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가 오래 머무르길…
수업 시작 전, 나는 학생들에게 ‘오늘의 힐링 음악’을 들려주며 컬러링 시간을 가졌다. 오늘의 컬러링 도안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 대표 캐릭터들로 준비했다.
기쁨이, 버럭이, 불안이, 슬픔이, 따분이.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자주 겪는 감정들이다.
각 캐릭터별로 같은 매수를 준비해 학생들이 스스로 골라가도록 했다. 단, 지금 자신의 감정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를 선택하기로 했다.
중간고사 시험이 막 끝난 탓일까, ‘버럭이’가 가장 먼저동이 났다.
학생들은 자신이 고른 캐릭터를 조용히 색칠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몇몇 아이들이 조심스레 물었다.
“선생님, 이 캐릭터 색깔이 기억이 안 나요. 검색해서 칠해도 돼요?”
나는 말했다.
“그냥 너 마음 가는 대로, 끌리는 색으로 칠해봐.”
그 순간부터, 한 명 한 명 각자의 색깔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같은 캐릭터지만, 각기 다른 얼굴과 옷을 입은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놀라운 건,
분명 ‘버럭이’와 ‘슬픔이’였는데
어느새 기쁨이처럼 웃고 있거나 귀엽게 변해 있는 캐릭터들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속으로 외쳤다.
‘이거다!‘
다음 반 수업에서는 캐릭터를 고를 때 한 마디를 더 붙였다.
“혹시 지금 감정이 기쁨이가 아니라면…
그 친구들을 기쁨이처럼 꾸며보는 건 어때?”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감정 캐릭터를 골라 자유롭게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앞뒤, 양옆 친구들과 서로의 그림을 보여주며
교실은 금세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단 5~10분, 수업 시간을 조금 투자했을 뿐인데
아이들에게는 근심 없는 웃음을, 나에게는 따뜻한 보람을 선물해 줬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항상 기쁨이가 우리 마음의 제어판을 통제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기쁨이가 제일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어.”
아이들이 내 마음을 다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마음속에 그 말이 남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요즘 뉴스에서는 학부모 민원과 아이들의 돌발 행동 등 교사로서의 어려움이 자주 보도된다.
주변에서도 “요즘 세상에 교사하기 힘들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나는 전혀 힘들지 않다.
뉴스에 나오는 건 일부 예외적인 사례일 뿐,
내게는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감동과 보람을 안겨준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많은 아이들에게 ‘기쁨이’가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그것이, 내 마음에도 기쁨이가 오래 머무는 방법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