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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후 클럽행, 그리고 입덧.

Chapter 2. 대혼돈의 카오스, 나의 출산 육아기(1)

by 온다정 샤프펜

일본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 왔다.

한국의 클럽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일본 친구들을 위해 '한국 클럽 문화 탐방'을 계획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요즘 홍대에서 핫하다는 'N 클럽'이었다.

결혼 전 심심치 않게 홍대의 클럽 문화를 즐겼던 난 오랜만에 가는 클럽행에 잔뜩 흥이 났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일주일 전쯤 '2세나 만들어 볼까?'하는 심산으로 배란일에 맞춰 행사를 진행했던 터였다.


클럽의 환경 상, 쿵쾅대는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은 분명 뇌 신경계에 영향을 줄 것이고, 희뿌연 담배 연기와 탁한 공기는 폐에 안 좋을 것이며, 술을 마신다면 간에 적잖은 무리가 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혹시라도 내가 임신 상태라면 당연히 클럽 출입을 주의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난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해, 음주 가무를 자제해 가며 최대한 얌전히 놀았다.

클럽에서의 신명나는 시간이 끝나고 홍대역 근처 약국에서 난생처음 임신 테스트기를 구매했다.

'유부녀니까 당당히 사자'라며 약국 문을 박차고 들어 간 순간, '아 동네 약국으로 갈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번쩍이는 유흥가 한복판에 반짝이는 미니 원피스를 입은 처자가 임신 테스트기를 사는 것은 아무래도 눈에 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난 눈치를 보며 모기만 한목소리로 말했다 "임..임신 테스트기.. 하나 주세요... (참고로 전 결혼 했고요)"

내 걱정과 달리 약사는 테스트기를 쿨하게 건넸고 난 집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원래는 배란일 후 10일 정도 지나야 확실한 결과가 나온다고 했지만 걱정이 되어서 확인을 안 하고는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다.

테스트는 어렵지 않았다. 건강검진할 때 리트머스 종이에 소변을 묻혀서 색 변화를 확인하는 것과 비슷했다.

빨간 줄이 두 줄이 나오면 임신, 한 줄이면 임신이 아니었다.

테스트 후 긴장되는 마음으로 확인을 해보니 선명한 빨간 줄이 하나였다.

'아니구나'라고 안심되는 마음과 실망감이 교차하던 찰나 또 한 줄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임신이었던 것이다.

너무 신기하고 기뻤지만 클럽 안의 뿌연 담배연기와 조금이지만 술을 마신 것이 걱정되었다.

옛 어른들의 말씀에 임신인 줄 모르고 먹은 약이나 나쁜 음식들은 괜찮다고 하셨다.

알고 먹은 건 안 좋고, 모르고 먹은 건 괜찮다고? 무슨 말이지? 정신적, 윤리적인 해석인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임신인 줄 모를 만큼 아주 초기에는 아기에게 별 영향이 없다는 얘기인 것 같았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자 나에게도 입덧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임신 5주 차부터 슬슬 시작되었던 것 같다.

입덧은 보통 먹는 입덧과 못 먹는 입덧으로 나뉘는데 먹는 입덧은 그나마 나았다. 뱃속이 비어 있지만 않으면 입덧이 심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을 수가 있다.

하지만 못 먹는 입덧은 뭘 먹으려고 하면 토할 것 같아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다.

난 불행하게도 못 먹는 입덧이었다.

밥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고, 라면 냄새나 자극적인 냄새는 말할 것도 없고, 고기를 상상만 해도 토할 것 같았다.

심한 사람은 밥 한 톨만 먹어도 토해서 식음을 전폐하고 점점 야위어서 골룸이 되기도 한다.

난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입덧하는 내내 국수나 약간의 과일 정도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만삭 때는 임신 전 내 몸무게에서 아기 몸무게와 양수 무게 보다도 적은 5~6킬로 정도 만 겨우 늘었을 뿐이었다.

지금도 아이를 더 낳으라면 출산은 하겠는데, 입덧이 무서워서 못 낳을 듯싶다.

가리는 음식 없이 먹성이 좋았던 난, 좋아하는 음식들을 먹을 수 없다는 슬픔과 지금 같이 이렇게 입맛이 없다면 앞으로도 입맛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매일 밤 녹색 창에 '입덧 언제까지?'' 입덧 줄이는 법' 등을 검색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입덧은 보통 임신 15주에 정점을 찍고 서서히 좋아진다고 한다.

다행히 나도 그쯤부터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내 예상대로 출산 후에 나의 입맛은 한동안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물론 임신 때처럼 먹고 토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 어떤 음식도 예전처럼 맛있거나 땡기지 않았다.

저 우주 너머로 떠나버린 나의 입맛은, 아이가 두 돌쯤 되어 살짝 돌아오는 듯싶었으나, 둘째를 임신하게 되면서 나의 입맛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아주 긴긴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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