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한 지 단 몇 개월 만에 예쁜 모습으로 복귀하는 여자 연예인들을 볼 때면 이제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도대체 무슨 비법이 있길래 연예인들은 아기를 낳고도 한결같이 예쁘고 날씬한 건지. 붓기 하나 없이 예쁜 그들을 바라볼 때면 아기 몸무게만큼만 빠지고 임신 때 불은 살이 그대로 다 내 살이 되어버린 내 모습이 오히려 더 비정상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내 모습은 마치 드라마와 현실의 간극처럼 차이가 났다. 거울에 비친 늘어나고 쳐진 뱃살을 바라볼 때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푹푹 새어 나왔다.
둘째 아이를 낳고 이듬해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있어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앞에서 산후도우미 전단지를 나눠주시는 아주머니께서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오셨다.
"아기 엄마, 아기 낳고 산후도우미 필요하면 이 번호로 연락 줘요."
'띠로리~, 난 임산부가 아닌데...'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복받쳐 오른 화를 겨우 가라앉히고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저... 임산부 아닌데요."라고 말을 건넸다.
아주머니도 너무 당황하신 나머지 얼굴이 새빨개 지시더니 "아이고, 미안해요. 내가 실수를 했네."라고 말씀을 하시며 황급히 자리를 떠나셨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도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아기를 낳고 나면 예전 몸으로 금방 돌아갈 줄 알았다고. 하지만 하루 온종일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주다 보면 운동은커녕 내 끼니조차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날이 허다했다. 모유수유를 하면 아기의 건강에도 좋고 산모의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왜 돌 무렵까지 모유수유를 했는데도 임신 때 찐 살은 좀처럼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지.
그러던 어느 날. 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친구의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준혁맘, 축하해요."
"네?"
"얘기를 하지 그랬어요. 안 그래도 우리도 다 준혁맘 보면서 좋은 소식이 있는 줄 알았었는데 준혁맘이 얘기 안 하길래 모른 체했어요."
"무슨 말씀이신지.(정말 영문을 몰랐다. 내가 축하받을 일이 뭐지?)"
"아니. 준혁이가 유치원에 와서 벌써 다 얘기했어요. 자기 여동생이 한 명 더 있다고. 준혁맘, 셋째 임신한 거 맞죠? 안 그래도 다른 엄마들도 준혁맘 배를 보니 임신한 것 같다고 했어요. 축하할 일인데 왜 비밀로 했어요?"
"네? (띠로리 띠리리리리리 헉!. 이제야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되었다.)
''아, 준혁이가 지은이 말고도 여동생이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얼마 전에 여자 아기 인형을 하나 사줬어요. 그 인형 이름이 지순이고요. 제가 둘째 낳고도 여전히 살이 안 빠져서 제 뱃살을 보시고 임신으로 오해하신 거 같아요. 저 셋째 임신 안 했어요.''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정말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준혁이 이 녀석! 유치원에서 오기만 해 봐라. 괜한 얘기를 해서. 아이고 창피해서 못살아'
그랬다. 사건의 전말은 유치원 엄마들이 불룩 튀어나온 내 뱃살을 보고 셋째를 임신했다고 착각했던 것이었다. 정말 억울했다. 앞으로 창피해서 유치원 엄마들을 어떻게 대한담.
마음 같아서는 살을 쫙 빼서 임신했다고 오해했던 유치원 엄마들 앞에서 예쁘고 날씬한 모습으로 짜잔! 하고 나타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드라마와 달랐다. 큰 아이가 오후 1시면 하원 해서 집에 오고 둘째까지 함께 보다 보니 짬을 내어 운동할 시간도. 나를 위해 다이어트 식단을 준비할 겨를도 없었다. '잠을 줄여서라도 운동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피곤해서 아이들을 재우며 곯아떨어지는 날들이 허다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아이 둘과 집에서 지내고 있다 보니 활동량이 줄어들어서 살이 더 쪄서 확 찐자가 되었다. 아이들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너무 예쁘지만 처진 뱃살과 출렁거리는 팔뚝살, 펑퍼짐하게 퍼질 대로 퍼져버린 허벅지와 엉덩이를 바라볼 때면 이내 우울해졌다. 큰아이,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나와 온전히 한 몸이 되어버린 살들은 좀처럼 나를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고 다시 한번 홈트를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