원하고 상대의 실수를 바라면서도 그 안에서는 누구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이 건강한 이분법이 허용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모른다. 경기가 끝난 뒤 지하철에서 유니폼을 입은 다른 팬과 마주칠 때면, 설령 상대 팀이었더라도 묘한 동질감과 반가운 느낌이 든다.
"우리는 함께 야구를 직관한 야구팬이야!"
서로 다른 팀을 응원했지만 같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한 이들 사이엔 말없는 연대가 있다.


모두를 위한, 함께 즐기는 문화로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스포츠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를건강하게 분출할 수 있는 드문 공간이다. 경기장 입구를 기준으로 들어설 때는 본능대로 우리 편만 응원하고, 상대 팀을 향해 마음껏 야유를 보내다가도, 나올 때는 함께 같은 경기를 즐긴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그런 문화.
이 유쾌하고 건강한 응원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길 바란다.


p.s 롯데 자이언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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