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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Jan 06. 2023

산다는 것은 파도와 닮아있다 2탄

갑작스러운 깨달음의 순간이 이러한 것일까? 정확하진 않지만 확실한 것은 난 그때 끊임없이 몰아지는 파도 속에서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깨달았다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수많은 일들과 고민들을 겪으며 그것들이 심연의 깊은 곳으로 나를 끌고 가 마주하게 만든 마지막 종착점, 그곳에서 마주한 질문은 결국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였다.


그 질문에 도달한 나는 '절망'스러웠다.


나에게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은 결국,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들이고 그것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없었다. 그저 그런 일들이 왜 나에게 발생했는지를 고민하며 과정만 다를 뿐 결국은 같은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 이 질문에 도달했던 시점부터 절망한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 나는 내가 살아갈 이유를 찾아 고군분투했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 분주히 그리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찾기만 하면 무엇이든 해결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은 채로, 그렇지만 답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파도가 준, 대자연이 나에게 주는 답은 그것이 아니었다.

파도의 답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촤악, 촤악-"


"촤악"


"촤악-"


파도의 소리에 집중해 보자.

파도의 부름에 집중해 보자.

파도의 흐름에 집중해 보자.

파도의 부서짐에 집중해 보자.

파도가 생겨나는 모습에 집중해 보자.


파도는 왜 치는 걸까?

파도는 왜 멈추지 않는 걸까?


이는 여러 학문적 답변이 돌아올 수 있는 질문이지만, 지금 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한 인간에게 한다면, 그 질문은 곧 파도에게 왜 파도는 계속 치는가?

하고 묻는 질문과 동일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파도는 왜 칠까?

파도가 치기 싫다고 치지 않을 수 있을까?

파도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계속해서 부서져 내린다.

사라진 듯해도 또다시 일어나고 부서진다.


그것이 내가 파도에게서 들은 답이었다.

우리의 인생 또한 파도와 같다는 것.


생명의 끈이 붙어있는 한, 우리의 인생은 계속된다.

파도가 멈추지 않고 계속 치듯 말이다.

바다에 앉아 있다 보면 큰 파도가 모래사장을 만나 잠깐 끝난 것 같아 보여도 이내 곧 저 멀리서부터 또다시 물결이 차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파도는 멈출 수 없이 계속해서 칠 뿐이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다. 지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럴 것이다.


이것은 내가 이번 여행 중 바다와 함께 했던 7일이라는 시간 동안 얻은 인생의 진리이자 고민하고 고민하단 내 인생의 해답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큰 의미가 없다.

그저 파도가 계속해서 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큰 바다에서부터 시작된 물이 끊임없이 파도를 만들어 내듯이 우리의 인생 또한 끊임없이 태어나는 하루를 맞이하며, 그 하루하루 속에서 무언가를 창조해 나가며 살아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파도의 세계에서는 더 나은 파도도 더 별로인 파도도 없다. 파도도 결국은 바다에서부터 시작되어 땅을 만나 부서저 내리고 또다시 피어오르는 물의 흐름의 일부일 뿐이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에 불과한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는 인생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너무 힘들어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대자연이라는 큰 물결의 흐름에 맞게 내가 일어나야 할 때와 부서져야 할 때를 알고 그저 그 흐름대로 결국 그 말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흘러져 가면 될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자연의 이치이자, 내가 살아가는 삶의 진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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