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나와 지금의 나
어릴 때부터 빠릿빠릿 움직이고 날쌔서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따로 하지는 않았지만 과자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물도 잘 마시는 편이었다. 탄산음료는 즐겨 마시지 않았고(피자, 햄버거, 치킨 먹을 때만 예외인거 아닛죠? 찡긋) 커피는 심장이 두근거려 마시질 못했다. 식단조절이랄 것도 없이 음식을 골고루 먹는 걸 좋아하고 신맛이나 아삭한 식감을 좋아해서 자동적으로 건강한 식단이 나의 생활이 되어 있었다.
운동에 대한 목마름이 없었던 이유는 그 시간에 자고 싶어서였다. 운동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질 못했다. 유일하게 몸이 뻗뻗해서 유연해지고 싶은 마음에 요가나 발레 수업을 듣다가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아이를 낳고나서부터는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껴서 위험하겠다 싶어서 필라테스를 한달정도했지만 비싼 금액과 강사가 뻗뻗한 나를 자꾸 구박해서 서러워서 그만두게 되었다. (이정도면 1대1 매일 수업들어도 될까말까하다며 나에게 수업연장을 강권했다. 강사가 좋아도 비싸서 할까말까였는데 함께 있는게 고역인 타입의 강사였다.)
어쨌든 나에게 운동은 내 삶의 일부가 되기에는 쉽지 않은 파트너였다. 인연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는 운동과 친해질 수 없었다. 단지 과체중이 아니라는 이유와 내가 그래도 건강에 신경쓰는 타입이라며 나를 맹신한 덕분에 더더욱 운동은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러다가 내가 운동이 나의 구세주라고 여겨질 만큼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돈'과 ‘뇌’였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실행력 갑’인 사람들이었는데 실행력을 키우려면 운동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정말 새벽달리기를 매일 2키로씩 하다보니 항상 정보만 모으고 생각만하고 계획만 하다가 금방 포기하는 내가 어느새 실행왕이 되어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해야 하는 일도 많아 시간이 부족했던 내가 습관이라는 자동시스템을 장착해서 여유로워지기까지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제 좀 더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들 것들을 깊이 파야할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얼마 전까지는 주식이었고 주식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니 부동산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부동산은 하루 아침에 공부해서 되는 게 아니니 동시에 공부할 것을 찾다가 결국 건강 파트까지 오게 되었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는 내가 가장 읽기 힘들어하는 건강 관련 서적이었다. 2020년 11월 쯤에 앞 부분과 중간중간을 읽어놓고 약간만 메모해놓고 포기한 흔적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금 정리해보려고 한다.
서로 다른 5개 부문이 협력하며 면역계를 이룬다. 군대 비유하면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연안경비대라고 할 수 있다. 각 역할이 다르다. 또 체내에는 4가지 다른 면역계가 있다. 각가은 별개로 작동하지만, 같은 매뉴얼에 따르면서 서로 소통한다.
적어도 2종류씩 무기를 가지고 있는 4가지 면역계
1. 소화관(장)으로 전체 면역력의 70~85%를 좌우한다 (가장 큰 면역계)
2. 간의 쿠퍼 세포(Kupffer cell)
3. 혈액에 들어 있는 백혈구 세포
4. 뇌 안에 있는 교세포 (체내의 가장 강한 면역계) 교세포는 가장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데 6연발 권총 정도가 아니라 바주카포를 들고 돌아다니는 셈이다.
-세포성/선천성(최초 반응자) 면역계 : 위협 제거하기 위해 생화학 총탄을 발사하고 염증을 형성하는 보호용 권총 역할
-체액성/적응성 면역계 : 백업용 지원 시스템. 더 강한 염증을 만들 필요가 있을 때 소환하는 대포에 해당.
세포성 무기가 제 임무(방어)를 완수하지 못하면 체액성 군대가 '항체'라는 표적 미사일을 대령. 항체는 혈류를 순환하며 훈련받은 대로 환경적 독소를 찾아 공격한다. 그런데 항체는 파괴한 후에도 2~6개월 동안 계속 혈류에 머문다.
선천성 면역계가 피로해져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에도 항체가 증가한다. 면역계는 우리의 잡다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대응하는 역할만으로도 지칠 수 있다. 생화학적 요인(음식 과민성, 환경적 독소 등)이든, 구조적 요인(안 좋은 자세와 장 투과성)이든, 정서적 스트레스(고약한 생각)든, 전자기장이든 간에 지속적으로 항원이 밀려들면, 우리의 최초 반응자(선청성 면역계)는 녹초가 되어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중략) 이런 습관 때문에 몸이 손상되어 툭하면 감기에 걸리거나 건망증을 보이거나 오후 세 시만 돼도 기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이다. 이런 경미하지만 성가신 건강 문제는 선천성 면역계가 지쳐서 약해졌음을 시사한다. - p.34
생각하는 능력 덕분에 인간이 지구상에서 '지배종'이 되었다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사고 영역을 관장하는 대뇌 피질은 인간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이는 대뇌 피질을 보호하는 교세포가 무려 608억 4천만 개에 달한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뇌 피질을 구성하는 뉴런 개수는 163옥 4천만 개다. 그러니까 이 넓은 피질에서 교세포와 뉴런의 비율은 거의 4대 1로 유지된다. 즉 사고 세포들을 무슨 일이 있어도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근육 및 운동 명령중추인 소뇌로 가면 상황이 역전된다. 교세포보다 뉴런 수가 더 많다.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등 뇌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자가면역질환이 운동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 톰 오브라이언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p.33
이 때는 읽으면서 별 생각없이 메모했던 것 같은 데 지금은 ‘자가면역’에 대해 너무나도 관심이 많아서인지 웹툰보는 것보다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걸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같은 내용을 봐도 내공과 심적 여유에 따라 정말 다르게 느껴지는구나를 새삼 느낀다.
이제는 건강 관련 서적을 발췌독하면서 마블 코믹스 세계관보다도 더 재미있는 큐블리케이션 건강 유니버스의 재미에 푹 빠져야할 것 같다. 공부도 이렇게 미치면 재미있어진다. 재미를 못찾아서 그렇지 재미를 찾으면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진다. 진짜다.
P.S. 제목을 구명 조끼와 폭포라고 정한 이유는 1년 전에 이걸로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에서도 우리 모두가 폭포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처방받거나 이런 저런 노력을 기울이는 게 구명조끼를 입고 어푸어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말이다. 구명 조끼를 입을 게 아니라 우리는 상류로 올라와야 한다. 뭐가 근본적인 문제인지 알아야 저 수월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건강이나 재테크도 그렇고 제대로 알지 못하면 큰 코 다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러니 공부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