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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Jul 30. 2024

불고기

 어머님께서 불고기를 만들어 주셨다. 어제저녁 메뉴로 그 불고기를 내었는데 나는 내 요리를 따로 만들 의지가 없었다. 그래서 현미유에 양파와 양송이버섯, 브로콜리를 먼저 볶고 거기에 어머님의 불고기를 넣어 같이 볶았다. 그러면 기존의 불고기 간이 적당히 슴슴해지며 흘러나온 채즙에 국물도 생겨 더 맛있어진다. 나는 그 불고기 사이사이의 야채와 버섯을 골라 먹었다. 그러다 고기가 같이 들어오면 굳이 걸러내지 않고 그냥 먹는다.  고기 안 먹는 채식 생활을 하며 고기를 먹는다고?!라며 황당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분명히 그런 생각이 들것이다. 나도 내가 계속 황당하다.


 고기를 안 먹겠다 마음먹은 순간부터 고비는 찾아온다. 그때마다 내 입안에 한 점의 고기도 들어올 수 없다고 다짐하고 입을 굳게 다물면 채식의 지속성이 떨어진다. 모든 끼니를 혼자 먹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가족들 혹은 지인과 함께 한다. 게다가 하루에 한 끼의 식사는 무조건 가족들과 함께하는데 나의 채식 식단을 그들에게 강요할 수 없으니 난 내 것을 따로 만들거나 어제의 불고기처럼 내가 골라 먹기도 한다. 채식을 한다며 고기가 들어간 어떤 것도 섭취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냐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철저하게 실천하는 분들이 대다수 일 것이다. 이건 나의 정도일 뿐이다. 너무 단단하면 부러져버리기 쉽다. 난 채식을 오래 지속하고 싶은 마음에 유연해지기로 했다. 나의 식생활로 인해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지도 않다. 이건 오롯이 나의 개인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동네 언니들과의 회식자리에 나갔다. 그곳은 동네의 새로 생긴 돼지김치찌개 집이었다. 난 가게 이름만 듣고 어떤 메뉴를 판매하는지 모르고 나갔고 언니들은 미리 메뉴를 주문해놨었다. 도착해서 어떤 식당인지 깨달았고 속으로 뭘 먹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중 나의 채식 생활을 기억했던 언니들은 나에게 말했다.

 "지니 고기 안 먹으니까 언니들이 두부 추가했어. 여기도 추가했고 김치찌개에도 두부 추가했어. 이렇게 먹어도 괜찮아?"

 세상에! 그녀들의 속 깊음에 나는 크게 감동했다. 두 손을 모으고 감동의 리액션을 언니들에게 발사했다. 나는 언니들과 야무지게 볶음밥까지 먹고 나왔다.


 우리는 사회에서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야 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나만의 철학을 고집하기 어렵다. 때로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심지 굳게 고기가 들어간 국물도 먹지 않을 자신이 없다. 그러면 어떤 부분까지 포기해야 할까 알기 두렵다. 비건식을 유지하는 분들은 어떤 인내를 하며 사는 걸까. 사람들과의 만남 자리에 본인의 먹을 것을 챙겨가는 걸까? 아니면 식사는 하지 않고 음료만 마시는 자리만 나가는 걸까? 결국 내가 하는 것이 과연 채식일까 하는 근본적인 고뇌까지 하게 된다. 초보 채식실천가로써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럴 때면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적정선을 만들었다.


 나를 다독이며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실천하기로 했다. 때때로 내 입에 고기가 들어올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자책하지 않고 맛있게 먹으며 오랜만의 육질을 느껴본다. 고기는 이런 맛이었지. 언니들이 나를 위해 김치찌개에 두부를 추가해 줬을 때처럼 그 정도의 배려를 나도 그들에게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비건 메뉴가 자리 잡지 않았고 나는 외식을 피할 수 없는 걸 알기에 내가 살기 위한 숨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그것이 오징어덮밥이 될 수도 있고 돌솥비빔밥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불고기의 버섯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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