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요즈음 시대를 ‘꿈을 잃어버린 상실의 시대’라고 말한다. 또한 상처를 보듬고 치유처를 찾지 못하는 방황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대에 글 한 줄에 위로와 희망을 찾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문학 특구의 고장’ 장흥에서 ‘안도현(단국대학교 문예 창작과 교수)’ 시인을 초청하여 문학 강연을 개최하였다. 이날 시인은 연탄재를 떠 올리면서 가을을 노래했다고 말했다. 시인은 단출한 생각으로 창조적인 단어를 기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가을은 단풍이고, 낙엽이고, 귀뚜라미이고, 코스모스이고, 천고마비의 계절이고, 누런 황금 들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인은 쌀쌀한 가을을 생각했다. 그리고 따뜻하게 데워주는 연탄을 생각했다고 말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를 읽으며 ‘시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는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토해내는 언어이고, 관념과 관념을 결합시키는 창조 행위를 ‘시’라고 한다. 즉 시는 언어의 예술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처럼 짤막한 시 한 편을 읽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위로받는 것이다.
요즈음 대한민국은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정신적으로나 문화사적으로 가장 찬란한 문학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의 고향 전남 장흥은 “군 전체가 축제이고 산하가 시와 산문으로 뒤덮여 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흥 문학은 조선시대부터 “가사 문학의 고장”이다. ‘정철’의 ‘관동별곡’보다 25년이나 앞선 ‘관서별곡’의 기봉 백광홍(1522∼1556)을 비롯하여 수우 옹 위세직(1655∼1721), 청사 노명선(1707∼1775), 존재 위백규(11727∼1798), 지지제 이상계(1758∼1822), 우곡 이중 전(1825∼1893), 겸재 문계태(1875∼1955) 등으로 이어지는 가사 문학의 문장가를 배출했다. 이러한 가사 문학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대문학을 이끌고 있다. 장흥 출신 소설가, 시인, 수필가, 평론가 등 작가만 200여 명이 넘는다. 그중 한국 문단을 이끌었거나 아직도 이끌어가고 있는 이청준, 송기숙, 한승원, 김녹촌, 이승우로 이어지는 장흥 문학은 그 어느 지역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우수성과 감히 넘겨다 볼 수 없는 위대함이 있다. 이러한 장흥 DNA를 가진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고, 당연하다는 것이다.
장흥은 800년 도호부 부사 고을로 문학과 함께해 왔다. 문학과 함께한 역사가 언어가 되고 행동이 되고, 현상이 만들어낸 필연이 이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또한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1961년 유체역학 이론을 바탕으로 기상 관측을 시도하다 생각해 낸 원리가 ‘나비 효과’이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라는 내용이다. 장흥 문학은 역사적으로 깊게 내재되어 전승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역사성을 보았을 때 이번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역사적 사건이지만 이곳 장흥사람들은 장흥의 DNA를 가진 작가가 받았다는 것에 한결같이 우연이 아닌 필연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학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장흥에 온 안도현 시인은 강의에 앞서 ‘2024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 고장 문학인과 군민들에게 축하드린다.’라고 인사했다. 시인은 강의를 시작하면서 시의 언어는 일상적인 단어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풀이했다. 또한 “시란 창조적이어야 하고 어떤 사물을 끊임없이 관찰하는 끈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강의 중 시인은 중등교사로 있으면서 경험담과 해직 교사로 있으면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관객들과 응답을 통한 격의 없는 강의를 진행하였다.
강의를 듣는 내내 시인에게서 창조라는 단어가 매번 나온다. 창조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를 접하고 사물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생각하라.’라는 시인의 강의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