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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벼리 Aug 29. 2024

열아홉 살 많은 남자와 친구가 되었다(강추)

소설 [이상한 목공방 1]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제 이야기는 아이고요.^^


 공방 근처 자주 가는 카페에서 7단 오븐렉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오븐렉은 처음이다. 아직도 처음인 것들이 많지만 오븐렉은 크기가 크고 만드는 과정도 복잡해 살짝 긴장된다.

유명 제품보다 튼튼하고 좋은 퀄리티의 제품을 저렴하게 만들어 주겠노라고 카페 사장에게 약속을 했으니 더욱 잘 만들어야 한다.


 좁은 공방에 나무 자재를 쌓아 놓을 자리가 없어 조금씩 구매하는 편이다. 마침 나무가 다 떨어져 가까운 제재소에서 파인우드 각재를 필요한 만큼만 사 왔다.

남편은 작업대 위에 나무를 올려놓더니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으라고 똥 품을 잡는다.

"내가 포즈를 취할 테니까 사진을 찍어!"

앞치마에 제단용 고글과 귀마개를 하고 장갑까지 키더니 줄자를 촤라락 펼쳐 나무 길이를 재는 시늉을 한다.

"빨리 찍어! 찍었어?"

"야! 그게 뭐야! 누가 나무 길이 재는데 그렇게 무장을 하고 해! 연출한 티가 너무 나잖아!"

"이렇게 해야 멋있어 보이지! 보통 사람들은 무슨 장비인지도 몰라! 그냥 찍어!"

"그래! 찍어 줄게. 네가 창피하지! 내가 창피하겠니? 이 사진은 설정이라고 블로그에 써야쥐~~"

어차피 얼굴을 가리려면 모자이크 처리나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가려주니 나야 땡큐지! 오늘따라 괜히 들떠있는 남편은 너튜브를 찾아보고 지그를 만들어 주겠다며 또 설친다. 하나도 반갑지 않다.

"오빠가! 너튜브 보고 배워왔거든! 편하게 오븐렉 만들 수 있게 지그를 만들어 줄게~ 기다려봐! 이거 하나면 그냥! 편리하게 구멍을 다 뚫을 수 있을 거야!"

"됐어! 요즘 드릴프레스로 구멍을 뚫은 게 이상하게 안 맞아. 오차 봐가면서 직접 드릴로 뚫어야 돼!"

"기다려 봐! 내가 딱! 만들어 준다니깐!"

"아... 씨... 하지 말라면 하지 말지!"

말려도 제멋대로 만들어 보겠다고 설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는지 의심스럽다. 깐족거리는 모양새까지 꼴 보기 싫다. 슬슬 짜증이 올라온다.


 남편이 만든 목심 박기용 지그를 이용해 뚫은 구멍이 죄다 오차가 생기고 말았다. 처음부터 오차가 있는 그를 이용해서 구멍을 뚫으니 당연히 오차가 생길 수밖에. 모든 구멍마다 1mm씩 차이가 난다. 안될 거라고!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건만 끝까지 우기더니 이게 뭐람? 남편은 그제서 왜 이렇게 됐는지 자기도 모르겠다며 발뺌을 한다.

"야! 이게 뭐냐고! 죄다 1mm씩 차이가 나잖아! 나무값도 비싼데 이게 뭐야!! 내가 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되고 안되고는 해 봐야 아는 거지. 나는 그냥 시도해 본 거잖아! 시도해 본 것도 잘못이야?"

"안된다고 내가 말했지! 네가 얼마나 해봤다고 나를 가르치려고 그래? 네가 목수냐? 내가 목수지!"

"아이고! 잘났네! 나도 웬만큼 할 줄 알거든요?"

"그러면 구멍은 왜 죄다 이모양으로 뚫어 놓으셨나요? 네?"

"나도 몰라! 그리고, 내가 일부러 그랬냐? 나도 도와주려고 그런 건데. 왜 괜히 나한테 뭐라고 그래?"

