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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Jul 22. 2024

하지 감자

 우리 집에는 감자가 두 박스 있다. 한 박스는 어머님께서 주셨는데 가지고 계시던 두 박스 중에 한 박스를 우리도 먹고 주변에 나누라며 주셨다. 기쁜 마음으로 받아놔서 어머님의 말씀대로 이웃에 사는 언니들에게 나눔 하고 열심히 해먹어서 드디어 오늘 소진했다. 하지만 문제는 한 박스가 더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첫 번째 박스가 반 정도 남았을 때 들어왔다. 그 감자는 어머님께서 주신 감자보다 크기가 작았다. 같은 크기의 박스이니 개수는 두 번째 박스가 더 많겠지. 


 나는 쟁여놓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으로 공간에 무언가(특히 냉장고에 음식재료)가 꽉꽉 들어차면 마음이 답답하고 저걸 소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냉장고에 들어간 식재료는 잊히게 되고 신선함을 잃은 재료를 언젠가 버리게 되는 순간이 오면 마음이 무겁고 힘들어진다. 심하면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넘치는 식재료의 원인은 대체로 우리 어머님이다. 시부모님께서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사시는데 우리 어머님은 손이 크시다. 대체로 엄마들은 손이 크고 냉장고에 식재료를 쟁여놓으시곤 하는데 특히 우리 어머님은 주변에 지인이 많으셔서 그런지 어딘가에서 얻은 재료들이 가득하고 또 그걸 우리에게 나눠주신다. 최근까지도 나는 요리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머님께서 주시는 재료들을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깝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채식을 하느라 거의 매일 요리를 하기 때문에 재료 소진이 빠르고 어머님께서 주시는 재료 외에 더 구입해서 쟁여놓기도 한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무튼 출처가 분명했던 첫 번째 감자는 소진이 되었고 문제는 남은 한 박스의 감자이다. 이 감자는 남편이 얻어왔다. 남편이 감자 박스를 들고 들어오던 순간이 기억난다. 황당했던 그 남자의 퇴근 모습... 첫 번째 감자 박스를 없애기 위해 나는 지난주 감자밥, 감자전, 감자탕, 감자샐러드를 열심히 해먹었다. (오늘도 감자밥과 감자 조림을 먹었다.) 그리고 분명히 해두어야 할 사실은 내가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난 원래 구황작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감자, 고구마는 퍽퍽한 목 넘김 때문에 즐겨 먹지 않는다. 하지감자가 맛있다는 사실도 이번 감자 사건으로 처음 알았다.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맛있는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그냥 먹었다. 감자가 원래 이런 맛 아니었나.


 불행중 다행히도 내가 채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감자와의 이별에 도움이 되고 있다. 감자 요리가 이토록 다채로울 줄 몰랐다. 감자 요리는 감자채 볶음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특히 지난주에 만들어 먹었던 진짜 감자탕은 주변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맛있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요리다. [나의 채식 테이블 - 완벽한 영양 밸런스를 갖춘 101가지 비건 레시피]에 수록된 요리였는데 만드는 과정도 간편하고 재료도 특별할 것 없는 나에게 백 점짜리 요리였다. 고기가 안 들어가도 감자탕 맛이 난다. 놀랍게도! 남편도 최근에 먹었던 요리 중 최고라며 나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었다. 분명히 또 만들어 먹을 진짜 감자탕은 이번 감자 사건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 같다. 


 그나저나 남은 한 박스는 어쩌지? 한창 감자 철이라 집집마다 감자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제 나눌 곳도 마땅치 않은데 말이다. 앞으로 2주는 더 감자밥을 해먹어야 하려나. 탄수화물 과다 섭취다. 






[실천하는 슬사장의 채식 쇼츠]

https://youtu.be/RjQ0uP0N-9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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