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상한 목공방 1]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제 이야기는 아이고요.^^
종일 비가 와 공방 문을 닫아 놓았더니 나가지도 못하고 뒹글거리며 잠만 자던 꼬맹이가 저녁에 나가서는 들어올 생각을 않는다. 퇴근 전에는 항상 들어오던 녀석인데 오늘따라 어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주변을 다니며 불러도 대답도 없고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기다리다가 결국 문을 잠그고 퇴근했다.
"밤새 고생 좀 해봐라! 요놈!"
다음 날 아침 공방 문 번호 키를 누르는데 어느새 꼬맹이가 옆으로 와 앉아 있다. 밤새 한숨도 못 잔 얼굴인 것을 보니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 모양이다. 반가웠지만 한숨이 먼저 나온다. 문 여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꼬맹이를 째려보았다. 꼬맹이는 나를 한번 올려다보더니 눈을 피한다.
"야! 너 밤새 뭐 하고 다녔어? 엄마 퇴근 시간 되면 집으로 들어와야 할 거 아냐!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느라 불러도 대꾸도 안 해? 외박하니까 좋냐?"
"야옹!"
"그래! 네 얼굴에 피곤해 죽겠다고 쓰여 있네. 이놈 새끼야. 밖에서 잠 한숨도 못 자니까 좋지? 어? 아주 그냥 고생을 덜 해봤어! 이것이."
"야옹!"
"뭘 잘했다고 자꾸 야옹거려?"
"...... 야옹!"
"아이고! 이놈 새끼! 대답은 꼬박꼬박 잘도 하네. 미워할 수가 없어요. 얼른 들어가!! 들어가서 밥 먹고 잠이나 자!"
공방 문을 열자, 꼬맹이는 후다닥 뛰어 들어가 물을 마시고 사료를 배불리 먹고 방으로 쪼르르 들어가 종일 잠만 잔다.
요즘 공방 근처 고양이들의 영역싸움이 심하다. 얼마 전 꼬맹이도 공방 앞에서 싸우다가 다른 고양이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있는 것을 쫓아가 말린 적이 있었다. 싸움은 낮보다는 밤이 더 치열하다. 이 녀석은 밖에서 밤새 쫓겨 다녔을 것이고 공방 문은 닫혀 있으니 들어오지도 못하고 어디서 편하게 잤을 리도 없다. 퇴근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꼬맹이는 아직도 한밤중이다. 자는 꼬맹이 엉덩이를 팡팡 때려주려다 곤히 자는 녀석을 괜히 깨우나 싶어 살살 쓰다듬으며 퇴근 인사를 했다.
"엄마 퇴근한다! 에이그. 내내 잠만 자다가 밤에 또 깨서 혼자 심심하면 어쩌려고? 심심해도 어쩔 수 없다! 네가 자처한 일이잖아! 그러니까 엄마 퇴근하기 전에는 들어와야지. 동네 고양이들은 밤새 울면서 싸우는데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거길 끼긴 왜 껴? 다음부터는 밤에 나가지도 말고, 엄마 퇴근하기 전에는 꼭 들어와라! 알겠지?"
새벽 2시. 빌라 계단을 오르내리는 발소리에 잠이 깼다. 술 취한 남자들의 대화 소리로 문밖이 시끄럽다. 아래층에서 밤부터 술판을 벌이더니 새벽까지 이어지는 소음에 결국 잠에서 깨고 말았다. 며칠 전 아래층에 새 이웃이 이사를 왔다. 집들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조용하고 너그러웠던 노부부가 이사 가고 젊은 남자 셋이 이사 왔다.
모두가 잠든 조용한 새벽. 이웃 사람들의 수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남자들 때문에 우리 집만 잠을 설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편과 함께 현관 앞에 서서 바깥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아래층 사람들 맞지? 근데 왜 자꾸 들락날락하는 거야?"
"술 사러 갔다 왔나 봐! 목소리 들어보니까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아! 미친놈들. 지금 이 시간이 몇 신데 저러고 떠들고 난리야? 이 빌라에 자기들만 사나?"
"그냥 들어가서 자자! 적당히 놀면 자겠지."
"아냐! 저런 것들은 따끔하게 한마디 해 줘야 해!"
"술 먹고 그러는데 따져서 뭐 해? 됐어! 싸움만 나!"