"이런 씨퐈라아아ㄹ!! 뭐 이런 똥멍청이가 다 있어? 그걸 말이라고 해?

여태 내 말을 똥으로 들었어? 모르니까 하지 말라고 한 거 아냐!

제재소 내일 쉬는 날이라 이거 망하면 당장 나무는 어디서 구할 건데!

모레 다시 사다가 만들면 이틀이나 더 걸리잖아!

이렇게 망쳐놓고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이 씨퐈라아아ㄹ~ 삐리리리야! 수요일까지 완성해 주기로 했는데.

새로 만들면 그때까지 어떻게 완성하냐고!!! 네가 책임질 거야???"

나는 시원하게 욕을 퍼부었고 결국 우린 싸웠다. 요즘 들어 부쩍 싸움이 늘고 있다. 일본 유학발 애틋함은 이제 끝난 모양이다.


 다음날 일만 저지르고 출근한 남편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리저리 고민을 해 보다가 전동 드릴로 오차가 생긴 구멍의 1mm를 하나하나 갈아내느라 땀범벅이 되었다. 일하는 내내 어제의 여운이 남아 화를 참을 수가 없다.

"씨퐈라아아ㄹ~ 하지 말라면 하지 말 것이지! 왜 이렇게 만들어 놓고는 나한테 책임지라고! 떠 넘기고 지랄이야! 아오! 짜증 나!!"


 도대체 왜! 오차가 생기는 걸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드디어 이유를 찾아냈다. 드릴프레스 비트의 끝은 뭉뚝해서 고정이 되질 않는다. 엄청난 힘으로 기계가 돌아가는 순간 아무리 꽉 붙들고 있어도 고정되지 않은 나무는 시작점에서 미세하게 밀려나는 것이었다. 철물점에 가서 고정이 가능한 비트가 있냐고 물었더니 끝에 뾰족한 나사가 박힌 비트를 찾아 주었다. 뾰족한 비트로 교체를 하고 나니 나무는 밀리지 않고 구멍도 정확하게 뚫린다. 오차 없이 맞아떨어져 목심이 부드럽데 들어간다.

"그래 이거지!! 역시!!! 내가 목수지 지가 목수냐고!"


 저녁에 퇴근하고 공방으로 들어오는 남편에게 턱을 한껏 치켜들고 자랑부터 늘어놓았다.

"야! 나 구멍 오차 생기는 거 해결했어!"

"어떻게 해결했는데?"

"내가 가만히 보니까. 드릴프레스에 비트가 돌면서 나무가 아주 미세하게 밀리는 거야! 그래서 철물점에 가서 고정이 되는 비트를 찾아왔지!"

"어디 봐봐?"

"짜잔! 이걸 이렇게 박아서 고정하고 돌리면 나무가 밀리지 않고 정확하게 뚫리지롱~"

"그래?"

"이거 봐!!! 캬~~~!!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잖아! 아이고~~ 네가 만든 그 조잡한 지그는 이제 당장 갖다 버려!!"

"이 씨......"

싸움은 결국 나의 승리로 끝이 났다. 찌그러진 남편을 보며 통쾌하게 웃어 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오븐렉을 열개라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집 앞 마카롱 가계에서도 오븐렉 주문이 들어왔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오븐렉 만드는 법을 계속 업그레이드시켰다. 만드는 과정을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더니 주문이 줄을 이었다. 요즘 오븐렉 주문이 쇄도하면서 수입이 짭짤하게 늘고 있다. 내 어깨에 뽕도 한~ 세 겹정도는 더 올라앉은 것 같다.




 새로 주문 들어온 오븐렉 샌딩을 마치고 조립을 하는 중이었다. 작업실 마당에서 허름하고 지저분한 작업복 차림의 50대 남자 둘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무슨 대화를 그리 길게 하는지 가지도 않고 계속 줄담배를 피우더니 침까지 뱉는다.

