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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Mar 18. 2021

둘째 아이가 달라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어젯밤 남편이 거실에서 아이들과 같이 TV를 보고 있었다.

"OO야, 왜 자꾸 "음음" 그래? 하지 마"

조금 있다가  

"어? 또 그러네. 하지 말라니까."

또 조금 있다가 둘째 아이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길래 남편이 안방에 있는 나를 불렀다.

"여보, 둘째가 자꾸 "음음" 소리를 내. 들어봐"

느낌이 쌔~~~ 했다. 조용히 둘째 아이를 관찰해 보았다.

정말 남편의 말대로 둘째는 자기도 모르게 계속해서 "음음"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둘째는 지금 5살로 3월 2일에 큰 아이가 졸업한 민간 어린이집에 입학했다. 4살 때까지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는 가정형 어린이집에 다녔었다. 둘째는 큰 아이와는 다르게 어린이집에서도 적응기간에도 울지 않으며 이상하리만큼 오빠가 다녔던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해 나갔다. 마치 원래 그 어린이집에 다녔던 아이처럼...


우리 큰 아이도 5세에 병설유치원에 처음 입학했을 때 3월 한 달간은 눈을 계속 깜빡였었다.

아이의 눈에는 엄청 커 보였을 병설유치원과 학교 운동장, 처음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 가뜩이나 부끄럼이 많고 말수도 적고 내성적인 우리 큰 아이가 집에서 매일같이 20분 넘게 걸어서 병설유치원에 다니면서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도 하고 불안해서 눈을 깜빡이는 행동으로 이어진 것 같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눈을 깜빡이는 것도 유아 틱 장애의 한 증상이었다.

초보 엄마였던 나와 남편은 아이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OO야, 눈을 깜빡이지 마. 어? 또 깜빡이네?"라고 말하면서 아이의 행동을 고쳐주려고 노력했었지만 아동 놀이치료 선생님께 여쭤보니 부모의 그러한 행동에 아이들은 더욱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고 하셨다.  

큰 아이의 눈 깜빡임 증상은 약 한 달간 지속이 되었고 그 후로도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눈을 또 깜빡이곤 했었다. 큰 아이를 보며 나조차도 잊고 있었던 오래된 기억이 내 머릿속에 갑자기 떠올랐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니던 미술학원 원장 선생님이 나에게 다가오셨다.

"OO야, 눈을 계속 깜빡깜빡하면 안 돼. 눈도 너무 아프고 습관이 되면 안 좋아."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씀을 듣기 전까지 내가 그렇게 많이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전혀 알지 못했었다.

"OO야, 선생님처럼 눈을 깜. 빡! 눈을 계속 뜨고 가끔만 눈을 깜. 빡! 해봐. 선생님을 보며 같이 연습해 보자."라고 말씀하셨다. 어린 나는 선생님 눈을 쳐다보며 선생님의 말씀대로 최대한 눈을 오랫동안 뜨고 덜 깜빡이려고 노력해 보았다. 하루아침에 그 습관을 버리기는 어려웠지만 몇 개월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나의 그러한 습관은 자연스럽게 사라져 갔다.


그런데 '왜 우리 부모님이 아니라 미술 선생님이 나의 안 좋은 습관을 먼저 알아차리셨을까? '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마도 내가 태어난 지 100일 때부터 야채, 과일 장사를 시작한 우리 부모님은 그만큼 삶이 퍽퍽했기에 미술 선생님처럼 내 눈을 자주 마주치고 자세히 관찰하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보았다.

나 또한 어렸을 때 우리 큰 아이처럼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래서 힘든 일이 있어도 늘 바쁘신 부모님께 말씀드리기가 힘들었고 그 마음이 눈 깜빡임으로 이어졌던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그게 틱장애의 일종인 줄도 몰랐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도 전혀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허리 통증이 극심했던 적이 몇 번 있어서 2019년도에 큰 병원에 가서 MRI 검사를 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가뜩이나 큰 아이를 낳고 안 좋았던 허리가 둘째 아이의 난산으로 인해 허리를 틀어서 아이를 낳아서인지 39세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내 허리 디스크는 이미 2개나 터져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디스크가 파열될 정도면 통증이 상당했을 텐데 괜찮았었나요?"라고 물어보셨다. 두 아이들을 다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아서 각각 1년씩 완전 모유수유를 했었고 바닥에서부터 아이를 들어 올려서 안아주었고 두 아이를 모두 유모차에 태우고 한 시간 정도의 거리조차도 열심히 걸어 다녔기에 나는 허리 디스크가 터져서 아팠다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었다. 그냥 으레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허리가 뻐근하고 시큰한 게 당연한 줄 알고 지냈었다.


