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냥갑 Oct 29. 2019

예상치못한 나를 발견한다는 건

두려운 게 아니라 어쩌면 반가운 일이다

한달매거진 Day 15 : 한달매거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현재 30일의 여정에서 중간 지점에 와 있습니다. 자신의 [성향과 삶, 과거와 현재]를 탐구했던 지난 14일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타인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만 나에게 알기 정말 어려운 상대는 나 자신이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나를 탐구했다. 나를 찾는 여정에 평생이 걸리더라도 나를 제대로 알아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쩌면 남들보다는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생각했다. 이렇게 내 안의 깊은 상처까지 도려내고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내가 나에게 던졌던 질문들을 주위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곤 했었다. 대부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대답 또는 두리뭉실한 대답으로 어물쩍 대화가 넘어가곤 했다. 어떤 이는 정말로 생각해본 적이 없을 수도 있고 나의 이런 질문들이 불쾌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 싶어서 한 질문이 아니고 단순하게 궁금했다. 어린아이가 '하늘은 왜 파란색이에요?' 묻듯 정말로 궁금했다. 왜 하늘이 파란색일까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그 질문은 당황스러울 것이고 어떨 때는 불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굳이 나에게 그 대답을 들려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한달매거진은 어쩌면 평생 만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를 타인에게 나의 깊은 내면을 드러내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어쩌면 여기 질문들은 은밀한 내 일기장 속에 꼭꼭 숨겨놓고 비공개로 쓰고 싶은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글은 SNS에 공개해야 하는 게 원칙이고 그게 한달플랫폼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나 역시 20대 초반까지 나만의 일기장에 글을 써왔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 깊고 어두운 이야기일수록 더욱 나만 봐야 한다고 믿었다.


7일 차 '당신이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요?'는 가장 기억에 남고, 나 스스로가 다 쓰고 나서 당황스러웠던 질문이었다. 그저 처음에는 나의 롤모델에 대해 쓰면 되겠지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글을 쓰면서 마이크 베이어의 ‘베스트셀프’에 나온 개념인 최고의 자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렇게 나는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펑펑 울었다. 나도 당황스러울만큼 ‘내 안의 자아를 죽이는 게 된다’라는 문장을 쓰면서, 고치려고 글 전체를 다시 읽으면서도 또 오열하며 울었다.




한달매거진의 모든 질문은 내가 처음 그 질문을 읽고 예상한 내 답변과 글을 써나가면서 나온 이야기, 그리고 이 답변을 하나의 글로 마무리짓기 위해서 끝맺을 때까지 그 결과가 항상 예상을 빗나갔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9일 차의 '무엇이 당신을 두렵게 만드나요?'라는 질문은 가장 쓰기 어려울 것 같았고 나에 대해 드러내는 것을 남들보다 두려워하지 않는 나조차도 쓰기 망설여졌다. 진짜 나의 어두운 면을 다 드러내서 남들이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쓰고 나니 눈물은커녕 나의 두려움이 진짜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허무할 정도였다. 13일 차의 '10년 후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에서도 첫 문장을 쓸 때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답변으로 글이 끝맺어졌다. 나와는 다른 자아가 나와서 나에게 이야기를 던져주고 온 듯했다. 이게 최고의 자아가 나타난 순간인 걸까? 아니면 어느 예술가가 말했듯이 그림을 계획하고 그린 게 아니라 자신은 다 그려져 있는 밑그림이 눈앞에 보이고 있고 그 선을 따라 그리는 것뿐이라는 것과 비슷한 나에게 온 작은 기적인 걸까.


자기 발견을 위한 한 달간의 여정의 딱 중간지점에서 내가 얻은 것은 안정감과 믿음이었다. 항상 내가 어디로 튈지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지 나조차도 예상이 되지 않던 내가 별로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어떤 내가 되더라도 차분히 받아들이고 믿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더 이상 내가 두렵지 않았다. 컨트롤이 불가능한 내 안의 두려움을 단단한 자물쇠로 가둬둔 게 아니라 언제든 달래고 통제 가능한 고삐를 쥐게 된 기분이다.


이래서 내가 글쓰기를 그만둘수 없다. 이게 내가 글쓰기의 힘을 믿고 글을 공개적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력한 이유다.





#한달매거진 #한달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