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3.
나는 불안정한 사람이다.
이제 남아있는 상담은 총 2회.
추가로 연장을 할지 그만둘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상담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크긴 하지만, 초반에 비하면 많은 안정감을 찾은 지금은 반반의 마음인 것 같다. 상담을 지속하기에 금전적인 부담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해진 부분은 나에게는 결핍이 있고, 불안감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업무적으로나 일상적으로나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상담을 통해 위안을 받을 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이런 내 모습이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나가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더 물어봐야 하는 것 같다.
나에게는 어쩌면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불안정한 감정상태에 본인을 가누기에도 벅찼던 엄마와 바깥에서 일하느라 가정을 돌보지 못하던 아빠.
부모님이 여유가 있어 든든하게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는 친구들을 보면 그저 부러웠다.
어쩌면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주변에는 부모님의 사이가 좋으며, 가정 내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큰 친구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그런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의 가정환경을 더 비교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누리지 못할 것을 그렇게라도 가까이서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복이라고 보면 복일 수도 있겠다 싶다.
어제는 문득 자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과 응원은 마치 구명조끼와도 같다는 생각.
그리고 인생이란 물살이 거센 강 위에 놓인 돌다리를 혼자서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서의 내 모습은 구명조끼도 없이 벌벌 떨며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떠올랐다. 자칫 잘못하다 발을 헛디뎌 돌다리에서 떨어져 그대로 강으로 떠내려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 한 발을 내딛는 것부터 두려워, 돌다리를 여기저기 두들겨보고 안전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길 때에서야 큰 맘을 먹고 한 발을 내딛으며, 좀처럼 앞으로 잘 나아가질 못하고 있는 아이.
나는 목숨을 걸고 내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모습으로 비쳤다.
이때 구명조끼를 착용한 친구가 지나간다. 그 친구는 두려움 없이 돌다리를 하나둘 점프 뛰듯 뛰어간다. 그러다 발을 잠시 헛디뎌도 다시 헤엄쳐 올라올 수 있기에 얼굴에는 웃음기도 가득하다. 마치 게임을 하는 듯 즐겁게 돌다리 위를 뛰놀고 있다.
같은 돌다리를 건너고 있지만 건너는 방식과 그 안에서 느끼는 것이 전혀 다르다.
상담을 지속하게 된다면, 이제는 연애상담이 아닌 인생상담으로 넘어가야 하는 단계인 것 같다.
애초에 인간관계 속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내 인생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에서도 내 자리를 제대로 못 잡고 있다. 유일하게 내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라면 집사로서의 내 모습이다.
고양이에게만큼은 훌륭한 집사이자 보호자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어쩌면 나의 재능은 이런 쪽에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