"에이 씨! 짜증 나! 작작 좀 하고 얼른 자든가. 아니, 아무리 내일이 일요일이라고 해도 그렇지, 사람들 잠도 못 자게 새벽까지 떠드는 게 정상이야? 늦게까지 술을 먹을 거면 밖에서 처먹던가! 돈도 없는 것들이 꼭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다가 새벽까지 술을 처먹는다고 저 난리지."
"어? 얘네 언제 왔지?"
옆을 돌아보니 자다 깬 베키와 엣지와 베니가 부스스한 얼굴로 나란히 앉아 현관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밖은 왜 시끄러운지, 엄마 아빠는 왜 자다 말고 일어나 현관 앞에 서 있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남편과 나는 동시에 감탄사를 터뜨리고 말았다.
"아~~ 귀여워!!! 얘네 봐! 어떻게 해~~ 귀여워서 미치겠네!!!"
"귀여운 것들! 어떻게 그렇게 한 줄로 앉아 있지?"
"얼른 들어가서 자자! 괜찮아! 괜찮아! 벌 거 아냐! 가자! 빨리 방으로 들어가서 자자!"
세 녀석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귀여운 내 새끼들도 다시 침대에 자리를 잡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잘 준비를 했다. 아래층은 3시가 되어서야 조용해졌다.
"젊은 남자들 셋이서 같이 살기로 했으니 얼마나 재미있겠어? 막 이사를 왔으니 친구들 불러 집들이도 하고 싶었겠지! 친구들만 사는 집이라고 또 마음 놓고 술판을 벌였을 테고, 그래! 오늘은 내가 백번 이해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다음에 또 새벽에 술판을 벌이기만 해 봐라. 가차 없이 쳐들어가서 눈물 콧물 쏙 빼놓을 테니까. 어디 두고 보자고, 기왕이면 경찰서 구경도 시켜 줄 테니까!"
화를 누르느라 혼자 구시렁대다 잠들었다.
바쁜 작업이 마무리되고 오랜만에 쉬는 일요일인데 새벽까지 놀아 젖힌 아래층 때문에 잠을 설쳤더니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눈이 떠진다. 요즘은 일요일에 일이 없어도 공방에서 지내는 꼬맹이 밥을 챙겨주려면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한다. 엣지를 데리고 공방으로 나왔다. 평소보다 늦게 나왔다고 꼬맹이는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수납장에 넣어 둔 짭짤한 간식을 물어뜯어 한 봉지를 다 해치웠다. 한 번에 몇 알씩만 주라고 쓰여 있는데 한 봉지를 다 해치웠으니 혼날 수밖에. 녀석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모른 척이다.
공방 문을 활짝 열었다. 담장 위에 있던 러시안블루 고양이가 폴짝 뛰어 내려와 공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지난겨울부터 가끔 보이는 녀석이다. 녀석은 꼬맹이 사료를 뚝딱 해치운다.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오랜만에 와서는 또 자기 집인 양 당당하게 남의 밥을 먹는다. 녀석의 이름은 억울이로 동네 사람이 키우다 밖에 내놓은 회색 러시안블루 수컷이다. 근처에 사는 캣맘이 아직 어린 녀석이 헤매고 다니는 것이 불쌍하다며 집으로 데려가 키웠는데 문만 열면 밖으로 뛰쳐나가 밤이 되어서야 들어오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하더니 결국 또 길고양이가 되었다.
밥도 못 먹고 다녔는지 뼈가 앙상하다. 거기다 눈물 콧물에 침까지 흘리고 재채기도 심하다. 꼴이 말이 아니다. 몰골일지언정 녀석은 항상 당당하다. 오랜만에 와서 배를 채우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사라진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 달쯤 지나 억울이가 또 공방에 나타났다. 코에서 피까지 흐른다. 저 몰골을 어쩌면 좋을까? 이제 녀석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 사람을 잘 따르는 녀석이지만 야생에서 거칠게 자라 붙들고 약을 먹일 수도 없다. 츄르에 약을 섞어 줬더니 다행히 잘 먹는다. 밖에 내보내지 않고 일주일간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였더니 눈물 콧물은 깨끗해졌다.
며칠을 공방에서 지냈다고 문 열어 두어도 녀석은 나갈 생각을 않는다. 건강해졌지만 다시 밖으로 내보내려니 괜히 걱정스럽다. 그새 정이 든 걸까? 녀석은 아무에게나 친한 척 박치기를 한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따르는 편이라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면 봉변을 당할까 봐 걱정이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들은 밖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본능적으로 사람을 경계하며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안전하게 살 수 있는데 이미 사람에게 길들여진 고양이가 아닌가. 먹을 것도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누구 하나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굶어 죽기 딱 좋다.
