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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Sep 10. 2024

심리상담 7회 차의 기록

2024.09.06.


감정들에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사람들의 말에, 내 안에 휘몰아치는 감정들에, 휘둘리지 않는 강한 내면을 갖고 싶다.





이번 상담을 앞두고 나는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말다툼의 이유는 추석 때 각자의 부모님 댁에 가는 순서와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발단이었는데, 남자친구가 우리 둘이서 이미 대화를 나누었던 이야기를 까먹고 시동생네와 다른 스케줄을 짠 뒤 나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며 다툼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미 우리끼리 했던 이야기에 맞춰 부모님께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고, 남자친구는 그 상황을 모른 채 동생네와 이야기를 하다 그쪽에 맞추어 다른 스케줄을 잡았던 것이었다.


남자친구의 말로는 일정이야 우리가 바꾸길 원하면 조정이 가능한 부분이기에 큰일이 아니라는 태도였는데 그 당시의 나는 애초에 나와의 이야기를 우선하지 않고 다르게 스케줄을 잡아서 이야기하는 남자친구의 말이 기분이 나빴기에 그런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말다툼을 하며 우리는 비슷한 문제로 계속해서 오해가 생기고 싸우는 과정이 반복된다는 것을 서로 인지했다.


대부분의 경우가 이번처럼 별다른 의도 없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남자친구의 말에 내가 오해를 하거나 서운해하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포인트였는데, 그 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는 평소 남자친구의 무심한 말투나 행동에서 '배려받지 못한다'는 마음이 쌓여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이렇게 하나의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 거기에서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까지 폭발하여 더 크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문제 삼을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기지만 그것들이 마음속 어딘가에는 계속해서 쌓이고 있는 듯했다.


다툼이 있고 나서 마침 상담날짜가 잡혀있던 터라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상담실에 들어갔다. 상대방은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식이었고, 이 문제를 가지고 혼자서 아무리 궁리를 해보아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상대방을 오해하는 태도는 잘못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의 말투나 태도는 무조건 맞느냐는 것에는 의문이 있었다.


상담실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하며, 연애를 하며 감정적으로 변하는 내 모습이 나도 싫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성적으로 나를 통제할 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일상생활에서도 루틴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나는 그만큼 안정적으로 반복되는 삶을 원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화를 할 때에도 갑자기 이야기의 주제가 바뀌거나 했던 말을 바꾸는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주변인들 중에서 약속을 쉽게 깨거나 바꾸는 사람들을 한두 번 겪다 보면 서서히 거리를 둔다.


나는 쉽게 말하고 갑작스럽게 만난다거나 하는 식으로 돌발적인 행동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에 남자친구와의 대화에서도 그런 부분이 생기면 불편함을 느끼고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


그렇게 감정이 올라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느껴지고 그 상황자체를 피하려고 하게 된다고 하자 선생님은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처리하고 다루는 것에는 미숙할 수 있기에 아직 거기에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고 어렵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을 해주셨다.


나는 감정적인 부분이 커지는 것 같으면 너무 힘들어서 이성의 스위치를 켜고 감정을 억제하며 살아왔다. 이는 감정적으로 힘든 것들이 올라오면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 다른 행위를 하면서 힘든 감정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이었다.


선생님은 언제까지고 감정을 지금처럼 이성적인 측면을 키우면서 억누르며 살 수도 없고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도 아니라고 하시며, 나에게 일어나는 감정들을 잘 마주하고 잘 통제할 수 있게 되면 내 삶을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게 될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 감정이 어떻다는 설명을 하기가 어려웠다.


아직 나는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서툴고, 어색하다. 마치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을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모습으로 변화무쌍하는 감정이라는 아이를 잘 마주하고 다룰 수 있게 될 수 있을지 아직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선생님은 분명히 가능해질 거라고 하셨기에 그 말을 믿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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