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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May 24. 2021

엄마, 학교에 가기 싫어...

학교를 좋아하던 아이가 왜 달라졌을까?

큰 아이가 올해 8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부모에서 "학부모"가 되었다. 

작년에 시작된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아쉽게도 입학식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입학한 날 교문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에 '우리 아이도 드디어 초등학생이 되었구나'라는 사실이 조금은 실감이 났다. 아이는 지난 3월 한 달간. 학교에 가는 게 매우 즐겁고 신이나 보였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서인지 공룡이 그려져 있는 새로 산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하는 아이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경쾌하고 가벼워 보였다. 오후 4시에 끝났던 어린이집에 비해 학교가 너무 일찍 끝나서인지 아이는 학교가 끝나고도 다시 학교에 가고 싶어 할 정도였다. 주말에도 우연히 학교 앞을 지나칠 때면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이 보고 싶어 주말에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그렇게 좋아하던 학교를 어느 날부터 가기 싫다고 했다. 학교생활이 어떤지 물어봐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엄마로서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큰 아이는 5세부터 6세까지 바로 옆 동네에 있는 병설유치원에 다녔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적응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 안에 있어서 학교와 시설도 많이 비슷했고 초등학생 형, 누나들과 같이 급식실에서 밥을 먹어보았기 때문에 학교급식도 익숙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년에 코로나가 발생하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아이는 다니던 병설유치원을 결국 그만두게 되었다.

내 고질병인 허리 통증이 다시 심해져서 두 아이를 준비시켜서 아침마다 먼 거리를 걸어서 등원하기가 힘들어졌고 코로나로 인해 휴원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래서 재작년 겨울방학부터 작년 6월까지 약 8개월간 두 아이를 모두 가정 보육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작년 7월에 코로나 상황이 조금 괜찮아져서 큰 아이는 동네에 있는 어린이집에 입학하게 되었다. 아이는 다행히 새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갔고 새로운 친구들도 금세 사귀게 되었다.


병설유치원은 나라에서 정한 누리과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5,6,7세까지 교육보다는 놀이중심의 수업을 한다. 그래서 따로 한글과 숫자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아이들은 5세 때부터 학습지 선생님이 집으로 오셔서 한글과 숫자를 배우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엄마가 직접 한글과 숫자를 집에서 가르치기도 한다. 하지만 5, 6세는 아직 어리기도 하고 한창 뛰어 놀 나이라는 생각에 나는 책 읽기를 제외한 한글과 숫자 교육은 아이가 7세가 될 때까지는 전혀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큰 아이에게 한글과 숫자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가정보육을 하는 중이라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코로나로 인해 동생과 늘 집에 같이 있는 큰 아이에게 한글과 숫자를 알려주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생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공부를 해야 하는 큰 아이의 불만은 날이 가면 갈수록 더욱 쌓여만 갔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부터 다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하원후 시간이 날 때 한글과 숫자공부를 틈틈이 같이 해 나갔다. 한글을 어느 정도 익혔지만 복잡한 이중모음이나 받침이 있는 단어들은 완벽하게 알지 못한 채 입학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국어 수업시간에 다시 "ㄱ부터 ㅎ"까지, "ㅏ부터 ㅣ"까지 자음과 모음을 처음부터 배운다고 선생님이 설명을 해 주셔서 '한글을 잘 몰라도 수업시간에는 큰 무리가 없겠지'하며 안심을 하고 학교에 보내곤 했다.


큰 아이는 남자아이라 그런지

"오늘 학교생활은 어땠어?"라고 물으면 

"재밌었어"라고 늘 똑같이 말을 했다. 

학교생활에 대해서 종알종알 자세히 얘기해 주는 여자아이들과 달리 재밌었다는 단 한마디만을 하는 아들이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큰 아이와 같은 반인 몇몇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다 못 접은 종이접기를 엄마와 같이 하자며 집으로 색종이를 가져왔다는데 우리 아이는 한 번도 학교에서 못한 과제에 대한 얘기조차 없어서 아이가 과연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드려보았다. 선생님은 안 그래도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려 했다고 말씀하셔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선생님은 아이가 수업시간에 자주 멍하니 앉아있고 집중을 못해서 수업을 따라가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점심에 급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아침에는 입맛이 없어서 바나나 한 개나 시리얼 조금, 사과 몇 조각만 겨우 먹고 학교에 가기에 점심 급식이 나오면 아이가 밥을 잘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급식과 한글이 문제였다.


