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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Jul 22. 2024

생선 조림인데 생선이 없다.

 주변 사람에게 채식을 한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이렇다. 

"(의아한 표정으로) 고기 안 먹으면 뭘 먹어요?"

 그럼 나는

"아, 저는 고기만 안 먹어서 먹을게 많아요. 하하하"

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따지자면 나는 베지테리언 중에서도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육고기만 섭취하지 않는다. 해산물, 우유, 계란은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 선택의 폭이 넓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몸속 장기의 특성상 우유도 먹지 말아야 한다. 우유가 들어간 음료나 음식을 먹으면 배가 부글부글 오류를 일으킨다. 특히 우유가 들어간 라테 종류는 쥐약이다. 바로 화장실로 가야 할 수도 있다. 스타벅스의 돌체 라테가 변비를 해결해 주는 음료로 유명한데 이유는 바로 연유와 라테 콜라보로 인한 장 어택 때문일 것이다. 나도 예전 커피를 먹던 시절에 특유의 진한 달콤함에 반해서 몇 차례 입을 댔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 배 속에서 치러지던 치열했던 전쟁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이야기가 딴 곳으로 빠졌는데 아무튼 나는 고기라는 선택지만 빠진 상태라 비교적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요리를 할 때도 고기만 빼면 과정이 순조로워진다. 엊그제 먹은 닭이 안 들어간 닭볶음탕도 닭 대신 감자를 왕창 넣었더니 조리가 더 간편해졌었다. 

 오늘은 생선조림 양념을 한 채소 조림을 먹었다. 나는 한살림에서 구입한 채소한알이라는 채수 코인을 쓰는데 적정량을 음식에 넣으면 특유의 깔끔한 감칠맛을 내준다. 손쉬운 사용법에 비해 과한 맛을 내주어서 다음에 또 구비해 놓을 생각이다. 생선조림의 레시피에서 생선 대신 내가 좋아하는 채소를 양껏 넣어 만들었다. 나의 최애 채소인 가지와 집에 있던 뚱뚱한 애호박을 풍성하게 넣었다. 넓은 조림용 냄비에 현미유를 두르고 양파를 넉넉히 채 썰어 깔고 그 위에 가지와 애호박을 편으로 썰어 가지런히 나열했다. 라따뚜이 만들 듯이 말이다. 그리고 채수에 생선조림 양념 황금비율을 섞어서 냄비에 붓고 끓여줬다. 중강불에서 충분히 익히니 채소에서 채수가 흘러나와 맛이 더 좋아졌다. 원래 나의 계획대로라면 이 요리를 어제저녁에 먹었어야 했는데 마늘이가 저녁 메뉴로 떡볶이를 요청하는 바람에 오늘 나의 아점 메뉴로 선정되었다. 하루가 지나며 두 번을 또 끓였더니 채소들이 풀어져서 제 형태를 잃기 직전이었지만 나는 푹 익은 가지와 애호박도 좋아한다. 또 국물이 넉넉하고 맛이 슴슴해서 국으로 먹기에도 좋았다. 

 어제 나와 마늘이는 저녁으로 떡볶이를 먹었고 나중에 퇴근해서 집에 온 남편이 본인이 먹고 싶다며 치킨을 사 와서 맥주와 함께 먹었다. 마늘이는 치킨 몇 조각을 같이 먹었고 나는 식욕을 없애기 위해 미리 양치질을 해버렸다. 밤에 치맥 먹는 건 좀 많이 부러웠어서 나도 오늘 바로 생선 강정을 해 먹었다. 나의 식재료 조달자인 우리 시어머님께서 소분해 나눠주신 생선튀김을 에어프라이어에 튀겨 강정 소스를 얹어 먹었는데 솔찬히 맛있다. 낮도 안된 시간이라 맥주를 함께 마시지는 않았지만 괜찮다. 오늘 저녁엔 이웃 언니들과 회식이 있다. 후후후






[실천하는 슬사장의 채식 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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