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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Oct 04. 2024

엎치고 덮치고 - 에피소드 2

우당탕탕 배낭여행

아침을 먹고 찾아 놓은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은 다음 영사관으로 갔다.

아침부터 1킬로그램쯤 되는 땀을 흘리고 많이 걸어야 했다.

영사관 직원은 내 여행계획을 물어본 후 단수여권은 터키를 한 번만 나갔다 들어올 수 있어서 나중에 터키에서 나가려면 여권을 또 만들어야 한다고 알려줬다.

국경에서 종종 문제가 되어 입국이 거절되거나 비행기를 못 타는 경우도 있으니 일반여권을 만들라고 했다.

혼자 하는 여행이면 어떻게든 하면 되는데 중간에 동행들과 함께 하기로 되어 있는 여정이 나 때문에 딜레이가 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일반여권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DHL 익스프레스로 터키까지 배송되는데 일주일쯤 걸린다고 했다.

일주일은 더 이스탄불에 머물러야 하는 것이다.

내일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로 갈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취소하고 이스탄불에 다시 머물 숙소를 찾아야 했다.

그건 여권 재발급 신청이 끝난 후 하면 될 일이었다.

갑자기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기 시작했다.

DHL 익스프레스는 내가 온라인으로 신청을 하고 결제를 해야 하는데 신용카드가 없어 한국에 있는 카드로 결제를 하려고 하니 인증하는데 자꾸 오류가 났다.

결제를 못하면 단수여권을 만들 수밖에 없다.

여러 번 직원을 불러 물어보고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 사이 한국에서 사 간 이심을 잠시 정지시키고 데이터로밍을 켰다가 드디어 결제를 성공시킨 후 다시 이심을 켰는데 이심이 작동하지 않아 핸드폰이 먹통이 되어 버렸다.

긴장으로 핸드폰을 만지는 손에 땀이 배어 나왔다.


문제가 또 있었다.

재발급 수수료를 달러나 유로로 내야 해서 밖에 나가 atm으로 달러를 인출하려는데 인출이 안 되는 것이다.

가진 돈은 없고 달러는 인출이 안 되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마침 방문 중인 한국인이 대신 수수료를 내주고 내가 통장으로 이체하는 걸로 해결이 되었다.


한국에서 초초하게 소식을 기다리는 남편에게 곧 인터넷이 끊긴다고 연락하고 맵스미에 의지해서 탁심 시내로 나갔다.

새로 유심을 구입하려고 들어간 가게 직원이 다시 이심을 살려줬다.

정신이 없어 모자를 영사관에 두고 와 땀을 뻘뻘 쏟으며 식당에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으며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불가리아 숙소는 모두 날리고 잠시 이스탄불을 떠나 있어야 할 것 같아 일정을 바꿔 부르사에 숙소를 예약했다.

트레블 카드는 현지돈만 인출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점심 먹고 다시 영사관에 들려 놓고 온 모자를 찾고 감사 인사를 드린 다음 에코백과 몇 가지 미술도구를 산 다음 숙소 근처로 왔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가방이 없어 주머니에 넣어 둔 만 원쯤 되는 터키 돈이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내내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카드는 바지 속주머니에 넣고 다가오는 사람마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다녔다.

도대체 어디서 누가 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돈을 빼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움직일 수도 길을 걸을 수도 없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만 더 생겨도 정신을 놓겠구나 하는 순간 정말 그런 일이 생겼다.

주머니에 돈이 한 푼도 없어 다시 카드로 돈을 인출하려고 하는데 세 종류의 기계에서 모두 거절당한 것이다.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카드로 돈을 못 찾으면 여행 자체는 물론 당장 내일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유랑과 터키 카페에 이스탄불에 있는 한국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한 사람이 기계에 돈이 떨어지면 그럴 수 있다고 알려줬다.

다행히 다른 기계에서 돈을 찾을 수 있었다.

분실위험으로 큰돈을 찾지도 못했다.

그 사이 두 명의 한국인 여행자가 도움을 주겠다고 연락해 왔다.


손에 핸드폰을 쥐고 카드를 옷 속에 숨기고 찾은 돈은 일단 주머니에 넣은 다음 더 이상 밖에 있을 수 없어 잔뜩 몸을 움츠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런 식이면 저 위험한 밖을 돌아다닐 수가 없다.

밖은 온통 소매치기가 날뛰는 위험 소굴이 되어 버렸다.

15년 넘게 여행을 다니면서 이랬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의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했다.

멘탈이 무너지는 순간 몸이 다친다.

사고가 일어나기 제일 쉬운 순간이다.

여권도 돈도 카드도 일정이 꼬이는 정도는 몸이 다치는 것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 멘탈을 먼저 잡아야 한다.

일단 이스탄불을 피해 여권이 나올 때까지 부르사에 머물며 쉬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내일 일어나는 대로 버스터미널로 가 부르사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기로 마음먹었다.



#이스탄불#소매치기#여행기록#드로잉#여행아닌고행#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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