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이 농촌 읍 단위 빌라라서 사람도 많이 살지 않는데요. 빌라로 입주할 때부터 전통하나가 지켜지고 있습니다. 처음 입주하는 날부터 20여 년 동안 한결같이 매월 한번은 빌라 주변을 청소하는 날입니다. 20여 년 동안 한 번도 걸러 본 적 없는 행사입니다. 청소는 주변 화단에 풀도 뽑고, 버려진 쓰레기도 줍고, 담배꽁초도 줍습니다. 그래서 약 30여 세대가 살지만 주변이 항상 깨끗한 편입니다. 빌라 주변 단독 주택에 사시는 주민들도 빌라 주민들의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자발적으로 청소하고 있어 주변이 참 깨끗한 편입니다.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청소도 하고 풀을 뽑았습니다. 그날은 메마른 금계국 꽃대도 자르고, 무성해진 옥잠화도 예쁘게 정리하고, 잡초도 뽑았습니다. 한결 깨끗해진 화단을 보면서 청소하신 분들의 수고에 감사 할 따릅니다.
그런데 화단 돌 틈에 풀꽃 하나가 유일하게 남아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약 일주일 이상 피어있는 덩이괭이밥 풀꽃 입니다. 풀이라고 생각되는 풀은 다 뽑았는데 볼품 없고 화려하지도 않은 풀꽃 한 송이가 피어있습니다. 잡초를 뽑으셨던 할머니께서 뽑지 않고 남겨두신 모양입니다. 화단에 유일하게 남아 꽃대를 흔들고 있습니다. 할머니께 볼품도 없는 풀꽃을 왜 뽑지 않으셨는지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아니 물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뽑지 않은 이유를 묻는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하찮게 보이는 그 풀꽃을 왜 남겨두었을까. 그 풀꽃을 뽑지 않고 남겨두실 때 할머니 마음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지나가다가 덩이괭이밥 풀 꽃에게 넌지시 말을 건넵니다.
“너는 너처럼 참 곱고 해맑은 할머니를 만났구나.”
풀꽃이 유난스레 더 흔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