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속도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not far, just forward.

by Ondo fiftytwo

서늘한 가을, 겨울 아침의 이불은 유난히 무겁다.

따뜻함이 나를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눈꺼풀도 마음도 아직 잠겨 있는데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 시간.


그 무게를 밀어내고 일어나는 건

늘 솜이불 보다는 무거운 결심을 필요로 한다.


러닝화를 신고

차가운 현관 바닥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비로소 마음이 깨어난다.


아직 어두운 공원,

숨이 첫 호흡에서 새벽 공기를 깨울 때,

나는 깨닫는다.


지금 달리는 건 다리가 아니라

하루를 살아낼 마음이라는 것을.


그리고 걷혀진 이불보다

현관을 나서는 용기가

오늘 나를 더 가볍게 한다는 것을.


많이 달리지 않아도 좋다.

기록이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

짧은 러닝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출근 전 아침은 길지 않아도 된다.

달린 거리가 아니라

이불을 이긴 마음,

현관을 나선 용기,


첫 걸음을 내딛은 내가

오늘을 정하게 된다.


내가 나를 이긴 아침은
그 자체로 충분히 대단하니까.


not far, just forward.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만 가면 된다.


큰 결심 없이,

조금씩, 꾸준히,

따뜻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조금씩 더 나아지고,

조금씩 더 깊어지고,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방향을 잃지 않는,


화려하지 않아도,

크게 떠들지 않아도,

그래도 매번 조금 더 나은 쪽으로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