우선 학교 급식 메뉴가 어떻게 나오는지 살펴보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초등학교 고학년들도 함께 먹어서인지 살짝 매콤해 보이는 참치김치찌개, 돼지고기 김치볶음, 돼지등뼈 감자탕, 고추장이 들어간 비빔밥 등의 메뉴들이 있었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급식

급식 사진을 보고 우리 아이가 왜 점심에 먹는 양이 적은 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이는 워낙 매운 음식을 잘 못 먹고 3살 어린 동생이 있기에 식사 준비를 할 때에 어른 용인 매운 음식, 아이들용인 안 매운 음식. 반찬을 두 종류로 나눠서 요리를 하곤 했었다. '아직 어려서 매운 음식을 잘 못 먹어도 크면 먹겠지' 하며 매운 음식을 큰 아이에게 먹어보라고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은 게 문제였던 것 같았다.

'늦어도 7세부터는 매운 음식을 조금씩이라도 먹여볼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리고 맵지 않은 소불고기도 집에서 내가 만들어 주던 불고기와 생김새가 다르거나 먹어보지 않은 야채나 식재료가 들어가 있는 반찬은 먹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큰 아이는 유독 새로운 음식에 대한 공포가 큰 편이다. 그래서 새로운 재료로 반찬을 해주면 둘째는 거부감 없이 대체로 잘 먹는 편인데 큰 아이는 먹는 시도조차 하기를 많이 꺼려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저녁 반찬을 만드는 데 큰 아이를 적극 참여시키고 있다. 

장을 보러 같이 가는 것부터 식재료 손질, 재료를 같이 볶고 음식의 간을 보게 하고 있다. 생소한 음식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 맛보는 즐거움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급식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을 다양하게 잘 먹고 있지는 않지만 예전에 비해 조금씩 조금씩 먹는 양이 서서히 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 아이가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몇 번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자리를 바꾸고 나서 예전보다 한 칸 더 뒷자리에 앉게 되어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선생님과 상담을 해보니 맨 뒷자리에 앉는 아이들조차도 선생님의 목소리가 잘 들린다고 하셨다. 아마도 선생님의 목소리가 안 들리는 게 아니라 잠시 딴생각을 해서 선생님이 하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너무나 답답해서 마음 같아서는 엄마가 투명인간이 되어서 아이의 학교에 동행해서 학교생활을 한번 지켜보고 싶었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이어서 공개수업도 할 수 없기에 아이의 학교생활이 더욱 궁금해졌다. 답답한 마음에 시중에 나와있는 초등학교 1학년에 관한 책들도 찾아보고 주변의 선배맘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아이가 한글을 완전히 뗀 상태에서 입학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교 후에 시중에 나와있는 한글과 수학 문제집을 같이 풀곤 했었다. 하지만 학교생활이 어려운 아이에게 난도가 높은 문제집을 풀리는 것보다도 학교 교과서를 사서 그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을 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집필하신 여러 책들에서도 가정에서 초등 교과서를 구입해서 아이와 함께 풀어보며 복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신 글들을 봤었다. )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국어.국어활동.수학.수학익힘 교과서


그래서 인터넷 창에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라고 검색해 보았다. 

아이와 집에서 복습을 하기 위해 국어 1-1 가, 국어 1-1 나, 수학 1-1, 수학익힘책을 구입했다. 

(국어책은 1학년 1학기에 배우는 책이 가와 나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구입했을 당시에는 국어활동책은 품절이어서 구입할 수 없었다. 같이 구입하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교과서는 한 권당 3천 원 내외여서 배송비 2,000원을 내고도 만원대로 구입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배송되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교과서를 펼쳐보았다. 예전에 내가 배웠던 교과서와는 다르게 교과서 뒤쪽에는 스티커와 카드, 놀잇감 형식의 활동지가 많이 있어서 어른인 내가 보아도 흥미로워 보였다.

초등학교 1학년 국어 1-1 가 교과서 목차 

아이가 하교를 한 후에 국어책을 목차부터 같이 살펴보았다. 

