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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Mar 08. 2023

동생의 비명

사노라면

남동생은 중학교 시절 심각한 학교폭력을 겪었다.

25년 전 일이다.

그 시절에 학교폭력이란 말이 있었는지나 모르겠다.

동생은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학교를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부모님이 동생을 괴롭혔던 아이들의 부모님과 만나 사과를 받고 아이들의 심한 장난 정도로 마무리가 되었던 걸로 알고 있다.

정작 동생은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에게 사과를 받지 못했다.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동생은 졸업을 했고 졸업 후 정신지체 진단을 받고 특수반이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지만 고등학교 시절도 그다지 잘 보내지 못하고 졸업을 했다.


졸업을 하고 20살이 되던 해 동생은 돌연 13살을 선언했다.

동생은 아직도 20대의 삶을 살고 있다.

20살이 되기에 십 대의 삶이 너무 불행하고 억울했던 동생은 한사코 자신의 나이를 부정했다.

동생의 마음의 병은 그렇게 심해졌다.


동생의 지능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쯤에 걸쳐있다.

언어장애, 운동성장애, 사회성장애, 감정조절장애 등등, 많은 문제을 가지고 있음에도 지능은 정상에 가깝다.

덕분에 동생은 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뼈저리게 인식하며 살아간다.

간절히 원하지만 도달할 수 없는 자리를 열망하고 선망하고 부러워하며.

그러니까 동생은 운이 좋았다면 가까스로 정상인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었다.

살아오면서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나쁜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동생은 어딘가 이상하고 모자란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들을 찾아 끊임없이 sns를 표류한다.

그러다 간혹 배고픈 사람들의 먹이가 된다.


타인의 고통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배고픔을 타인을 괴롭히는 즐거움으로 채우려 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 허기가 채워지지 않아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동생은 가끔 그런 사람들의 먹이가 된다.


왜 태어났니?

정신지체 장애로 살아갈 바에야 차라리 죽어 버려라.

나 같으면 벌써 떨어져 내렸다.

쓸모없는 놈 같으니라고


그런 말을 들으면 동생은 비명을 지른다.

조각난 영혼을 글어모은 채 웅크리고 앉아서 큰 소리로 울지도 못했던 오랜 세월 후에 동생은 이제야 겨우 소리를 지르고 있다.


그런 사람은 피하라고.

너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너는 우리 가족에 소중한 존재라고

아무리 말해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진작에 동생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그 순간을 눈치채지 못하고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잘못으로.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있다.

나는 그 드라마의 앞부분을 볼 수가 없다.


지금도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는 동생을 생각하면 나는 학교폭력이나 왕따와 같은 말이 사라지는 어느 날을 꿈꾸기 힘들다.

약자를 괴롭히고 만만한 상대를 먹잇감으로 다루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 슬프다 못해 우울해진다.


그런 생각들로 우울한 심사를 그림을 그리며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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