"아니! 이것들이 남에 가계 앞에다 왜 침을 뱉고 난리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문을 활짝 열고 남자들에게 소리쳤다.

"저기요! 거기 두 분! 남의 가계 앞에다 그렇게 침을 뱉으시면 어떻게 해요?"

"아! 죄송합니다!"

한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 뱉은 침을 신발로 슥슥 문질렀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담배꽁초까지 바닥에 던져 발로 밟는 게 아닌가?

"담배꽁초도 거기다 버리지 마시고요! 그것도 제가 치워야 되나요?"

"아이고~ 네! 네! 제가 치우겠습니다!"

'뭐지? 대답은 잘하는데 왜 괜히 기분이 나쁘지?'

문을 닫고 작업실로 들어왔다. 남자들이 담배를 다 피우고는 공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아......(아... 씨... 왜 또 들어오는 거야! 여기가 무슨 복덕방인 줄 아나? 이놈에 동네 사람들은 왜! 아무나 들락거리냐고! 도대체!!!)"

"여긴 뭐 하는 데예요?"

"복덕방! 아니! 목공방이요.(아! 깜짝이야! 내가 미쳤나 봐!)"

"오~~ 목공방이구나! 재미있겠다!"

"......(제발 그냥 가라~고~~)"


 한 남자는 뒷집에서 설비를 하는 사장이라고 했고, 또 한 남자는 옆집에서 도배를 하는 사장이라고 했다. 설비사장이 말했다.

"야! 이건 뭐 하러 하는 거지? 돈이 되나? 취미로 하는 건가?"

이런! 건방지고 모자란 새대가리 같으니라고. 설비사장은 무식하고 건방지고 무례하기까지 했다. 사람은 말투나 행동만 봐도 대략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에 말에 뒷목을 잡을 뻔했지만 냉정함과 상냥함을 유지하기로 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빙그레 웃으며 말을 받아쳤다.

"누가 취미를 이렇게 해요? 여기 들어간 돈이 얼만데요? 공방이 작다고 너무 우습게 보시는 거 아니에요?"

도배사장이 말했다.

"야! 이건 성취감으로 하는 거지! 어? 이런 거 이렇게 딱! 만들어 놓고 그러면 어? 얼마나 기분이 좋겠냐! 인마 새꺄!"

도배사장은 무례하지는 않았지만 건들거리며 툭툭 던지는 말투가 왠지 얄밉다. 아무튼 둘 다 별로다. 두 남자가 빨리 나가기만을 바라면서 나는 또 대답은 꼬박꼬박 해줬다.


다음 날 아침 출근길. 골목을 들어서는데 도배사장이 또 공방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이웃이니까 인사는 해야겠지?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인사를 아주 예쁘게 하시네?"

도배사장이 담배를 다 피우고 공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어? 무슨 일이세요?(아~~ 또 왜! 귀찮게!!)"

"그냥 놀러 왔어요! 헤헤헤!"

"(이런... 씨... 괜히 상냥하게 인사했나?) 커피 한잔 드실래요? (커피만 마시고 빨리 가라!)"

"네!! 커피까지 주신다니 감사하게 먹겠습니다!"


 도배사장은 목련연립에 살고 있었다. 위층에 산다는 이유로 그는 수시로 놀러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귀찮고 거부감도 있었지만 둘 다 말이 많은 사람들이라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 보니 의외로 코드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대화상대로 나쁘지는 않다.

 정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는 열변을 토했고 딱히 지지정당이 없던 도배사장은 주로 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본인이 살아온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사장님은 언제부터 도배를 하셨어요?"

"내가 옛날에는 공무원도 해보고 사업도 해봤는데. 다 말아먹고 여기로 이사 오고 나서 도배를 시작했지."

도배사장은 홍대 컴퓨터공학과 79학번이라고 했다. 나와는 열아홉 살이나 차이가 난다.