자립을 배우지 못한 녀석들은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구걸을 한다. 고양이를 예뻐하는 사람이 많지만 혐오하거나 위협하는 사람도 많다. 일부러 길고양이들을 학대 대상으로 여기고 잔인하게 죽이는 사이코패스도 동네마다 한둘쯤은 있다.
나가라고 한다고 나갈 것 같지도 않지만 어쨌든 여러 가지 걱정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공방에서 키우기로 했다. 꼬맹이는 억울이와의 동거가 못마땅한 눈치다.
억울이에게도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 얼굴이 깨끗해지니 품종묘답게 귀티가 흐른다. 억울이의 이름은 귀티라고 부르기로 했다. 공방 마크가 새겨진 나무 목걸이에 이름을 새겨 목에 걸어주니 귀티가 잘잘 흐르는 것이 고양이 왕자가 따로 없다.
귀티가 참새 한 마리를 잡아다 내 앞에 내려놓았다. 받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것일까?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또 까무러칠 뻔했다. 다행히 참새는 죽지 않았고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잽싸게 날아 달아난다.
귀티도 이제 공방 고양이가 되어 목걸이를 목에 걸고 꼬맹이와 함께 공방 주변을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공방을 홍보하는 호객꾼이자 마스코트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폼나는 나무 목걸이를 한 예쁘고 붙임성 있는 두 마리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다가와 쓰다듬으면 녀석들은 또 배를 보이며 뒹군다. 사람들은 녀석들의 애교에 홀려 근처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고양이용 츄르를 사다가 바친다. 녀석들은 얌전히 앉아 다 받아먹는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보통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보면 도망치느라 바쁘다. 츄르를 먹고 싶어도 사람이 무서워 포기하고 도망을 가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꼬맹이와 귀티는 길고양이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도 공방 고양이로 당당하게 골목을 누빈다. 도망가지도 않고 애교까지 부려주니 사람들은 두 녀석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편의점 주인은 고양이 간식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츄르와 캔이 떨어지지 않도록 꼬박꼬박 채워둔다.
귀티를 따르는 치즈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녀석은 사람을 경계한다. 불러도 가까이 오지 않는다. 귀티가 캣맘 집에 잠깐 살 때 귀티와 같이 살았던 녀석이라고 했다. 녀석도 귀티를 따라 밖을 돌아다니다 길고양이가 되었다. 치즈 고양이는 가끔 귀티를 따라 공방 안까지 들어와 밥을 먹는다. 그러다 내가 다가가면 냅다 줄행랑이다.
녀석을 보니 얼마 전까지 찾아오던 수컷 치즈 고양이가 생각난다. 녀석은 3개월밖에 안 된 작은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와 밥을 먹이던 똑똑하고 착한 녀석이었다. 같이 다니던 새끼 고양이가 죽자, 또 다른 새끼 고양이들을 데리고 와 밥을 먹였다. 순하고 똑똑했지만 싸움에는 젬병이었는지 얼굴 여기저기 상처가 많았다.
길고양이들도 사자처럼 자신의 영역이 있고 그중 대장도 있다. 대장 자리를 위해 밤마다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강한 놈만 살아남는다. 암컷이든 수컷이든 강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녀석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죽은 것일까? 새끼를 데리고 밥 먹으러 올 때마다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는 했는데... 안타깝다.
공방을 오픈한 지 2년이 지났다. 말만 무성하던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동네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오늘도 도배 사장은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며 동네를 걱정한다.
"요즘 재개발 때문에 동네가 너무 시끄러워!"
"사장님은 보상 얼마나 나온대요?"
"여기는 아버지 집이고, 나는 세입자라 이주비랑 뭐 쪼금 나오는 거 같던데? 세입자가 보상받아봤자 얼마 받겠어? 아버지 집이라고 월세도 엄청 싸게 계약했더니 보상은 얼마 안 나오는 거 같더라고. 집 팔고 나면 아버지가 그 돈을 나 주실 리도 없고. 그냥 힘든 시기에 집 내주고 살게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
"어디로 이사 가시게요?"
"멀리는 못 가니까, 옆 동네로 이사해야지. 나사장은 이사 갈 가게 알아봤어?"
"저는 고양이들 때문에 최대한 버텨보려고요. 제가 이사 가고 나면 밥 먹으러 오던 고양이들은 어떻게 하죠?"
"그러게. 고양이들도 걱정이네!"
