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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수 Aug 24. 2024

자연은 태고의 침묵이다

   막스 피카르트(Max Picard)는 《침묵의 세계》(2010. 까치)의 책을 통해서 “말은 침묵으로부터 그리고 침묵의 충만함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침묵으로부터 발생하는 말은 그 이전에 선행한 침묵을 통해서 그 정당성을 이어받는다는 것이다. 막스 피카르트가 생각하는 침묵은 사뭇 다르다.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침묵은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말 이전에 이루어진 인간의 정신 즉 하나의 독자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침묵은 하나의 세계로서 존재하고, 침묵의 세계성에 말은 자기 자신을 하나의 세계로 형성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한다. 말은 침묵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말을 통해서 진리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막스 피카르트는 침묵이 있었던 자리에 인간의 욕구를 채우는 모든 사물이 빼곡히 차 있어서 빈자리가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복잡한 소음의 세계를 벗어나기를 강권한다. 

  또한 시대의 정신적 멘토라고 하는 팃낫한 스님은 《소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의 침묵》(2016. 프런티어)이라는 책에서 “끝없이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에 치여 매 순간 고통받는 우리에게 이제 그만 마음의 질주를 멈추고 고요한 자신과 만나보라.”라고 말한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입을 다문 채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내면은 고요함으로 가득 차며, 삶은 기쁨으로 충만해진다.라며 이것이 깨어 있는 마음(mindfulness) 이며, 침묵이 우리에게 주는 강력한 힘이다. 라고 말한다. 또한 생명체에 공기가 필요하고 식물에 햇빛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에게는 침묵이 필요하다. “말과 생각으로 북적대는 마음에는 자신을 위한 자리가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스님은 말한다. “행복은 마음의 침묵에서 온다.” 

  오늘도 나는 마음의 침묵을 찾아 자연과 함께하고 있다. 자연은 태고의 침묵이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침묵이 아니라 자연의 소리를 듣는 그 자체가 침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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