그의 집안은 할아버지 때부터 부자였다고 했다. 건설업을 하시는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밑에서 남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있는 집 막내로 곱게 자란 것이다. 큰 형은 증권회사 지점장이었고, 둘째 누나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자신은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자살을 하셨다고 했다.

"왜요? 아버지랑 사이가 안 좋으셨어요?"

"아니! 두 분이 되게 다정하셨어."

"남 부러울 것 하나 없이 사셨을 텐데. 근데 왜 자살을 해요?"

"몰라! 우울증 그런 거였나? 어머니는 내가 대학 졸업을 하고 공무원으로 취직을 하니까 자기 할 일을 다 했다고 그러시더니 어느 날 갑자기 자살을 하셨어!"

"응? 그게 뭐야?"

"그러니까! 나도 왜 그러셨는지 몰라! 가족들도 어머니가 왜 자살을 하셨는지 아무도 몰라! 아무튼 그랬어! 그 후로 우리 가족은 다 엉망진창이 됐지!

큰형은 밑에 직원이 50억을 들고 튀어서 형사고발 당하고, 나는 공무원 그만두고 사업한다고 했다가 다 말아먹고, 또 아는 사람 말만 믿고 형님이랑 누나랑 아버지 돈까지 끌어다가 주식에 투자했다가 홀라당 날렸지!

그래서 이제 가족들 얼굴도 못 보고 살아! 집도 다 날려먹고. 아버지가 여기 연립을 가지고 계셔서 세입자로 들어온 거야.

갈 데 없으니까 들어와서 살기는 하는데... 먹고살 길이 막막한 거지! 돈은 없고, 그렇게 망했으니 또 사업을 할 여력도 없고. 이제 뭘 해 먹고사나~ 고민하면서 맨날 나와서 담배만 피우고 그러니까. 누가 그러는 거야!

(어이! 아저씨! 아니! 아직 젊은 양반이. 왜 맨날 여기 나와서 담배만 피우고 그래요?)

그 아저씨가 나한테 그러길래. 내가 그랬지!

(이거 저거 일 하다가 다 망했는데 일도 없고... 먹고 살 게 없어요.)

그랬더니. 자기를 따라오라는 거야! 그래서 그 사장님 따라가서 이삿짐센터에서 일을 했지!

그러다가 도배하는 걸 보고 '아! 저거는 나도 할만하겠다' 싶은 거야! 그래서 도배를 배워서 일을 하다가. 이제 가계를 차려서 이렇게 도배를 하고 있네!"


 도배사장은 요양보호사를 하는 아내와 목련연립에서 둘만 살고 있었다. 큰아들은 미국에 살고 둘째 아들은 의과대학에서 기숙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없는 살림에 아들을 가르치려니 마이너스 통장에 빚이 몇 천이라고 했다.


"나사장은 홍보를 어떻게 해?"

"블로그로 하죠!"

"블로그로 홍보를 어떻게 해?"

"글 올리고 사진 올리고 그러면 사람들이 보고 문의를 해요."

"그래?"

"사장님은 어떻게 홍보하시는데요?"

"나는 부동산에서 연결해 주는 일을 하고 수수료를 주고 그러지!"

"사장님! 그러지 말고. 블로그 한번 해 보시죠! 도배 작업하는 거 사진 올리고 연락처도 올리고 그러면 사람들이 보고 연락을 해요."

"그래? 그러면 나 좀 가르쳐 줘 봐!"

도배사장은 컴퓨터공학과를 나왔다더니 컴퓨터는 하나도 할 줄 모른다. 자기 때 컴퓨터랑 요즘 컴퓨터는 달라서 모르겠고, 통계만 배웠지 이런 건 모른다나? 뭐라나?


 블로그 하는 법을 찬찬히 가르쳐 줬다. 도배사장은 다음 날이면 까먹고 그다음 날이면 또 까먹었다. 아! 가르쳐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리는 그렇게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내가 아침에 출근을 하면 목련연립 위층 창문에서 도배사장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나를 부른다.

