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공부에서 현실적인 양육자의 위치와 역할
집공부에서 현실적인 양육자의 위치와 역할_학원,과외없이 집에서 워킹맘 엄마와 공부하고 있는 초등 삼남매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 5화
아이들이 공부할 때 양육자가 꼭 옆에 붙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 점을 먼저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공부 시간 내내 옆에서 적절한 피드백을 하며 있어주는 것은 교사 경력이 20년을 향해 가는 저도 힘듭니다. 또, 내가 공부하는 것을 누가 옆에서 보고 있다는 것은 아이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죠. 그리고 엄마라는 사람의 눈에는 꼭 삐뚤한 자세나 글씨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친절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한다 해도 지적을 자꾸 하게 됩니다.
"허리 펴고 바로 앉아라."
"글씨 바르게 써라."
이런 말을 학급에서 선생님이 한다면, 아이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며 즉각 자세를 바르게 하고 글씨에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엄마가 하면 잔소리가 됩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긴장 없이 풀어져 있고 싶은 곳이라 그런 걸까요. 저라고 위와 같은 말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잔소리는) 조금 더 짧고 강하게, 적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이 공부할 때 옆에 내내 같이 있어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양육자가 아예 집을 비우거나 방 문을 닫고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면 초등 아이들의 집공부는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저도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배우고 싶은 게 많지만 가능한 저녁에는 외출 일정을 잡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빠질 수 없는 회식은 가야 하지만, 약속은 가급적 주말에 잡습니다.
다음은 아이들이 집공부 할 때 저의 실제적인 위치이자 전략입니다.
제게 있어서 기계적인 가사는 설거지, 빨래 개기, 정리정돈, 단순 은행업무, 가계부 어플에 그날의 지출 입력하기 정도인 것 같아요. 저희 부부는 가사를 '기계를 상대하는 일', '인간을 상대하는 일'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요. ^^ 밥솥, 세탁기, 건조기, 식세기 등 기계를 가지고 단순히, 그러나 자주 반복하는 일은 남편이 합니다. 변수가 많고 판단을 자주 내려줘야 하는 가사(학습지도, 옷 관리, 아이들 건강 관리, 필요한 물건 주문 및 비정기적으로 일어나는 일들)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일 중에도 크게 머리 쓰거나 집중하지 않고 몸만 움직이면 되는 일들을 이때 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 같아요.
공부가 늦어지면 서로 지쳐요. 아이들도 힘들고 저도 힘듭니다. 5월 중순까지도 세 아이들 통합 시간표였는데 자꾸 공부 종료 시간이 늦어져, 이제는 아이들 별로 시간표를 따로 짰어요. 방과후 수업 없이 일찍 끝나는 아이부터 후딱후딱 공부를 시작하는 것으로요. 처음에는 같은 과목을 공부해야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편하겠다 싶어서 3명 통합 시간표를 짰는데, 어차피 셋 다 공부하는 양이 달라서 같이 시작해도 중간에 흐름이 자꾸 달라졌어요.
3화에 올린 시간표로 해보니, 아이들도 여유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좋아하더라고요.
https://brunch.co.kr/@omyjesus/57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은 흐름이 끊기면 안 되고,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즐길 때도 흐름이 끊기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제가 찾아낸 콘텐츠는 시집과 그림이 가득한 도록입니다. (도록은 흔하지는 않으니 좀 두꺼운 그림책이나 사진집도 좋더라고요!) 아이들 옆에서 지식정보책, 철학책, 소설책, 만화책 다 읽어봤지만 가장 마음 편한 것은 시와 그림책이었습니다. 시와 그림의 공통점은 딱히 흐름이랄 것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다른 책들은 중간에 아이들이 질문해서 신경 썼다가 다시 책으로 돌아가려면 '어디까지 읽었더라'하고 찾는데, 그게 반복되면 기분이 안 좋거든요. 근데 시는 아무 데나 펴서 읽어도 되고 여차하면 그 시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도 되고(오히려 더 좋고) 난해한 시였으면 슬쩍 다음 시로 넘어가도 되고요. 외국어는 주로 영어와 일본어 공부를 하는데, 쉐도잉이나(중얼거려도 크게 개의치 않더라고요.) '단어 반복해서 말하며 외우기' 등은 좋더라고요.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이겠죠. 저도 복직해서는 꼭 정시 퇴근을 하려고 합니다. 첫째 기준으로는 7~8년, 막내 기준으로 해도 10여 년 후면 저녁에 아이들을 만나기 힘들지 않을까요?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워킹맘으로서의 일상이 너무 버거워 쉬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엄마를 쉴 순 없으니 학교를 쉰 건, 정말 잘 한 일 같아요. 다만, 다시 복직해서는 직장에서의 에너지와 책임감을 조금은 더 수월하게 조절할 수 있기를, 그래서 퇴근해서도 아이들을 위한 에너지를 남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집공부는 아이와 부모, 모두를 위한 시간
저는 집공부 시간이 자녀의 인생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모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집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며 결국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시간, 나누는 대화가 쌓입니다.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기 전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며 크고 강력한 기준점을 얻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돌보는 게 비록 어렵지만 더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이 시간이 그리울 것 같고, 그때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한 집에 있었던 걸 잘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집공부의 효율성을 위한 추천템이 있습니다. 바로 다이소 타이머예요. 아이들이 각자 해야 할 공부를 할 때 타이머를 켜고 공부합니다. 중간에 화장실 가거나, 잠시 간식을 먹으며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면 타이머를 끄고 쉬었다가, 공부할 때는 다시 켭니다. 집에서 70분을 꽉 채워 수학 공부를 한다면, 학원에서 70분 수업을 '듣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가 있습니다. 타이머가 있어야 "몇 시부터 시작했더라?", "내가 공부를 몇 분 했더라?"같은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비싸고 예쁜 타이머도 많은 것 같던데, 아이들이 쓰는 물건은 소모품이라고 생각해야 부서져도 깨져도 고장 나도 맘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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