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만들기 체험을 할 기회가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2시간.
먼저 도마로 쓸 나무를 선택해야 했다.
그게 그거이려니 했는데, 나무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질감도, 나무결도, 무늬도 너무나도 달랐다.
나무는 참 사람을 닮았다.
그래서 다른 재료에 비해 편안하고 친근한가보다.
나무는 빨리 자라면 무르고, 천천히 자라면 단단하다.
옹이는 나무가 겪는 어려운 시기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옹이가 만들어낸 강렬한 무늬는 참 멋스럽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유독 향이 좋은 나무도 있다.
결이 고른 나무에 더 손이 간다.
남들보다 늦다고, 나만 힘들다고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단단하면서도 독특한 옹이를 품은 나무가 좋다.
그런 나무일수록 나무결이 부드럽고, 더 좋은 향이 난다.
나무를 자르고, 결을 고르기 위해 사포질을 했다.
모서리를 라운딩하고, 기름을 바르고 기다린다.
다시 사포질, 기름칠, 기다리기를 반복한다.
원하는 결과물을 위해 하염없이 만지며 공을 들여야 한다.
사람을 대하는 일 역시 늘 쉽지 않다.
계속 손이 간다.
시간을 들인다고 내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아쉬운 채 끝을 냈다.
내 도마가 좀 특이해 보였나보다.
지도해준 선생님 뿐 아니라 같이 작업을 한 동료들도 내 작업물에 강한 관심을 표하며 물었다.
“무슨 동물인가요? 새인가요? 펭귄인가요?”
"당신 마음 속에 떠오르는 그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살림에 보태라며 아내에게 나의 핸드메이드 한정판 캄포도마를 건냈다.
가끔 도마의 가녀린 목을 움켜쥔 아내를 볼 때가 있다.
공연히 내 목을 쓰다듬게 된다.
잘못한 게 없는지 반성한다.
나무는 참 사람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