"어이~~ 나사장! 출근했어?"

"네! 출근했어요!"

"나 커피 마시러 간다~"

"네! 오세요!"


 도배사장은 출근 전에 공방에 들러 커피를 마신다. 본인 일이 없는 날이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갈 생각을 않고 앉아서 떠든다.

"나사장! 나 뺑소니 당했어!"

"에? 어디서요? 누가 사고 내고 도망갔어요?"

"일하러 갔다가 상대방 차가 내차를 긁었는데. 보험회사에 연락하면 보험료 많이 오른다고 자기가 현금으로 준다는 거야. 그래서 그러라고 했지! 연락처 받고 집으로 왔는데. 며칠이 지나도 전화가 없어! 그래서 전화를 해 봤더니. 없는 번호라고 뜨는 거야!"

"차 번호 안 적어 놨어요? 사진이라도 찍어 놓지."

"그러게... 별거 아니라고 그런 것도 안 했네!"

"사장님 바보예요? 아니! 그 사람 말만 믿고. 그걸 왜 그냥 보내줘요?"

"그러게... 내가 바본가?"

도배사장은 똑똑하고 순수한데 어딘가 모르게 어리숙하고 야무지지 못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사업한다고 말아먹고 주식한다고 말아먹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겨우 교통사고 처리 하나 야무지게 못하는 사람이 사업을 잘할 턱이 있나.


"사장님! 이제 그만 좀 와요! 맨날 오시니까 제가 일을 못하잖아요. 좀 띄엄띄엄 오시던가요!"

"에이~ 먹고 대학생이 왜 이래~ 자기도 안 바쁘잖아! 왜 바쁜 척을 하고 그래!"

"저도 바쁘거든요! 요즘 오븐렉 주문이 많아요! 놀러 와서 맨날 이렇게 오래 있다가 가시면 제가 일을 못하잖아요!"

"에이~ 심심해서 그래~ 쪼금만 놀다 갈게! 우린 친구잖아!"

"아니! 열아홉 살이나 차이 나는데 우리가 무슨 친구예요?"

"에이~ 친구 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나를 친구로 삼은 도배사장은 매일같이 공방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나사장은 애가 없어?"

"네 없어요."

"왜? 애를 안 낳는 거야?"

"뭐... 딱히 안 낳으려고 그런 건 아닌데! 그렇다고 뭐... 낳으려고 노력한 건 또 아니고!

안 생기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요. 그리고 낳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어요."

"왜? 자식 키우는 게 힘들어도 키울 때는 얼마나 이쁜데~"

"저는 자식을 키우고 싶은 마음도 없고. 잘 키울 자신도 없어요."

"왜? 고양이 대하는 거 보면 잘 키울 것 같은데?"

"그건 고양이니까 그런 거고요. 저는 애를 낳으면 저희 엄마처럼 키울까 봐. 키우기 싫어요!

저희 엄마처럼 자식한테 상처 주면서 키울 거면 차라리 안 키우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엄마가 왜?"

"엄마요? 쯧... 제가 원래 엄마 이야기는 잘 안 하는데......"



작가의 말---
갑자기 선선해진 아침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비 한번 왔다고 이렇게 바람이 시원해지나? 태풍의 영향이라고 하던데요. 아이는 그래도 밖이 덥다고 합니다. 저처럼 집에 콕 박혀서 글만 쓰면 하나도 덥지 않아요. 드디어 풀 가동하던 에어컨을 껐습니다! 와우!! 미친 폭염에 에어컨 실외기 불나는 줄 알았습니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요즘 여러 가지 이유로 운동에 성의가 없습니다. ㅜㅜ
바쁜 일 끝나고 좀 더 의무적으로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도배사장님 팔에 핏줄이! 빡!!
여자 팔뚝에 핏줄은 아름답지 않겠죠?
근육보다는 글 쓰느라 날로 더해가는 승모근의 압박과 늘어나는 뱃살부터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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