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한 건 나일까 환경일까

by ondinary

육지를 올라오고 나서 많은 변화가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자극을 받고 친구들과의 재회라던지 새로운 것에 유입이 많아졌다.

또 매일 같이 붙어 있던 사람과의 거리가 생겼다.

한 명은 직장의 위치만 변경이 되었을 뿐 변함없는 일상을 보내는 중이고, 다른 한 명은 쓰나미처럼 새로운 것을 전부 다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 새로운 감정 등 물 밀듯이 쏟아 드는 것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새로운 것들이 나를 뒤흔들고 있다.

'흔들린다'라는 감정이 맞을 진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구속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

이유 모를 죄책감이 나를 옥죄고 있었다.

나만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내가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게 맞는 건가. 같이 있을 때 드는 이 반복적인 패턴의 지루함이 과연 좋은 걸까. 우리 사이는 이제 끝난 걸까. 너무 얽혀있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이게 맞는 걸까.

그렇다고 이 마음을 가지고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게 맞는 걸까. 지겹다. 지친다. 귀찮다. 등 온갖 감정들이 나를 삼키고 있다.


사실 이런 생각이 든 건 며칠 되지 않았지만, 아마 내가 휴식 없이 무언가를 쭈욱 달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나의 정신을 환기시켜 준다기보다 내가 더 정신을 붙잡아야 한다는 책임감에서부터 시작이 되는 걸까.

부담이 된다라는 말도 맞겠다. 정확히 어떤 감정이고 어떤 생각인지 나도 날 잘 모르겠지만 서도, 그냥 뭐가 됐든 힘든 거 같다.

그 와중에 새로운 사람들과의 웃음 가득한 대화나 전화 통화를 보면 또 이 사람이 어떤 마음일까 싶으면서 그것에 대한 죄책감도 밀려든다.

나의 공간이 중요해져 버렸다. 내가 조용히 혼자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되겠다.

한 때는 훈장처럼 여겨졌던 오랜 연애가 지금은 그 훈장이 바래지지 않게 지켜야겠다는 책임감으로 남아있다.

오래된 관계에는 늘 이런 책임이 따라오는 건가 싶기도 하고 좀 더 심플하게 생각을 해도 되는데 왜 이렇게 요즘 들어 답답한지 모르겠다.


따고에게 연락을 했다. 고민이 있다고, 이런 감정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따고는 말했다. 아니 ㅋㅋㅋㅋ 왜 이러세요 ㅋㅋㅋ라는 말과 함께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이하 대화체로 간다.


나 " 이게 뭔가 계속되면 헤어져야 하나 싶어요"

따고 " 으잉? 그렇게 까지야..."

나 "꼴배기 싫고 이런 건 아닌데 친구들이랑 노는 게 너무 재밌고 그 사람이 귀찮아요"

따고 "아 ㅜ 서울에 올라와서 그래"

나 "그래서 그런 걸까요? 다 그런 걸까요?"

따고 "그건 누구나 그렇지 않아? 친구랑 노는 게 더 재밌을 시기가 있어요"

나 " 선생님도 그래요? 아니 새로 사긴 친구들이 너무 재밌어요 애들이"

따고 "그렇다고 그분과 노는 게 재미없진 않잖아"

나 "아 좀 노잼이긴 해요 ㅋㅋㅋ 할 말도 없달까? 일상이 너무 단조로워요 뭘 하는지 다 아니까요"

따고 "뭔가 생활이 공동주제가 친구들이랑 더 많으니까 그렇지 이미 그분에 대해서는 다 아니까 여러 가지 활동을 같이 한다던가 뭔가 수업이나 취미를 같이 배운다던가 그래야겠네."

"너무 붙어있으면, 좀 또 그러려나?"

