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이었고 늦은 오후였기 때문에 아이 둘을 맡길 때가 마땅치 않아 전화로 상담을 하게 되었다. 아이 선생님과의 상담은 지금까지 여러 번 해 보았어도 언제나 떨리고 긴장이 되고 익숙지가 않다. 약속한 상담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틀어주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메모지에 선생님께 여쭤 볼 내용들을 몇 가지 적어보았다.
드디어 벨이 울렸다. 선생님과의 짧은 인사를 반갑게 나눈 후에 상담이 시작되었다.
상담을 받는 동안 엄마인 나조차도 잘 알지 못했던 우리 아이의 행동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했다. 한 반에 아이들이 15명이라 선생님 혼자서 그 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일일이 눈에 담고 가슴에 새겨두기 많이 힘드셨을 텐데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내 마음은 점점 따뜻해졌다. 선생님 또한 우리 아이보다 한 살 더 많은 아들을 키우고 계셔서인지 우리 아이를 선생님의 입장이 아니라 엄마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상담 전에 제일 우려가 되었던 부분은 다름이 아닌 둘째의 식습관이었다. 둘째는 요즘 집에서 식사시간에 반찬만 주로 먹으려고 하고 밥 먹는 시간도 한 시간이 훌쩍 넘곤 해서 그 부분이 어린이집에서도 반복되었을까 봐 제일 조심스러웠었다. 특히나 반찬을 손으로 집어 먹는 습관이 있다.
첫째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내가 직접 이유식을 만들어서 숟가락으로 떠먹였었다. 그래서인지 첫째는 둘째보다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해 스스로 밥을 깨끗하게 잘 먹는 편이다. 식사시간도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아 손이 많이 가는 편이 아니다.
반면 둘째는 첫째와는 달리 아이 주도 이유식을 해보았다. 어려서부터 야채들을 칼로 썰어서 아이가 스스로 먹을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해보았다. 그래서 식탁 주변은 항상 떨어진 음식물들로 금세 지저분해졌지만 그 덕분인지 둘째는 지금도 브로콜리, 파프리카, 버섯을 고기보다 더 좋아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전히 아기처럼 모든 음식을 손으로 집어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밥을 먹을 때면 둘째의 입보다 손이 더 바삐 움직이는 것 같아 손을 닦는 둘째 전용 손수건을 구비해둘 정도이다.
그리고 워낙 천천히 먹다 보니 큰 아이가 식사를 다 마칠 때조차도 둘째의 밥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사를 마친 큰 아이는 거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혼자서 책을 보곤 한다. 그러면 둘째는 밥을 먹기보다는 오빠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눈으로 오빠의 행동을 좇느라 바쁘다. 그러다 보니 내가 설거지를 다 마칠 때까지도 둘째의 밥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식사를 준비하는 게 어렵기보다는 잘 안 먹는 둘째를 먹이느라 실랑이하는 게 버거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는 반찬도 골고루 잘 먹고아이들 중에서 오히려 빨리 먹는 축에 속한다고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많이 의아했다. 아마도 둘째가 담임 선생님을 좋아하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예쁨을 받기 위해서 식사를 빨리 하고 반찬도골고루 잘 먹었을 것 같았다.
선생님이 뜻밖의 질문을 하셨다.
"OO가 또래 친구하고 자주 노나요?"
"아니요.ㅠ.ㅠ"
둘째가 태어나서 100일이 지났을 무렵부터 큰 아이가 병설유치원에 다니게 되어서 둘째는 늘 오빠를 따라서 같이 움직이게 되었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보다는 오빠의 친구들. 언니, 오빠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었다. 또래 친구는 없어도 그래도 오빠의 친구들이 우리 둘째를 잘 챙겨주고 놀이터에서도 같이 노니 괜찮을 줄 알았다.
둘째는 선생님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거나 소꿉놀이를 하는 등 선생님과의 관계는 잘 맺는 편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이 먼저 둘째에게 같이 놀자고 다가가면 조금 같이 놀다가 슬쩍 자리를 피한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또래와 같이 놀아 본 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에 둘째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했다. 예전에 둘째가 집에 와서 어린이집에서 혼자서 논다는 얘기를 자주 하곤 했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당시에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혼자 놀 수도 있고 친구들과 같이 놀 수도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게다가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는 어린이집에 거의 못 가고 집에서 가정보육을 많이 했다. 올해도 계속된 코로나 상황으로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한 후에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놀이터를 가기보다는 공원을산책하거나 방학천을 거닐며 오리나 새들을 주로 관찰하곤 했었다.
첫째의 경우는 첫째이기도 했고 내가 체력이 괜찮았었기에 큰 아이의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엄마들과의 친분을 쌓거나 놀이터에 자주 가려는 노력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둘째의 경우에는 또래 친구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내가 거의 안 만들어줘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 엄마로서 많이 미안했다. 앞으로는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하고 난 후에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에 보다 자주 가서 둘째가 친구들과도 잘 놀 수 있도록 노력을 해 보아야겠다.
둘째 아이가 만든 꽃나무.
얼마 전에 손으로 습자지를 구겨서 벚꽃처럼 나무에 매달린 꽃을 만드는 활동을 어린이집에서 했었다.
얇은 습자지를 구기는 것조차도 손에 힘을 잘 줄 수 없어서 둘째가 많이 힘들어했다고 했다. 집에서 그런 종류의 놀이를 거의 안 해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첫째 아이는 성격이 세심해서 물감놀이를 할 때에도 각각의 색을 섞이지 않게 골고루 잘 쓰는 편이다. 하지만 둘째는 아직 어리기도 하고 성격이 좀 과감해서인지 물감놀이를 하면 거의 모든 색을 다 뒤섞어서 결국 검은색을 만들어 놓곤 했다. 그래서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물감놀이를 자주 해 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뒤처리가 힘든 물감놀이보다는 주로 색연필이나 매직, 크레파스로 색을 칠하는 놀이 위주로 했던 것 같다. 둘째는 아직 손에 힘이 약해서인지 많이 그림을 안 그려봐서인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릴 때에도 힘 있게 쭉 그리기보다는 도화지에 흐리게 스윽~스윽 그렸던 것 같다.
그 부분을 캐치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 같다.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내가 평소에 못 챙겨준 부분이 둘째 아이에게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빵점 엄마인 것 같아 많이 미안했다. 큰 아이가 남자아이다 보니 둘째는 늘 밖에 나가서 오빠와 엄마와 공을 차고 놀거나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블록이나 자동차를 주로 많이 가지고 놀았다. 그래서 또래들보다는 대근육은 잘 발달되어 있는 편이지만 소근육이나 또래와의 경험은 부족한 게 맞는 것 같다.
그래도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을 알게 되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모든 게 완벽한 아이는 없기에 이제부터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해 보려고 노력을 해야겠다. 20분간짧게 전화로 상담을 했지만 20분 전과 비교했을 때 둘째를 향한 내 마음 가짐이 조금 달라져있었다. 다음 상담을 받을 때까지는 오늘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던 부분이 꼭 채워져서 아이가 어린이집 생활을 좀 더 즐겁게 알차게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