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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수 Aug 23. 2024

석양을 품은 강가를 걷는다

  해 질 녘, 석양을 품은 강이 있다. 들꽃과 뭉근 강자갈이 나뒹굴고, 물살을 휘젓고 오르는 은어 떼들도 어른거린다. 2월이면 겨울을 밀어내는 강 울음소리까지 들려주던 강이다. 오늘도 강둑에는 피지 못한 국화 한 송이가 화석 되어 몸부림치고, 옹골차게 박혀있던 돌부리는 시멘트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그 강은 태양초 몇 근을 머리에 이고 새벽길을 재촉하여 강 다리를 건너 오일장을 보던 어머니의 강이다. 마지막 동학농민혁명군의 핏물이 스며든 서러운 강이다. 이런 강에서 오늘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살아가자고 다짐한다. 이제는 단순한 생각과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 빈 마음으로 모든 것들을 위로받고 싶어 오늘도 석양을 품은 강가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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