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가사를 적었을 뿐인데… 나는 이미 퇴사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업무의 연장’이라는 핑계로 하루 수십 번 인스타그램 피드를 쳐다보다가 몰래 업무시간에 게시물을 업로드 한 적이 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습관처럼 순간 느꼈던 감정을 짧은 단어, 문장으로 표현하는데 그렇게 올린 한 게시물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아무 생각 없이 올린 게시글로 인해 회사에 소문이 났다. ‘윤 과장 퇴사한대’.
소문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새 음원이 발매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가사 일부와 해가 질 무렵의 텅 빈 벚꽃길 사진을 업로드 한 적이 있다. 이 게시물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고 퍼져나가 나를 곧 퇴사할 사람으로 만들었나 보다.
인기 없는 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다. 소문의 정확한 시작이 어딘지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아무도 없는 거리 사진과 ‘goodbye’ 가사는 전적으로 퇴사를 결심한 사람으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타이밍 좋게 회사 생활이 힘들다는 말을 간혹 뱉은 적이 있으니 근래에 나와 대화를 나누었던 지인의 머릿속에는 은연중 퇴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되었나 보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대리가 조용히 나에게로 와서 말을 걸었다.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내 대답이 이어졌다.
“저… 과장님, 혹시 퇴사하세요?”
“나 퇴사해? (웃음)”
“아니에요?”
“나도 모르게 나 퇴사하는구나?”
“에? 과장님 퇴사한다고 소문났는데요!”
“그 소문 진짜로 만들어야겠네. (웃음)”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퇴사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조카 크레파스 십팔색 같은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
회사에서 흔치 않은 장기 근속자 중 한 명인 나는 뜻밖의 소문으로 유명세를 치르며 깨달은 것이 있다. ‘SNS는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에게 위험하다.’ 비공개로 설정된 계정이 아니면 개인의 일상이 고스란히 노출된 게시물은 많은 이들에게 내 사생활을 알려줄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번거롭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먼저 상대방이 나의 안위를 물어봐 줄 정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