"꼬맹이랑 귀티는 제가 데리고 가면 되는데요. 다른 고양이들은 데리고 갈 수가 없어요. 개발한다고 다 밀어 버리면 고양이가 살 곳도 없을 텐데. 길고양이들은 자기 영역이 있어서 억지로 데려가도 다시 돌아올 게 뻔하거든요."
"그렇구나!"
요즘 도배 사장과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은 재개발에 대한 이야기다. 재개발이라 하면 살던 사람들은 공사기간 동안 잠시 이사를 했다가 새 아파트로 입주해 더 좋은 환경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 원래의 취지 아니겠는가? 하지만, 재개발 추진위원회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최고 1억 원이라는 터무니없는 추가 부담금을 요구했다. 돈에 눈이 먼 조합장들과 개발 회사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돈 없는 사람들만 쫓겨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사람들이 기를 쓰고 조합장이 되려고 했었나 보다. 가난한 동네 사람들은 조합원으로 참여하지도 못하고 보상금만 받고 이사를 택해야 했다. 조용히 떠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목소리 높이며 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재개발이다.
내게도 3000만 원의 보상금이 나온다. 보상금 액수를 듣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3000만 원이라니... 마르코가 병원비로 쓰고 간 딱 그만큼의 돈이다. 재개발이라고 보상받는 거지만 이곳에 공방을 열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돈이다. 더 넓고 좋은 조건으로 이사 갈 수 있게 되어 오히려 나에게는 복이었다.
길에서 거칠게 자란 귀티는 따뜻한 집과 보호자가 생기니 한결 부드러운 성격이 되었다. 여전히 동네 고양이들에게 맞고 다니지만, 이제는 쉽게 물러나지 않는 배짱도 생겼다. 한 대 맞고 끝날 것을, 배짱부리다가 서너 대를 더 맞는다는 부작용도 있기는 하지만 맞고 들어와도 당당한 녀석이다.
귀티의 반전 매력은 애교가 많다는 것이다. 작업 중에도 무릎 위로 올라와 쓰다듬어 달라며 머리를 들이민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품에 안기기도 한다. 어떨 때는 안긴 상태로 잠이 든다. 기분은 한없이 좋은데 일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애교가 많은 녀석은 처음이다.
꼬맹이와 귀티는 처음에는 거리를 두고 지내더니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귀티에게 츄르를 주면, 꼬맹이는 기다리지 못하고 앞발을 뻗어 츄르를 자기 쪽으로 빼앗아 간다. 귀티는 누나에게 덤비지도 않고 얌전히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반씩 나눠 먹이려 했는데 꼬맹이가 다 먹어 치운다.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더 뜯어 귀티에게 준다.
두 녀석은 골목에 주차된 차 위로 올라가 나란히 누워 일광욕을 즐기기도 하고 공방 앞마당에서 잡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밖에서 뛰다가 한 녀석이 공방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와 박스 속으로 몸을 숨긴다. 그러면 한 녀석은 그 앞에서 잔뜩 벼르고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친해진 것 같다가도 장난을 치다가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친한 사이는 또 아니다.
귀티는 꼬맹이에게 장난을 자주 친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꼬맹이를 확인하고는 문 뒤로 숨는다. 조용히 기다렸다 꼬맹이가 나오는 순간 놀라게 하며 폴짝 뛰어오른다.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여유롭게 걸어 나오던 꼬맹이는 화들짝 놀라 같이 뛰어오른다. 쫓고 쫓기는 둘만의 잡기 놀이가 시작된다. 꼬맹이는 귀티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데 귀티는 꼬맹이 누나에게 장난치느라 혼자 신났다. 서로 그루밍을 해주는 살가운 애정 표현 따위는 없다. 현실 남매 그 자체다. 둘이 티격태격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남동생이 생각난다. 내게도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작가의 말---
새로 등장한 공방 고양이 귀티입니다. 러시안블루는 보통 사람을 가리는 소극적인 성격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귀티의 친화력과 넉살은 남다릅니다. 꼬맹이와 귀티의 현실남매 케미도 즐겁고요.
10월의 프로젝트 마감까지 1권을 다 써야 하니 추석 연휴에도 글은 계속 쓸 계획입니다.
매번 추석 전에 출판 프로젝트가 떠서 시골에 내려가질 못하네요.
브런치 공지처럼 벽이 아니라 문이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문을 벌컥 열어젖히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부지런을 떨어 봅니다. (안 열리면 부숴 버릴까요? 음... 다른 문을 여는 걸로 할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