국어 가는 바른 자세로 읽고 쓰기부터 자음자(ㄱ~ㅎ)와 모음자(ㅏ~ㅣ)를 배우고 자음자와 모음자로 글자를 만들어보고 다정하게 인사하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었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학기에 후반부에 배우는 국어 1-1 나 책의 목차를 보면 받침이 있는 글자가 나오고 마지막에는 그림일기를 쓰는 내용까지. 갑자기 난이도가 확 높아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엄마들과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한글을 어느 정도 떼고 오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셨던 게 이해가 되었다. '그림일기를 다 배우고 나면 여름방학 숙제로 그림일기 숙제를 내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1학년 2학기가 되면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고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에 여름방학 동안에 미리 받아쓰기 연습을 조금씩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 목차 

수학 교과서는 국어와 달리 한 권으로 되어있었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숫자에 대해 여러 활동들을 해 볼 수 있게 구성이 되어있었다.  1단원에서는 9까지의 숫자를 익히고 2단원에서는 상자 모양, 원기둥, 구 모양에 대해서 익히고 3단원에서는 덧셈과 뺄셈 4단원에서는 길다, 짧다, 크다, 무겁다와 같은 비교에 대해서 배우고 마지막 5단원에서는 50까지의 수를 배우고 마무리가 되었다. 1학기 내내 0부터 50까지의 수를 익히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의 모양이나 사물의 비교, 간단한 덧셈 뺄셈을 배우니 수학은 아이들에게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수학익힘책과 국어 교과서 같은 페이지. 다른 느낌

하지만 국어와 수학 교과과정의 난이도가 진도를 나가면 나갈수록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어 교과서 38페이지에서는 "자음자 모양을 찾아봅시다."라고 쓰여 있어서 아이들이 여러 표정들에서 ㄱ,ㄴ,ㅁ,ㅅ,ㅇ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반해 수학익힘책에서는 같은 페이지에 1,2번 문제가 특히 아이들이 하기에는 조금은 어려워 보였다. 물론 그림을 보고 덧셈식을 세우는 건 간단해 보였다. 하지만 옆에 덧셈식을 한글로 읽어보라고 쓰여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읽기란 (1번 문제를 예로 들어보겠다.)


"3 더하기 1은 4입니다."

"3 더하기 1은 4와 같습니다."

"3과 1의 합은 4입니다."

"3과 1의 합은 4와 같습니다."


위와 같이 4가지 방법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담임선생님께서도 우리 아이가 위의 덧셈식을 읽는데 많이 힘들어한다고 하셨다. 국어시간에는 이제 자음자를 배우고 있는 단계에서 수학 시간에 위의 식을 읽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게 국어와 수학 교과과정의 수준차가 많이 난다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 한글을 전혀 모르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도 보았다. 요즘에는 한글을 어느 정도 떼고 입학하는 추세이기에 어떤 아이들은 오히려 수업시간에 흥미를 잘 못 느끼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실제로도 "선생님. 이거 다 아는 거예요. 재미없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꽤 있다고 한다.  물론 수업시간에는 정해진 계획표에 맞춰서 진도를 나가겠지만 너무 선행을 한 아이들은 수업이 너무 기초부터 하니 흥미가 떨어져 재미가 없고 한글을 잘 모르는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무엇을 하라는지 잘 이해가 안 가니 수업이 버겁고 힘들 것만 같다. 우리 아이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가까운 편이어서 엄마로서 한글을 다 못 떼고 학교에 보낸 것 때문에 학교 생활이 아이에게 버거운 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혹시나 나처럼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시는 부모님들이나 내년에 학교에 입학하는 자녀가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오늘 초등학교의 급식과 한글 공부에 대해서 글을 써보았다. 아이가 하교하고 운동을 다녀오면 간식을 조금 먹인후에 그날 배운 내용을 30분씩 간단하게라도 복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1학년이기에 학교에 적응하는 게 최우선이고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알고 잘하는 것보다는 수업시간에 큰 어려움이 없이 진도를 잘 따라갔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현재 코로나 시대여서 쉬는 시간도 예전에 비해 짧고 쉬는 시간조차도 주변 친구들과 마음껏 대화도 못하고 뛰어놀지도 못하니 아이가 많이 답답하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 것 같다. 

앞으로 대학교까지 16년을 학교에 다닐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첫 단추를 기분 좋게 잘 꿰어서 학교 생활에 다시 재미를 붙였으면 좋겠다. 3월에 그랬던 것처럼 "엄마! 학교 끝나고도 또 가고 싶어. 주말에도 가고 싶어. 학교 재미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꼭 다시 찾아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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