그렇게 알게 된 허리 디스크 파열로 시작된 우울증이 어느덧 2년 가까이 내 마음속에 같이 살고 있다. 의사 선생님은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권하셨지만 예전에도 약물치료를 받아 본 경험이 있기에 약을 먹으면 졸리고 점점 더 무기력해지는 것 같아 풍선아트도 배우고 수영도 다시 시작하면서 우울증이라는 녀석과 나름 거리를 두려고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장기화된 코로나로 재발한 허리 통증으로 풍선아트와 비누 만들기와 같은 모임에 나가 바닥에 앉아서 강의를 듣고 실습을 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서 그 모임은 그만두었다. 그리고 다니던 수영도 코로나로 지금 중단된 상태이다. 그래서 한동안 브런치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듯이 글을 쓰고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읽는 게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제일 좋은 우울증 치료제가 되었다.


글을 잘 못 쓰는데도 꾸준히 내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시고 나를 응원해 주시기에 매일 아침에 눈을 뜨거나 아이들을 재우고 시간이 나면 브런치 앱에 글을 쓰곤 했었다.

그리고 환경 이외의 다른 주제의 글도 써보고 싶어서 이번 주 월요일부터 아이들이 하원을 한 후에 평소보다 많이 TV를 보여주고  글쓰기에 몰입했었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놀이하고 책 읽고 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서였을까?

우리 둘째 아이가 평소에 안 하던 "음음"이라는 소리를 계속 내어서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는 내가 엄마로서 잘 못 해준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핸드폰도 방전되면 배터리를 충전하듯이 내 어지러운 머릿속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아침 일찍 아이들을 등교, 등원시키고 동네에 있는 친정엄마의 집에 오랜만에 들렀다.


엄마는 주무시고 계셨다. 엄마는 내가 갑자기 방문했기에 뜨끈한 국도 반찬도 마땅치 않다고 미안해하셨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다. 맛있는 반찬보다도 엄마에게 둘째 아이의 얘기를 하며 나 때문에 아이가 음성틱 증상이 나타난 것 같다며 고해성사를 했다.

엄마는 나를 위로해주시면서 "어제 처음 그렇게 한 거고 네가 예전처럼 아이들과 같이 책도 읽고,  공도 차고, 잘 놀아주면 다시 금방 괜찮아질 거야."라고 위로를 해 주셨다.


친정엄마의 말씀을 듣자 조금은 마음이 안정을 되찾아가면서 방전된 마음이 충전되어갔다.  

큰 아이도 눈 깜빡임 증세가 1개월 정도 지속되었었고 그 후로도 한두 번 정도 또 그런 증상이 있어서 작은 아이도 혹여나 이 증상이 너무 오래 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앞선 걱정을 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오늘에라도 내가 다시 바뀌려고 노력하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으니 한동안 둘째 아이와 큰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애써봐야겠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좋은 엄마가 되기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육아서를 보다 보면 이 세상에는 참 좋은 엄마들이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며 엄마도 등급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왜 나는 두 아이 모두에게 빵점 엄마인 것 같은지... 한 없이 자책한 적도 있었다.


두 아이 모두에게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았다.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다르게 생긴 것처럼 엄마들의 모습도 다 다를 것이라 생각해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금은 부족한 엄마이면 어떤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듯이 나도 나 자신을 부족한 엄마가 아닌 지금 이대로의 내 모습도 괜찮은 엄마라 여기기로 했다.

오늘부터 하루에 한 번이라도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최소 30분이라도 매일같이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라면 우리 아이들도 조금은 달라지고 행복해지겠지?...라는 자그마한 희망을 가지고 오늘은 어제보다는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해 보아야겠다.


https://brunch.co.kr/@ommmo/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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