나 "그래서 요즘 같이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고 하는데 이게 막 너희 집 우리 집 상관없이 막 들어오기도 하고 나 혼자 조용히 방에서 쉬고 싶은데 찾아오고 이러면 또 신경 써야 하고 그 모든 게 지쳐요 근데 이게 완전히 붙어살다시피 하다가 떨어져서 그런 건지 새 친구들이 재밌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어요"

따고 "역시 결혼이란 제도는 이상한 것인 거 같음 계속 같이 있으면 그런 거 같아"

나 "그런 거예요? 근데 난 결혼도 안 했는데"

따고 " 나도 원래도 롱디 그게 제일 퍼펙트하다고 생각해 아 새로운 친구가 재밌고 오랜만에 올라왔으니까 상대적인거지-"

나" 휴 그래서 막 개네랑 카톡 하고 놀고 싶은데 방해받는 거 같은 느낌이 들고, 그게 미안한 게 또 싫어요"

따고 "매일 만나 그분이랑? 너무 집이 가까워서 그런가 그냥 바쁜 날은 안 보고 그럼 안돼?"

나 "근데 제가 요새 바빠서 얼굴 잠깐 보고 그랬는데... 그렇지 근데 거리가 필요한 거 같긴 해 아니 나 이런 감정이 처음이라 내가 이제 이 사람이 질린 건가 싶어서 심각했어요"

따고 "아냐 아냐 그러지 마 그건 삶의 반경의 거리가 좀 필요해"

나 "근데 그냥 어디 놀러 가자고 해도 대화가 항상 똑같으니까 약간 귀찮아져요 어차피 할 얘기 또 할 텐데 근데 친구들 만나러 가는 건 기대돼 이게 너무 양가감정이에요 ㅋㅋㅋㅋㅋ"

따고 "그건 새로운 애들이고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묵은 대화를 하니까 그렇다고 헤어질 거까지야.. 그건 아닌 거 같아 그냥 그러고 평생 사는 거예요"

나 "근데 이게 지속되면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거 같아요"

따고 "친구들은 그 친구들은 그렇게 평생 당신이랑 안 놀아 다 각자갈길 갑니다"

나 "아 그쳐 그건 그래요 바로 뼈로 두들겨 맞네"

따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강했나요? 갑자기 오은영박사가 된 거 같군요 ㅋㅋㅋㅋ"

나 "그리고 근데 이게 흔들리는 건진 모르겠는데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어 나랑 죽이 잘 맞는 애가 있는데 이게 흐음 뭔가 싶어"

따고 "그런 걸 위해 그럼 결혼으로 묶어두면 좀 다르려나? 연애의 단점으로 구만 연애만 하며 사는 것도 좋아 보이지만, 그래도 꽤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계시는데..."

나 " 아 결혼.. 굳이...? 어차피 저희한테는 필요 없잖아요. 맞죠 꽤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있죠 ㅋㅋㅋ"

따고 "지나가는 시기로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그분만큼 받아주는 사람도 없다매요."

나 "그건 그렇죠 모르겠다. 일단 추후경과를 지켜보고 악! 나도 모르겠어!!! 그냥 핸드폰 다두고 어디 여행 가고 싶기도 하고 지금 상황이 그래서 그런가 더 모르겠어요."

따고 "젊은이라 그래. 우선은 너무 눈치 보지 말고 얘기하고 좀 놀아 취직도 그렇고 당신은 그럴 시기야. 혼돈의 시기."

나 "가끔 내 눈빛이 너무 차갑데 그래서 슬프데"

따고 "그분이야 나이도 있고, 직장도 안정적이라 그러진 않을 시기일 거야 아 그런 코멘트가 있었구나.. ㅠㅠ"

나 "얍얍 그리고 여기 오니까 저는 친구들이 왕 많아지고 또다시 인맥이 부활하는데 그분은 이쪽에는 친구가 없으니까 일집 일집하시죠"

따고 "제주에서는 둘이 맨날 붙어있다가 새로운 세상에 눈뜬 젊은이..."

나 "광란의 시대다 오예."를 이후로 우리는 대화를 마쳤다.


지금 드는 생각은 우선 잠시 지켜보기로 이 모든 것들이 다 그냥 지나가는 과정이길 바라며 10년 가까이 혼자이던 시기가 없던 나에게 혼자의 시간과 삶을 또 한 번 꾸려볼 수 있는 시기가 되길 바라며 서로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이 시기가 잘 넘어가길 바라면서, 또 어쩌면 항상 최악을 생각하는 나에게 지금의 최악은 우리의 헤어짐이기에 그런 상황이 오게 된다면 good goodbye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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